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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M, 중국이 왜 '웹드라마'에 뛰어들었나


입력 2014.10.31 10:16 수정 2014.10.31 10:21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세대와 장르 확장 여부가 관건

삼성이 제작한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 출연진들이 2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배우 이선진, 최성국, 가수 홍경민,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민아, 배우 서강준, 가수 홍경민.ⓒ데일리안 남궁민관 기자 삼성이 제작한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 출연진들이 2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배우 이선진, 최성국, 가수 홍경민,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민아, 배우 서강준, 가수 홍경민.ⓒ데일리안 남궁민관 기자

웹드라마는 기존 주류 방송에서 비켜 있던 아웃사이더들의 저항이자 혁명의 도화선이 될까. 아니면 최근 화제가 되는 것과 달리 찻잔 속의 폭풍으로 기존 방송 시스템에는 새발의 피에 불과해질까. 일단 기업이나 연예기획사가 웹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중국에서 웹 드라마에 주목하는 이유와 맞물려 있다.

삼성화재에서는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함께 매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이해교육 드라마를 만들어 왔다. 올해로 벌써 여섯번째 작품 '하늘 벽에 오르다'가 선을 보였다. 드라마 제작은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강화하는 홍보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 가운데 대중적인 드라마를 통해 흥미와 몰입을 이끌어 설득력을 높이려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이 드라마의 소구대상은 청소년, 신세대들이었다. 처음에 이 드라마는 좀 짧은 분량 때문에 기존 드라마에 비교할 때, 드라마의 면모를 덜 갖춘 것 같았지만 이제 이 드라마는 웹드라마의 잠재성을 갖게 되었다. 이동 간에 젊은 세대가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의 방식을 지향해야할 모바일 환경이기 때문이다. 애써 스낵컬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말로 하면 자투리 드라마가 되겠다.

지난 28일, 삼성은 웹드라마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월 SNS에 공개한 다큐멘터리 방식의 '줌임삼성'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으로 대중적인 드라마 방식을 결합해 보인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웹드라마의 참여와 제작은 이는 기업의 홍보방식이 전면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뜻하는 단적인 징표였다.

그간 다른 기업들도 웹드라마를 선보였다. 이는 몰래카메라 방식의 바이럴 광고같은 영상 홍보물보다 더 나아간 SNS 콘텐츠였다. 많은 매체들은 교보생명의 '러브 인 메모리', 죠스떡볶이의 '매콤한 인생', G마켓의 '모모살롱', 중소기업청의 '꿈꾸는 대표님'을 눈길을 끈 기업의 웹드라마로 꼽는다.

웹드라마를 기업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자사의 브랜드와 로고, 제도와 조직, 그리고 공간을 마음대로 드라마에 삽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웹은 방송이 아니기 떼문에 당연한 노릇이다. 더구나 잘만하면 기존의 광고보다 효과가 높을 수 있다. 특히, 방송은 한계가 있는 효과, 즉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도는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도 기할 수 있다. 물론 전제는 재미와 흥미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웹드라마는 일단 단순히 매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광고가 아니라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인 홍보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간접적인 홍보 방식은 광고의 냄새를 없애면서 오히려 광고 효과를 더 누리려는 것으로 관건은 재미와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재미와 흥미의 와중에 몰입을 이끌어내고, 그 가운데 무의식 속에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한다.

기업의 영상 광고는 방송을 염두에 둔다. 방송은 드라마를 만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둔다. 사람의 눈길을 잡아두고, 기업은 이때 광고시간을 확보하며,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한다. 기업은 광고 시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 비용으로 방송은 수익을 확보했다. 이는 드라마 시청률 경쟁이 일어나는 이유였다. 그러나 기업의 웹드라마는 이런 광고와 드라마의 분리를 종결시켰다.

