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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김동주 슬픈 단상…아쉬운 베테랑 예우법


입력 2014.11.24 10:14 수정 2014.11.25 09:38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현역 생활 유지하기 위해 보류선수 명단서 제외

감동적인 은퇴, 선수의 양보와 구단의 배려 필요할 시점

김동주가 17년간 정들었던 베어스 유니폼을 벗는다. ⓒ 데일리안 스포츠 김동주가 17년간 정들었던 베어스 유니폼을 벗는다. ⓒ 데일리안 스포츠

‘두목곰’ 김동주(38)가 17년간 정들었던 베어스 유니폼을 벗는다.

두산 구단과 김동주는 지난 20일 만나 협의 과정을 거쳤고, 결국 2015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길로 가닥을 잡았다. 구단 측은 은퇴와 함께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김동주 본인은 현역 생활 연장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 측의 결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김동주는 지난 2012년 두 번째 FA 계약을 맺으며 “두산에 뼈를 묻겠다”고 밝혔지만 잦은 부상과 노쇠화로 인해 지난 시즌부터 1군 출장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급기야 올 시즌에는 아예 1군 호출을 받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이적을 원한다는 뜻을 밝혀 구단 측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재 김동주는 10구단 kt 또는 올 시즌 최하위에 머문 한화행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아쉬운 부분은 김동주 역시 스타플레이어의 쓸쓸한 황혼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베테랑 예우에 대한 선수 측과 구단의 입장 차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서 비롯된다.

구단 측은 아무래도 현재와 미래에 주력해야할 의무가 있다. 특히 톱 유망주라면 웬만한 스타플레이어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런 구단 입장에서 노쇠화가 뚜렷한 베테랑들은 눈엣가시일수도 있다. 적지 않은 연봉과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선수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10대 때부터 줄곧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이들에게 야구란 쉽게 손 놓을 수 없는 인생의 전부와 마찬가지다. 은퇴와 동시에 새 삶을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서 거의 모든 선수들이 현역 생활 연장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돈도 무시할 수 없다. 운이 좋게 코치 등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다하더라도 그들이 받게 될 연봉은 선수시절에 비해 턱없이 낮을 수밖에 없다. 초보 코치들의 연봉은 대개 5000만원 안팎. 수년간 억대 연봉을 받았던 이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냉정한 시각에서 봤을 때 은퇴를 권고하는 구단 측의 결정이 맞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팬들의 함성이 들끓는 감성적인 스포츠다. 십수년 간 팀에 공헌한 레전드들의 은퇴식에서 절로 눈물이 흐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련을 버린 김재현의 은퇴식은 적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 SK 와이번스 미련을 버린 김재현의 은퇴식은 적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 SK 와이번스

메이저리그에서는 애틀랜타의 전설 치퍼 존스를 시작으로 은퇴를 예고한 스타플레이어들이 마지막 원정길에 나설 때마다 상대 팀으로부터 의미 있는 선물을 받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 마리아노 리베라와 올 시즌 은퇴한 데릭 지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삼성의 이승엽, LG 이병규, SK 박진만, 두산 홍성흔 등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들이다. 물론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지만 서서히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들이다. 구단 측의 배려와 선수의 양보가 어우러진다면 보다 값지고 감동적인 은퇴식을 연출할 수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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