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생명 ·화재 주식 취득 …경영권 방어?
삼성생명·화재 보유주식 없었으나 각 0.1%씩 취득 추진 …'경영권 승계' 연계성에 주목
재계 "경영권승계 안정적, 큰 의미없다" …삼성측 "향후 추가 매입계획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0.1%씩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나 후계구도와의 연계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에대해 삼성측에선 극히 미미한 지분으로, 경영권과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 측은 금융감독 당국에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인수와 관련한 법적 검토 등을 요청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6월 말 기준 보유하던 삼성자산운용 지분 7.7%를 삼성생명에 넘기고 252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0.1%씩 취득하려고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자산운용의 인수·합병(M&A) 등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보험사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주주가 처음 주식을 취득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로는 1% 이상 변동 때마다 승인을 받으면 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20.76%)이다.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19.34%의 지분율로 2대 주주이며 삼성문화재단(4.68%)과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이 특수관계인으로 올라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이 14.98%, 삼성문화재단 3.06%, 삼성복지재단 0.36%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18.41%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생명 지분 0.1%를 취득하게 되면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오르게 된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취득은 아버지인 이 회장의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리를 이어받아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 일가가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의 2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0%)이다. 일각에서는 중간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염두에 두고 이 부회장이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인수가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있다거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지분을 취득해야 할 필요성은 없는 상황”이라며 “경영권 승계는 이 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주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돼 추가로 지분을 인수할 필요성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삼성 관계자도 “각 0.1%씩 취득하는 것인데, (경영권 방어 및 승계와)큰 의미없다"면서 "향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매입할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는 삼성이 지배하기엔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갖고 있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된다. 금융지주회사를 만들 필요도 없다”며 “이 부회장으로선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을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3세 경영 체제의 본격화를 고려한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으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이 회장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바뀌는 지분 변화가 만에 하나 생긴다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받으며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지분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자금이 있다면 삼성생명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추후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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