기업은 광고 플랫폼으로 SNS를 방송 대신 선택했다. 방송에서 커버할 수 없는 젊은 층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방송은 올드세대들이 좌우하는 매체이며, 모바일로 새로운 세대가 이동했거나 이동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웹드라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기업이 타켓으로 삼는 대상은 젊은층만은 아니다. 웹드라마는 자칫 기업의 고객 가운데 젊은층만을 겨냥한 홍보 방식에 한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의 고객이 주로 젊은층이라면 이야기는 훨씬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웹드라마에 관심을 보이는 주체에는 SM, YG, JYP 같은 연예기획사들도 있다. 뮤직비디오제작 비용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획사들은 단지 연예인이나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종합콘텐츠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자사의 연예인들은 단지 가수가 아니라 영화배우이자 연기자로 훈련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기획사들이 영화와 드라마에 진출할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기존의 영화와 방송의 영역에서 자유로운 영역이 바로 이 웹드라마라고 할수 있다. 그것이 어떻게 폭발력을 갖는가에 따라서 기존의 영상콘텐츠 질서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들도 웹드라마가 성공한다면 기존 방송사에서 드라마 편성 시간을 따내기 위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자기 스스로 제작 유통 소비시킬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 할 수도 있겠다.

중국에서도 웹드라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존 방송체제의 한계를 딛고 새로운 질서 속에서 편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국의 콘텐츠 제작사나 연예기획사에 좋은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의 드라마는 대개 재미가 없다. 정부의 정책과 기조를 알리는 홍보성 드라마도 많다.

무엇보다 새로운 세대들에게 소구하거나 어필할 수 없는 낡은 스토리와 소재를 갖고 있고 규제가 많기 때문에 자유로운 창작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젊은 층의 기호와 취향을 담아낼 수가 없다. 따라서 웹드라마 영역은 덜 규제가 존재하고 이는 새로운 콘텐츠 창작과 소비의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화권에서 널리 히트를 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지상파 방송사가 아니라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 공개가 되었다.

더구나 중국은 지역이 매우 넓기 때문에 하나의 방송사가 전국을 커버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은 중국 대륙을 넘어서 거대한 인구가 존재하는 중화지역을 모두 포괄할 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별에서 온 그대’의 뷰가 전세계 팬들이 즐겨본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뷰 보다 10억 뷰 이상 많았다. 웹드라마 ‘방과후 복불복’의 경우 중국의 한 포털 닷컴에서 천만 가까운 뷰를 기록했고, 김범이 출연한 웹드라마 ‘미시대’는 수억에 이르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맥락을 따라가자면 지상파의 웹드라마는 지상명령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은 인터넷 자체의 소비 논리를 따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KBS '간서치 열전‘의 경우 포털에서는 화제가 많이 되었지만 정작 시청률은 2.7%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포털을 통해 공개가 될 것인데 애써 본방을 사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광고를 통해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지상파의 특성과 맞물리는 점이라고 보겠다. 이는 비단 지상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현재 웹드라마가 독자적인 수익모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리보기 유료화 등 여러 가지 유료모델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는 좀 더 지켜보아야할 문제다. 워낙 인터넷이 공짜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에서 화제가 많이 되지만 정작 그 실질적인 효과를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명한 아이돌 스타 등의 기용은 당장에 화제는 많이 된다.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외연을 축소시킨다. 아직 웹드라마 스타일은 소비층과 맞물려 충성도를 자랑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블록버스터 즉, 킬러 콘텐츠가 아직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싸이더스 HQ가 만든 장혁·김우빈·김유정 주연의 첫 웹드라마 ‘연애세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웹드라마는 잠재적 가능성이 많기는 하지만 그것을 실체화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보겠다. 전세대를 포괄할수록 유리하지만 웹드라마는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취업, 직장, 스릴러, 판타지, 연애 로맨스, 좀비 뱀파이어물 등 장르적 속성이 강한 영역에 머물러 있다.

그것을 어떻게 확장시키는가 하는 점은 바로 세대구성의 변화와 주류 문화층이 어떻게 바뀌는가에 달려 있다. 섣부른 판단이나 행위에 따른 당장의 효과를 기하는 데는 여전히 조급함이 적이다. 또한 기존 방송은 아니지만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문화 권력자인 포털을 넘어야 한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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