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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무성-유승민, 10여년 인연의 결말은...


입력 2014.11.23 10:11 수정 2014.11.23 13:11        조성완 기자

대통령 후보시절 선대본부장으로 선대위 부위원장으로

시간 갈수록 커지는 균열에 감정 골도 깊어져

사진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의원.ⓒ데일리안DB 사진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의원.ⓒ데일리안DB

지난 2005년 정치권에 뜻을 같이 했던 세 사람이 있었다. 이들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당 안팎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시차를 두고 차츰차츰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번 틀어진 관계는 쉽사리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킨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세 사람은 다시 뭉쳤다. 한명은 대통령 후보로, 한명은 총괄선대본부장으로, 한명은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의 옷을 입고 다시 하나의 목표를 위해 뛰었다.

그것도 잠시뿐. 대선이 끝난 이후 이들은 다시 흩어졌다. 이제는 관계가 소원해진 것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날을 세우기도 한다. 한명은 국가의 대통령으로, 한명은 집권여당의 당 대표로 정치적 위상 자체도 훌쩍 커버렸다.

남은 한명은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준비하는 미래를 두고 이들의 이해관계가 또다시 얽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자체가 크게 출렁일 기세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주인공들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의원이다.

박 대통령 중심으로 시작된 인연,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균열

박 대통령은 1998년에, 김 대표는 1996년에, 유 의원은 2004년에 각각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에서 각각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고 영향력을 넓혀갔다.

지난 2004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역풍을 맞으면서 위기에 처하자 당 내에서 입지를 쌓아가던 박 대통령이 대표로 나서게 된다. 일년 뒤 박 대통령의 곁에는 부산 출신의 김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대구 출신의 유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각각 자리 잡았다. 이른바 ‘원조 친박’이다.

사무총장은 당의 인사와 재무를 모두 책임진다. 즉, 사람과 돈을 맡겨야 하는 자리다. 비서실장은 대표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면서 조언자 역할을 한다.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두 자리에는 당 대표가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 임명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의 관계는 치열했던 2007년 당내 대통령선거 경선을 치르고 난 이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탈박한 인물은 김 대표였다. 그는 2008년 친박연대에 참여하라는 요구를 거절하면서 관계에 금이 생겼다. 이후 2009년 MB정부에서 박 대통령의 만류에도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일년 뒤 김 대표가 제시한 세종시 수정안을 계기로 박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 의원은 ‘친박 내 야당’으로 불릴 정도로 오래 전 박 대통령을 보좌할 때부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바꾸려고 하자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이후 ‘박근혜 위기론’이 팽배하던 2012년 10월에는 ‘후보 빼고 보두 바꾸자’며 선대위 총사퇴를 촉구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들은 선거캠프에서 중책을 맡아 박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 다시 뭉치는 듯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선이 끝난 후 박 대통령은 청와대로, 김 대표와 유 의원은 다시 재야로 돌아갔다.

돌아선 세 사람, 날선 비판과 소통 부재로 깊어지는 감정의 골

2014년 김 대표가 차기 당권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잠잠했던 박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강한 여당’을 내세웠던 김 대표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당권을 잡은 김 대표는 당의 주요 직책에 측근 인사를 배치하면서 빠른 속도로 당내에 영향력을 넓혀갔다. ‘수직적 관계’라는 비난을 받았던 당청관계도 김 대표의 취임 이후 ‘수평적 관계’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청와대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한 것은 김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이다.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당부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김 대표가 개헌론에 불을 지핀 것이다. 김 대표가 급하게 수습에 나섰지만 청와대는 공개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상황은 정리됐지만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한동안 숨을 고르던 유 의원은 박근혜정부 2년차에 이뤄진 국정감사를 맞아 연거푸 돌직구를 날렸다. 일각에서 “너무 심한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아슬아슬한 비판이었다.

유 의원은 최근 외교부 국감에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기간에 발생한 보도자료 소동을 거론하며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묵직한 돌직구를 던졌다. 하루 뒤인 통일부 국감에선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던 북한의 최고위급 3인방의 청와대 예방 제안 거부에 대해 “그렇게 나이브한가”라고 정부의 전략부재를 질책했다.

김 대표와 유 의원 간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감정이 크게 상했다.

김 대표 측은 전당대회 출마 전부터 공공연하게 ‘유승민 사무총장설’을 내세웠고, 유 의원은 “내가 겨우 그거 하려고 이러는 줄 아는가”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유 의원이 김 대표의 상대였던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하면서 김 대표가 서운함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이후 사무총장직 임명을 두고도 두 사람은 갈등을 빚었다. 김 대표가 수차례 사무총장직을 제안했지만 유 의원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김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최근 ‘데일리안’과 만나 “유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수락했고, 김 대표도 그런 줄로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는 소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감정만 상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도전장’ 내민 유승민, 원내대표를 둘러싸고 서로 얽힌 이해관계

최근 세 사람의 인연이 또다시 얽히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연말 개각설과 맞물려 원내대표 경선전이 조기에 달아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유 의원의 차기 원내대표 도전이 그 도화선이다.

유 의원의 차기 원내대표 출마는 당 안팎에서 기정사실화처럼 인식되고 있다. 사무총장을 거부한 것도 사실상 원내대표 출마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와의 관계설정을 무시할 수 없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최근 한 그릇의 곰탕으로 어느 정도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김 대표는 우연찮게 본회의장 앞에서 유 의원과 만났다. 점심약속이 없었던 두 사람은 자연스레 국회 앞 곰탕집으로 향했고, 이어 차 한잔을 나누면서 시간가량 독대를 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에 쌓였던 오해가 많이 풀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두 번정도 더 자리를 함께 했으며, 어깨동무를 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 회복에는 오랜 정을 밑바탕으로 보고 있지만, 그에 아파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에 출마하는 유 의원 입장에서는 당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김 대표의 도움이 필요하고, 김 대표 역시 당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TK와 소장파의 지지를 받는 유 의원과 척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로가 필요로 하는 만큼 굳이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사실관계가 어떻든 간에 원조 친박이었던 두 사람이 화해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두 사람의 화해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쓴소리’로 알려진 유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최대 지지층인 TK에서 높은 인지도와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에 따라 TK의 민심이 영향을 받을 소지도 다분하다.

일각에서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차기 원내대표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지만, 유 의원을 상대로 필승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유 의원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양측이 관계를 회복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지만 속내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또다른 관계자는 “다음 원내대표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세 사람 간에 이뤄질 관계 설정의 방향이 정국 운영에 있어서 큰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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