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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률 논란 모른척 새정치련, 종북은 착한 역사관?


입력 2014.11.27 09:08 수정 2014.11.27 09:12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문창극엔 친일파 덧씌우더니 북핵 옹호 논란엔 모르쇠

과거 교수 시절 저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약소국의 비장의 무기" 등의 표현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상률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사진은 지난 25일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과거 교수 시절 저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약소국의 비장의 무기" 등의 표현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상률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사진은 지난 25일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독재미화, 친일사관을 덧씌워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로 내몰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인호 한국방송공사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북핵 옹호 논란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같은 역사관 논란에 잣대는 다르다.

최근 김 수석의 저서 ‘차이를 넘어서’의 내용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문제가 되는 대목은 ‘북한의 핵무기 소유는 생존권과 자립을 위해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 개발과 보유 역시 자주국방의 자위권 행사’ 등 북한과 이라크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부분이다.

또 김 수석은 책을 통해 ‘미국이 테러와 대량 살상무기, 북핵을 위협요소로 규정한 것은 자국 중심의 발상‘, ‘9.11 사태는 폭력적인 미국 문화와 무관하지 않고 부시 행정부가 9.11 사태를 악용해 세계를 전쟁의 공포와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다’라고 주장하며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내용들은 북한과 이라크의 핵무기 보유가 자주국방을 위한 약소국의 불가피한 조치이고, 미국이 이들을 위협요소로 규정한 것은 자국 중심의 발상과 폭력적인 국내 문화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전제한다.

논란이 일자 김 수석은 “이 책은 10년 전 미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당시 일부 학계의 이론을 소개한 것일 뿐이며, 일부 표현상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점은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본인은 자유민주주의자로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미국과의 동반자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신념은 확고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저서에는 인용 부호가 생략돼 문장만으로는 어떤 학계의 이론인지, 해당 이론을 주장하는 학계가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 파악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 분에게 애초부터 학자적 양심 같은 것은 없었을 것”며 “10년 전에는 신식민주의와 반미주의가 유행이었으니 그 유행을 신봉했으며, 지금은 보수정권으로 바뀌었으니 오리발 내밀어야 한다는 것은 이 분에게 지극히 정상적인 인식이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점은 김 수석을 비판하는 쪽이 여당인 새누리당이라는 점이다. 여당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만큼 이번 논란이 심각한 문제이지만, 인사철마다 청와대를 물어뜯던 새정치연합은 오히려 조용하다.

김종훈·이노근·하태경 의원이 공동 논평을 발표하고, 김 수석이 해명하고, 하 의원이 다시 반박 논평을 발표하는 동안 새정치연합은 단 한 건의 공식 논평·브리핑도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의 잘못된 인사를 검증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라던, 이를 명분으로 친일사관을 덧씌워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로 내몰았던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선 이번 논란이 정부 여당을 비판할 더없이 좋은 빌미일 텐데 말이다. 그간 새정치연합에 있어서 도덕성과 역사관은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니었던가.

앞서 새정치연합은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미화했고, 이념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인호 한국방송공사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이 이들의 역사관을 평가했던 기준이 사회통념과 이념 편향성이었다면, 김 수석에 대해서도 사퇴를 요구해야 했다.

하지만 논란 이틀째에도 새정치연합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친일·독재사관은 나쁜 역사관이고, 반미·종북사관은 착한 역사관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김 수석의 역사관에 동의한다는, 그래서 김 수석의 역사관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것인가.

새정치연합이 문 전 후보자와 박 처장, 유 위원장, 이 이사장을 이념 편향적이라고 평가했던 근거는 과거 발언과 저서, 언론사에 기고했던 칼럼 등이었다. 같은 기준이라면 김 수석의 과거 저서도 현재의 역사관과 가치관을 대변한다. 더욱이 김 수석이 해당 책을 펴냈던 시점은 불과 9년 전이다.

새정치연합이 김 수석의 가치관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과거에 그래왔듯 김 수석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으면 한다. 그게 아니라면 과거 혼외자 논란에 휩싸였던 채동욱 전 경찰청장을 옹호했던 것처럼, 김 수석을 ‘내 편’으로 인식하고 감싼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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