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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이영표, 헐값에 MLS 진출한 내막은..


입력 2014.11.22 13:53 수정 2014.11.23 08:07        데일리안 스포츠 = 김근태 넷포터

[인터뷰]밴쿠버 레널두지 회장 & 통역사 앤드류 유

신입구단, 명문 발돋움 일등공신..깊은 배려심 감동

밴쿠버 화이트캡스 밥 레널두지 회장은 "이영표가 2년간 선수로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회상했다. ⓒ 데일리안 밴쿠버 화이트캡스 밥 레널두지 회장은 "이영표가 2년간 선수로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회상했다. ⓒ 데일리안

2011년 가을, 많은 축구 팬들의 관심은 ‘레전드’ 이영표의 다음 행선지에 쏠려 있었다.

2년간 사우디 프리미어리그 알 힐랄의 생활을 청산한 그가 다시 유럽으로 날아가 마지막 도전을 할지, K리그로 돌아와 유종의 미를 거둘지, 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그 의 선택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바로 미국프로축구(MLS)의 신입구단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입단 한 것. 더군다나 연봉은 알 힐랄에서 받던 것의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 사건의 내막과 이영표의 2년간의 발자취는 어땠을까.

‘데일리안’이 최근 단독으로 만난 화이트캡스 밥 레널두지 회장은 “밴쿠버라는 매력적인 도시가 한 몫을 한 듯하다. 그가 먼저 밴쿠버에 오고 싶어 했고 가족들이 살 환경도 많이 고려한 듯했다”며 “그 당시 감독이었던 마틴 레닌과 연결이 잘 됐고 연봉 문제에서도 그가 많이 양보했다”고 회상했다.

화이트캡스로선 이영표의 영입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없었다. 화이트캡스는 MLS 합류 후 첫 시즌 6승만을 거두며 리그 최하위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시즌과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내년 시즌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며 국제무대에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구단의 성장엔 헐값을 받고 구단에 합류하고도 팀에 헌신한 이영표의 힘이 컸다. 레널두지 회장은 “(이영표가) 2년간 선수로써 매우 환상적인 활약을 해줬고 팀 내외적으로도 너무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영표의 활약상에 경의를 표했다.

이영표의 통역을 맡았던 앤드류 유는 "이영표는 훌륭한 인품을 지닌 큰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 데일리안 이영표의 통역을 맡았던 앤드류 유는 "이영표는 훌륭한 인품을 지닌 큰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 데일리안

이영표의 통역을 도와주던 팀 회계사 앤드류 유의 증언은 더욱 흥미롭다. 앤드류 유는 “(이영표에겐) 사실 통역이 필요 없었다. 영국 등 많은 곳에서 선수생활을 해 영어가 이미 능통했다”며 “하지만 갓 화이트캡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한국인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를 동행시켜줬다”고 이영표와의 특별한 인연을 전했다.

이어 “인터뷰나 기자회견에서 오직 나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했다. 굳이 드러내지 않고 도와주는 그의 깊은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선수들은 선수들과만 어울리는 것이 보통인데 이영표는 먼저 다가가 프런트 직원들을 챙겨주며 허물없이 지냈다. 우리는 그가 토튼햄이나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한 큰 선수인 것을 알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그가 그 이상으로 훌륭한 인품을 지닌 큰 선수인 것을 깨달았다”고 인간 이영표의 됨됨이를 증언했다.

여전히 화이트캡스에는 이영표의 존재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이영표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앤드류 유는 “보통 선수들을 100으로 치면 이영표는 300 정도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1000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떠난 후 한인들을 더 이상 경기장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앤드류 유는 이영표의 존재감을 미처 깨닫지 못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그만큼 이영표는 밴쿠버에서 큰 족적을 남긴 듯하다. 이곳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 주었으며, 구단직원이나 다른 모두에게 경기장 안팎에서 깊은 감동을 안겼다.

사인이나 사진촬영 요청이 들어오면 늘 웃으며 마다하지 않았고, 늘 한국축구를 걱정하며 배우려는 자세는 구단 사장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은퇴 후 이영표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의 해설가로 활약하며 다시 한 번 축구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그의 삶은 후배들은 물론, 축구 팬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며 한국축구에 기여를 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김근태 기자 (james.ktkim@apex-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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