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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축구? 한국-잉글랜드가 바보 되는 이유


입력 2014.11.27 15:30 수정 2014.11.27 15:3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순한 축구, 지저분한 이란·이탈리아에 매번 발목

침대축구-반칙축구에 속수무책..강력한 응징 필요

이란 축구에 페어플레이는 무리한 요구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 연합뉴스 이란 축구에 페어플레이는 무리한 요구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 연합뉴스

해외파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차범근(61), 박지성(33)이 처음 유럽 무대에 올랐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손흥민(22·레버쿠젠)은 축구명가 리버풀이 탐낼 정도로 핫한 스타다. 기성용(25·스완지 시티)도 압박이 심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패스 정확도가 90%에 육박한다.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 역시 닐 레논 감독(43)으로부터 “영국 리그 통틀어 가장 기술이 좋은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박주호(27), 구자철(25·이상 마인츠 05), 윤석영(24·QPR), 김진수(22·호펜하임),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등도 유럽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

이처럼 개개인의 능력치만을 놓고 보면 한국축구는 ‘아시아 최강’이 맞다. 다양한 해외 리그에서 한국만큼 많은 선수들이 자국축구의 우수성을 알린 아시아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진정한 탈아시아는 일본이 아닌 한국이 먼저 이뤄낸 셈이다.

그러나 많은 유럽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표팀의 최근 성적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둔 이후 선수들의 자신감도 크게 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지나칠 정도로 정직하고 착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는 거스 히딩크, 핌 베어벡, 홍명보, 슈틸리케 등 전·현직 한국 사령탑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대목이다. 너무 순둥이 같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된다. 지난 18일 이란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떠올리면 “정말 그렇게 해서라도 이기고 싶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란의 실력은 한국에 미치지 못했다. 볼 쟁탈전서 밀리다 보니 홈임에도 극단적인 수비를 펼쳤다. 그럼에도 이란이 1-0으로 이겼다.

경기 후 이란 케이로스 감독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며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다, 이번에도 한 수 배웠다”고 위로했다. 이란이 한국에 앞선 부분은 심리적인 요소다.

이란을 비롯해 우루과이, 이탈리아 등은 ‘수 싸움’에 능하다. 상대의 심리를 역이용하고 끈적끈적한 축구를 구사한다. 치밀하게 계산된 엄살에 상대팀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우루과이, 이탈리아를 쉽게 이기는 팀은 어디에도 없다. 이란도 2014 브라질월드컵서 끈질긴 면모를 보여줬다.

정직한 한국축구가 당장 배워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한국 축구도 전략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때론 지저분한 축구에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함으로써 심리전에 밀리는 것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 오히려 한 발짝 앞서 지저분한 축구로 역공을 펼칠 수도 있어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격언은 축구에서만큼은 예외다. 예쁘장한 패스, 교과서 축구만 고집했다간 뒤통수 얻어맞기 좋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 모조품’ 일본이 처참하게 보여줬다.

웨인 루니도 “잉글랜드가 월드컵 본선에서 ‘바보’가 되는 이유는 모범생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루니의 자가진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잉글랜드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직하고 정직한 축구를 구사하다 영악한 이탈리아, 우루과이에 연패했다.

‘2015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욕심이 간절하다면 착한 축구만으론 버겁다. 언제까지 이란의 오심과 비매너, 침대축구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란 축구를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만으로는 한국축구의 오랜 한을 풀기엔 역부족이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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