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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요버스 타고 라바 지하철 타고...도심속 캐릭터 왜?


입력 2014.11.21 10:23 수정 2014.11.21 10:29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사적 소유 캐릭터가 공공캐릭터로 탈바꿈

서울 청계천 1.2㎞ 구간에서 '서울의 빛나는 세계유산'을 주제로 펼쳐지는 '서울빛초롱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화려한 빛의 향연을 미리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청계천 1.2㎞ 구간에서 '서울의 빛나는 세계유산'을 주제로 펼쳐지는 '서울빛초롱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화려한 빛의 향연을 미리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23일까지 수백 개의 등불로 청계천을 밝히는 서울빛초롱축제가 열린다. 전통과 현대가 아우르는 빛의 향연이 청계천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국내 유명 라이트아트 작가들의 현대작품 24점도 LED 등을 통해 빛의 예술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가장 인기가 있는 부스는 각종 만화캐릭터 모양의 캐릭터 등불 부스였다. 뽀로로·또봇·라바 등의 캐릭터들을 보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매년 다른 등불들을 선보이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서 캐릭터 부스를 다시 설치했다고 한다.

70미터 길이 중국 성도성, 창덕궁 인정전, 조선왕조 의궤, 종묘제례악 등 건물이나 상징물, 공간과 현장을 형상화한 것보다 캐릭터를 형상화한 등불이 청계천이라는 공간적 특성에 더 맞아 보였다. 특히, 연어같은 물고기들이 수없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캐릭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물고기 캐릭터를 통해 청계천이라는 공간적 특징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빛을 활용한 축제를 루미나리에(luminarie)라고 한다. 루미나리에는 '빛의 축제'를 말한다. 'luminarie'는 이탈리아어로 '빛', '조명'의 뜻을 가지고 있다. 영어의 luminary는 ‘발광체’, luminant는 ‘빛나는’의 의미를 지닌다. 이탈리아에서 400년 전 '성자를 기리는 의식'에서 비롯한 이후 축제예술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소형전구 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부터다. 전기와 관련한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축제의 발전과 연결된 것이다.

목조구조물 속에 들어간 전구는 갈수록 다채롭고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예술차원에서 빛의 디자인이 탄생하게 했다. '루미나리에'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로마 피렌체, 독일의 도르트문트, 스페인의 발렌시아 마드리드, 미국의 휴스톤, 일본 고베에서 이름을 얻었다. 어쨌든 이러한 루미나리에도 도심 속의 캐릭터들이 질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왔던 것이다.

뽀로로 등 캐릭터가 디자인 된 '꼬마버스 타요'가 지난 4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뒤 현재 100대가 운행되고 있어 서울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데, 프랑스 남부해안 도시 칸에서도 이 버스를 볼 수 있었다. 10월 프랑스 칸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영상콘텐츠 전시회 '2015밉컴(MIPCOM)' 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타요' 버스가 공식 셔틀버스로 운행되었다. 특정 국가의 캐릭터를 디자인한 셔틀버스를 운행한 적은 없었다. 해변도시 칸의 명소인 마르티네즈 호텔 앞에서는 버스는 타지 않고 어른과 아이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도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왜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일까. 뽀로로는 2004년 프랑스 최대 지상파 채널인 TFI에 방영돼 평균 시청률 57%를 기록했다. 110개국에 수출이 되는 통에 .2011년에는 미 디즈니사가 뽀로로 판권을 1조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어쨌든 칸에서는 '뽀로로'뿐만이 아니라 '두돌스', '미니포스' 등 총 8개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 버스가 '라 보카', '팜 비치' 등 해변 곳곳으로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최근에 한국에는 인기 애벌레 캐릭터 라바 지하철이 서울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라바는 애벌레 두 마리가 등장하는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이다. 지난 1일부터 지하철 개통 40주년을 기념한 이벤트로 지하철 2호선에서 운행 중인 한 대의 지하철 내·외부를 라바 캐릭터로 꾸몄다. 라바 지하철의 홀수 칸은 테마존, 짝수 칸은 코믹존으로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소중한 대중교통수단 지하철에 유치한 장난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요즘의 대중적인 인기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가운데 사람들이 너무 몰려 운행이 지연되고, 인증샷을 찍기에 바쁘며 사람이 많아서 일부 역에서는 정차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4일까지 '러버덕'이라는 오리캐릭터가 석촌호수에 떠 있으면서 많은 시민들이 방문을 했는데 러버덕은 한 달간 460만명의 관람객과 5억원이 넘는 판매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16.5m에 1t짜리 고무오리 ‘러버덕’을 띄우려는 발상은 매우 단순해보였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단순함과는 별개로 엄청난 호응을 전세계적으로 불러 일으켰다.

공공미술가이자 프로젝트 디자이너 플로렌테인 호프만은 이 단순한 발상을 통해 힐링의 스토리텔링을 전하고자 했다. 러버덕은 희망을 상징하기 때문에 힐링과 연결될 수 있었다. 난파당한 화물선에서 흘러 나온 장난감 오리들은 20년간 세계 각국의 해변에 닿게 된다. 이 때문에 육지에 닿은 오리는 바로 희망을 잃지 않으면 언제인가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게 되었다.

14일 이후 재설치 불가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희망의 오리가 3개월 뒤 산업폐기물로 분류되어 처분된다는 말에 많은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시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었던 러버덕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러버벅은 공공설치미술을 통해서 공유의 힐링 차원에서 설치되었다면 다른 공공의 목적을 띠기도 하는데 서울광장에 등장한 초대형 돼지 풍선이 이에 해당한다. 12일까지 서울광장에 등장한 높이 8m의 초대형 돼지 풍선의 이름이 '미스터 기부로(Mr.Gi-bro)'였다. 이 이름에서 목적을 알 수 있다. 예술 후원 활성화를 위해 예술가와 시민 등이 힘을 합쳐 설치한 공공미술 작품이었다. 말그대로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캐릭터였다. 이런 공공목적의 캐릭터 설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도심 속 캐릭터의 인기 현상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의 캐릭터는 공적인 의미를 확장하기가 용이하다. 캐릭터는 사적인 소유물 수 있지만, 이런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준다. 대중교통이나 광장의 캐릭터는 사적 소유의 캐릭터가 공공 캐릭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적 소유의 예술도 결국 모든 이들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이바지하는 공공적 성격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인기 만화 캐릭터뿐만 아니라 공공미술이 공공의 기여를 할 때 어떤 점이 고려되어야 하는지 함의점을 준다.

캐릭터에 대한 사회적인 변화도 한 몫을 하고 있으며 그 가능성은 확장되고 있다. 캐릭터에 대해 예전에는 유치해서 애들이나 즐기는 대상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온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어른 안의 동심을 흔히 키덜트 코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보편과 공통의 감성을 캐릭터가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나을 듯싶다.

이제 바쁜 일상 노동의 나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도시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이며, 나아가 현실의 소소한 오브제라도 창작자가 어떻게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사소하고 우스운 캐릭터들도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도 알 수 있게 한다. 공공 캐릭터의 상업성 논란은 그렇기 때문에 실익도 명분도 없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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