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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비교? 박지성, 차범근 넘었을까


입력 2014.11.01 08:26 수정 2014.11.01 08:30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차범근 독일-박지성 잉글랜드 무대 호령

탈아시아급 스타, 우열 가릴 수 없는 전설

차범근은 독일의 축구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도 존경을 표할 정도로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 연합뉴스 차범근은 독일의 축구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도 존경을 표할 정도로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 연합뉴스

독일 전국구 스타 차범근

차범근(61) 별명은 ‘갈색 폭격기’다. 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하면서 얻은 수식어다.

차범근을 경험했던 유럽 수비수들은 “구릿빛 물체가 섬광처럼 지나갔다”고 아연실색했다. 간결한 드리블과 반 박자 빠른 포탄으로 적진을 단숨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차범근의 또 다른 별명 차붐의 붐(Bum)도 독일어로 폭발 굉음을 뜻하는 의성어다. 한 마디로 장갑차 같은 공격수였다.

차범근은 독일역사학회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선수 반열에도 올라섰다. 1980년 프랑크푸르트, 1988년 레버쿠젠을 유럽클럽 대항전 정상으로 이끈 공로가 크다.

‘독일 전국구 스타’ 차범근은 유럽 축구선수들에게 영감을 심어줬다. 마이클 오언, 위르겐 클린스만, 올리버 칸, 미하엘 발락 등은 공식 석상에서 “축구 실력은 물론 인간적으로도 차붐을 존경한다”고 말한 바 있다.

차범근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을 24년 만에 우승시킨 뢰브 감독과도 절친 사이다. 바쁜 월드컵 기간 중 뢰브와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눌 정도다.


영국 전국구 스타 박지성

차범근이 20세기 아시아 전설이라면 박지성(33·맨유 엠비서더)은 21세기 아시아 전설이다.

박지성은 ‘영국의 상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7년간 뛰며 제2의 맨유 전성기를 이끌었다. 프랑스 평론가는 “공격에 박지성, 허리에 박지성, 수비에 박지성이 있다”는 말로 경의를 표했다.

박지성은 영국에서 2개의 심장, 산소탱크 등의 별명을 얻었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불태웠다. 매 경기 쉼 없이 달리며 적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지금 영국 현지에서는 “맨유가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그 원인 중 하나로 “박지성과 같은 다용도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박지성은 맨유의 메딕이었다. 스타크래프트 메딕처럼 전투 중인 동료를 치료하고 도왔다. 한 발 더 뛰어 동료의 체력을 세이브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그만큼 맨유에서 박지성 존재감은 뚜렷하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박지성-김민지 부부. ⓒ 배성재 트위터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박지성-김민지 부부. ⓒ 배성재 트위터

맨유는 이런 업적을 기리기 위해 최근 박지성을 앰버서더(Ambassador)에 위촉했다. 역대 앰버서더엔 보비 찰튼, 데니스 로, 브라이언 롭슨 등 대부분 ‘영국계’로 구성돼있다. 또 전부 유럽인이다. 박지성은 비유럽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 맨유 전설에 등극했다.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로이 킨, 칸토나, 베컴, 호날두, 반니스텔루이 등 많은 스타가 맨유를 거쳐 갔다. 이 가운데 맨유가 박지성을 기억하고 ‘맨유의 얼굴’로 기용했다.

맨유의 아버지 알렉스 퍼거슨(72·은퇴)은 박지성 앰버서더 위촉식에 참석, 제자를 격려했다. 퍼거슨은 “어떤 임무를 주어도 빈틈없이 수행했다”며 “특히 피를로를 그라운드에서 지웠다. 내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 중 하나다”고 박지성의 재능에 경의를 표했다.

퍼거슨이 어떤 인물인가.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영국 축구계의 대부다. 그런 퍼거슨이 동방에서 온 작은 거인을 '친손자'처럼 아꼈다.

퍼거슨은 지난 2012년 맨유를 떠난 박지성에게 자필 편지도 썼다. “시한부 무릎이 걱정돼 꾸준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 맨유 임원과 동료들 모두 널 그리워한다”며 “내가 가르친 선수 중 가장 프로페셔널 했다. 어느 곳에 가든지 성공을 빈다. 축구와 관련돼 고민거리가 있으면 전화해라”고 적었다.

이처럼 우리는 20세기 전설 차범근과 21세기 전설 박지성을 보유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이 그토록 부르짖은 탈 아시아는 이미 한국이 이뤄냈다.

미하엘 발락은 2002 월드컵 당시 “여기가 차붐의 나라입니까”라고 물었다. 30년 후 웨인 루니가 박지성을 보러 한국을 방문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박지성 vs 차범근 비교는 무의미하다. 공격 스타일도 다르고 동시대 인물도 아니다. 우리는 위대한 차붐과 살신성인 박지성을 가졌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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