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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뜯어 고치겠다는 국회, 포퓰리즘에 빠졌나?


입력 2014.11.13 13:57 수정 2014.11.13 14:15        김영민 기자

현재 단통법 관련 개정안 발의 총 4건…대부분 내용 중복돼 포퓰리즘식 발의 지적

분리공시, 보조금 상한 폐지, 요금인가제 폐지 등 개정안 내용도 실효성 논란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운데)와 당직자 등이 지난달 15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단통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운데)와 당직자 등이 지난달 15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단통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뭇매를 맞으면서 최근 국회의원들의 개정안 발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중복된 내용들만 잇따르고 있는데다 실효성 논란까지 나오고 있어 '포퓰리즘식' 발의 쏟아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후 40여일이 지난 현재 국회에 접수된 단통법 관련 개정안은 총 4건이며, 분리공시, 보조금 상한 폐지, 요금인가제 폐지 등이 주 내용이다.

단통법 시행 보름도 안된 지난달 14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후 3일만에 배광덕 새누리당 의원, 이달 7일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0일에는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부 의원들도 단통법 관련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2일 투표 참여 215명 중 213명의 찬성으로 통과된 단통법이 시행 초부터 폐지 여론까지 나오면서 국회는 서둘러 개정안을 쏟아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투표 당시 단 2명의 의원만이 단통법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기권을 했는데, 가장 먼저 개정안을 발의한 최 의원이 그 중 한명이다.

최 의원은 "단통법의 취지는 휴대폰 유통구조를 투명화해 통신요금 인하, 단말기 출고가 인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분리공시가 없는 단통법은 투명한 유통구조 정착이라는 법안 목적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최 의원은 또 "분리공시에 대한 '방통위 고시 무산'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산업통산자원부·규제개혁위원회 등 정부가 삼성의 편에 서서 국민의 공익을 무시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 통신시장의 유통질서 확립과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 가계통신비 인하의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7.30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배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한명숙, 심재철 의원 등 단통법 통과 당시 모두 찬성표를 던졌던 이들이 법 시행 초기부터 손질이 필요하다며 비슷한 개정안을 쏟아내는 것은 포퓰리즘식 발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한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행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조금 상한 폐지 등과 같은 법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개정안 발의는 다분히 인기영합식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며 "법 개정에 대해 의원들이 진정성을 갖고 신중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단통법과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무조건 뜯어 고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며 "국회가 단순히 여론에 휩쓸려 개정안 쏟아내기에 급급할 경우 단통법은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지난달 31일 단통법 시행 한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통법 개정 논의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유통업자, 제조사 등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어 아주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말하며 의원들의 개정안 발의가 단통법 안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발의된 단통법 개정안 내용도 실효성 논란

현재까지 발의된 단통법 관련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분리공시는 지원금(보조금) 공시를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분리해 하자는 것인데, 단통법 입법 과정에서 제조사들이 "장려금 규모를 공시하면 해외 이통사에 영업비밀을 노출시키게 된다"며 반발해 빠진 내용이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분리공시를 할 경우 지원금 규모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해당사자간 극명한 온도차가 있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공시가 되더라도 이통사와 제조사가 소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경우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입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며 "분리공시는 단통법 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보조금 상한 폐지는 단통법 취지와 상반되는 정책이라는 평가다. 보조금 상한은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막고 요금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를 폐지할 경우 다시 시장이 혼탁해지고 이 비용은 다시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조금 상한을 폐지하더라도 이통사나 제조사가 보조금 규모를 늘리지 않는다면 폐지 의미도 상실된다. 따라서 보조금 상한 폐지보다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요금인가제 폐지는 단통법과 사실상 연관성이 없는데 끼워넣기식으로 발의됐다는 지적이다. 요금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의 요금을 정부가 인가하면 후발사업자들이 이보다 낮은 요금제를 내놔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종의 견제장치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인가제 폐지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지원금과 요금정책을 시장 환경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이익 극대화 구현을 위한 자율권 및 권한만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단통법 개정은 투명한 시장 속에서 요금과 출고가 인하를 유도해 가계 통신비를 줄이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까지 나온 개정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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