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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CEO는 호남선을 타고…지역구도 지각변동


입력 2014.10.29 09:19 수정 2014.10.29 09:31        이충재 기자

윤종규 KB회장 선임으로 'TK 독주' 끊어지나 주목

KB금융 내부모습. 사진=데일리안 KB금융 내부모습. 사진=데일리안

금융권의 ‘지역구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꿰차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비(非)PK-TK’ 인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관치’논란의 여파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특정지역 출신 금융맨들이 기를 펼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부각된 인물은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윤종규 KB금융지주 부사장이다. 윤 내정자는 국내 4대금융 지주 수장 가운데 ‘첫 호남 출신’으로 금융권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전남 나주 출신인데다 현 정권에 특별한 인맥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인선 과정에서 막판 뒷심을 발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KB사태가 관치금융의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변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 때문에 이번 KB수장 선출 과정에서 최대 관심은 표면적으로는 외부 출신의 인사가 오느냐 아니면 KB금융 내부 출신 인사가 뽑히느냐에 쏠렸지만, 금융권 내에서는 ‘TK 대 비TK’의 대결 구도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특정 지역출신 인사들이 자리(회장 행장 등)를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이번 인사에서도 그런 부분이 고려됐을 것”이라며 “능력이 우선이지만, 지역안배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도 호남 출신 첫 금융지주 회장이라는 의미에 대해 “(특정지역 출신이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나에 대한 내정 자체가 인사의 탕평과 화합을 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내정자 외에 하나, 신한, 우리금융지주 등의 그룹 회장과 은행장은 모두 TK-PK출신이다.

아울러 한국씨티은행 신임 행장으로 내정된 박진회 수석부행장도 전남 강진 출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 신임 행장은 이미 씨티그룹의 후계자 양성제도에 맞춰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최근 금융권에 ‘비TK’ 인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과거에 비해 청와대나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작용했다. “00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후진적인 관치금융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 역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사태 이후 경영진 인선과정에서 당국의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가 읽힌다”며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특정인에 대한 압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만큼 KB사태 이후 각 금융회사의 경영진을 뽑는데 내부 판단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회장-행장 선임 이후 이어질 계열사 사장과 임원 인사 등 ‘인사 2부리그’를 더욱 눈여겨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언론 등에서 갖는 관심이 적기 때문에 눈에 띄진 않지만 치열한 ‘금융지역주의’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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