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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의 무대 밀어주기? 속내는 '난제 밀어주기'


입력 2014.11.22 09:23 수정 2014.11.22 09:26        문대현 기자

정치권 "'공무원연금 개혁' 등 하고도 욕먹는 현안들 알아서 처리하라는 뜻"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친박의원들이 주축으로 참여한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초청 강연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친박의원들이 주축으로 참여한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초청 강연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요즘 들어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이 부쩍 잦아진 모양새다. 모임에서 서 최고위원은 줄곧 “김무성 대표를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친박계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 18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서 최고위원을 비롯해 새누리당의 안홍준·노철래·유기준·김태환·서상기 의원이 참석해 현안에 관한 문제를 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 10차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한 번 더 모였다. 포럼에는 홍문종, 김재원, 김상훈 의원 등을 포함해 30여 명의 의원들이 참석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사로 나서 ‘우리 경제현황과 2015년도 예산쟁점’에 대해 강연했다.

이 모임은 경제현안에 관해 논하는 성격을 띤 포럼이었지만 사실상 친박의 구심점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모두 참석해 친박계가 세 과시에 나선 모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최 부총리와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로 불리는 초재선 의원들이 모여 만찬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친박계의 모임에서 주로 김무성 당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의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였으나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 최고위원은 오히려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는 7.14 전당대회 이후 그동안 당 지도부 및 보수혁신위원 인선, 개헌 논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 등 다양한 사안에서 김 대표에 각을 세웠지만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조차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과 정부를 위해 김 대표를 돕는 것은 당연”

다수의 의원들은 서 최고위원의 말을 순수하게 당과 정부를 위한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 등 어려운 현안이 산적해 있는 현 시점에서 힘든 일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도도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친박계의 한 초선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서 최고위원을 근처에서 봤을 때 항상 ‘김 대표 도와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왔다”면서 “서 최고위원은 당을 도와야 청와대와도 좋아지기 때문에 절대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행동 하지 않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부쩍 잦아진 친박 모임에 대해서는 “친박이 별도로 모이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이 모인 것이지, 친박계의 모임으로 확대해석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무성 지도부가 자기네 위주로 하고 정부와 협조가 안 되는 등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에는 쓴소리를 날릴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붙였다. 서 최고위원의 심중에는 잘하는 지 지켜보겠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을 거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도 “(김 대표가) 잘하고 있는데 무작정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며 “서 최고위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 최고위원이 2위로 당선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당의 일에 침묵을 해왔지만 여러 현안들을 김 대표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런 의미에서는 서 최고위원 뿐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지적의 말은 할 수 있는 것이지 불협화음을 낸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친박계 의원 뿐 아니라 친김무성계로 분류되는 의원조차도 ‘서 최고위원의 말에 다른 뜻은 없을 거라고 본다’는 않은 의견을 내놨다.

김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서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정치 갈등을 인위적으로 유발시킬 이유는 없다고 본다”면서 “확대해석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연금개혁 비롯해 예산 문제가 현안으로 있는 시점에 당력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친박과 비박을 나누는 것은 우리가 자멸하는 길”이라면서 “지금 시점에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은 정치초년생”이라고 말했다.

정치에 입문한 지 33년이나 된 서 최고위원이 지금과 같은 당력을 모아야 할 중요한 시기에 김 대표를 흔들 목적을 갖고 이야기를 했을 리 없다는 것. 또한 김 대표가 현재 당의 관리와 운영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서 최고위원이 굳이 태클을 걸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어렵고 힘든 일들은 김무성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전혀 다른 분석을 했다. 골치 아픈 현안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이 친박계의 의도라는 것이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친박계의 의중은) 결국 김 대표보고 공무원연금개혁 등 힘든 일을 다 맡아서 처리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 지도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신경전을 벌인 적은 있어도 친박계가 나서서 김 대표를 흔든 적은 없다”면서 “지금 당장 친박계가 김 대표를 흔들어서 당권을 잡는다고 해도 딱히 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당 지도부에서 밀려난 친박계가 공천권을 잡기 위해 김 대표를 흔들고자 한다면 공천 하루 전에 흔들어도 되는 것이고, 지금은 오히려 김 대표가 일을 처리하게 밀어주는 게 그들 스스로에게도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공천권을 비롯한 인사권을 손대기 보다는 공무원연금과 예산을 비롯한 현안에 몰두해야 하는 올해까지는 김 대표를 밀어주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힘 겨루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는 “당권을 잡으려 하는 것은 결국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갖기 위해서인데, 지금은 기간이 많이 남아 있고 다른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때가 아니다”라고 친박계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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