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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유치원시간 단축, 맞벌이는 어쩌라고


입력 2014.11.26 10:07 수정 2014.11.26 10:19        조성완 기자

<기자수첩>학부모 사정 고려했다더니 유치원 교사 수용이 일차적?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 교육청, 경기도 교육청, 강원도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자료 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 교육청, 경기도 교육청, 강원도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자료 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4일 하루 다섯 시간인 서울지역 유치원 수업시간을 내년부터 3~5시간으로 사실상 축소하는 ‘유아교육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갈등을 빚었던 경기도의 ‘오전 9시 등교’를 아무런 대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도입하려다 학생 및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에 이어 두 번째 탁상행정 논란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 교육부 지침에 따라 유치원 아이들은 하루 다섯시간 유치원에서 생활하다 오후 2시쯤 귀가해 초등학교 저학년생보다 귀가가 늦다”며 “기관 생활을 오래 하는 것은 아이들의 체력·발달 단계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학부모들이 5시간 교육을 원할 수 있다. 운영위에서 협의하도록 했다. 교육과정 운영 시간을 3~5시간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며 마치 학부모들을 최우선으로 고려 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의견을 충분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학업 부담과 학부모 사정 중 어느 것을 먼저 고려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유치원 교사들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이 일차적”이라며 “학부모 이해가 다를 수 있어 운영위에서 조정·합의하도록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박영자 유아교육과장도 “유치원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라면서 “학부모들의 요구는 양면적이다. ‘너무 길다’, ‘너무 짧다’는 의견이 갈린다”고 답했다.

즉, 이번 유아교육발전 종합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 학부모보다 유치원 교사들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으며, 학부모들 간에는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에 추후 논의사항으로 보류해뒀다는 의미로 보인다.

유치원 수업시간 축소의 가장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맞벌이 부부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커녕 모순적인 해답만을 내놓았다.

조 교육감은 “기관 생활을 오래 하는 것은 아이들의 체력·발달 단계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맞벌이 부모들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국·공립 유치원의 에듀케어(유치원 종일반) 제도다. 이를 통해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맡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지역 전체 유치원 가운데 20%에 불과한 국·공립 유치원에 들어가는 건 워킹맘 사이에서는 ‘하늘의 별따기’로 불릴 만큼 어렵다. 더구나 “유아발달상 기관생활을 오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워킹맘들에게는 종일반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지난 6·4 지방선거가 끝난지 이제 불과 5개월여가 지났을 뿐이다. 그동안 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취소 파문, 오전 9시 등교 추진 등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밀어붙이려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마치 뭔가에 쫓기는 것 같은 모양새다.

조 교육감이 학생들을 위한 교육정책이라고 확신했던 ‘오전 9시 등교’도 마찬가지다. 최근 같은 진보적 성향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만든 학생 대표 토론회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교육감의 자신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교육정책은 전광석화처럼 처리할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면서 정책적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특히 학생들간, 학부모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면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설득해가며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수다.

4년간의 짧은 임기와 재선 성공 등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 하루 빨리 성과를 내야하겠지만. 최소한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자신보다는 대한민국의 미래세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장의 충분한 파악 없이 ‘탁상행정’만으로 진행되는 교육정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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