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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김광현-양현종, 류현진과 무엇이 달랐나


입력 2014.11.25 09:33 수정 2014.11.25 09:37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200만 달러 이하의 저평가..MLB 진출 난항

내구력·꾸준함 차이, 선발-불펜 엇갈린 평가

김광현(왼쪽)과 양현종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은 냉혹했다. ⓒ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김광현(왼쪽)과 양현종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은 냉혹했다. ⓒ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2명의 한국 좌완 에이스 김광현(26·SK 와이번스)과 양현종(26·KIA 타이거즈)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에서 나란히 저평가의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김광현은 기대치에 훨씬 밑도는 200만 달러의 최고 응찰액을 써낸 샌디에이고와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현종의 포스팅 금액과 영입 구단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광현과 유사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이들과 똑같은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냈던 류현진(27·LA다저스)의 최고 응찰액은 약 2573만 달러(약 268억원)에 이르렀던 것과 감안했을 때, 김광현과 양현종은 10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친다.

적어도 국내 무대에서 김광현과 양현종이 류현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것과 비교할 때 이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 것은 국내 팬들에게도 충격적이다.

물론 통산 성적이나 종합적인 평가에서 류현진이 이들보다 앞서있는 것은 사실이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7시즌 동안 190경기에서 1269이닝을 소화하며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8시즌 185경기 1033.2이닝 83승 49패 평균자책점 3.30, 양현종은 8시즌 242경기 866.2이닝 62승 42패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다.

류현진과 김광현-양현종의 차이는 내구력과 꾸준함에서 갈렸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활약한 7시즌 동안 큰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며 최정상급 투수로 군림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상대적으로 부상과 부진으로 다소 들쭉날쭉했던 시즌이 있었다.

포스팅 당시 류현진은 미국에서도 철저한 선발 전문 요원으로 분류된데 비해 김광현과 양현종은 선발이 가능한 불펜 자원에 가깝게 분류됐다.

류현진의 이닝 소화 능력과 경기운영 능력은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김광현과 양현종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고 해도 선발보다는 불펜에 더 적합한 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보직의 온도차가 몸값의 차이 또한 불러왔다.

국내 정상급 투수들의 포스팅 굴욕에 야구계도 내심 난감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사례를 들어 그동안 국내 선수들의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해외진출에 장밋빛 낙관론으로 일관했던 일부 관계자들과 국내 언론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충분한 정보나 출처 없이 일부 외신과 관계자들의 립서비스에 가까운 루머에만 현혹돼 미국 현지의 실정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전히 한국 야구의 수준을 자국 마이너리그 이하로 보고 있는 미국야구계의 냉담한 시각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류현진의 경우가 특출한 사례였을 뿐, 국내 선수들에 대한 미국 야구계의 시각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자원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국내 선수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 자칫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광현은 낮은 포스팅 금액에도 구단을 설득해 수락에 성공했고, 양현종 역시 메이저리그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굳이 박대에 가까운 낮은 대우를 감수하며 헐값에 팔려가는 길이 반복될 경우, 국내 야구의 위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수 본인으로서도, 굳이 한창 전성기를 맞이해야 할 시점에 미국에서 자칫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불확실한 입지나 보직 변화 등을 감수하는 것은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단지 도전정신이라는 순수한 명분만으로 모두 미화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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