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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쟁으로 사분오열' 교포사회, 유태인과 화교가 웃는다


입력 2014.10.27 11:10 수정 2014.10.27 19:57        데스크 (desk@dailian.co.kr)

<굿소사이어티 칼럼>자국 대통령 환영도 코드따라

지지정당 따라 싸우고 지지후보 따라 또 싸우고

해외 한인사회가 과잉 정치화돼 있는 것일까?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뉴욕 방문을 지켜보면서 새삼 이런 생각을 떠올려봤다.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지난 9월 하순 뉴욕을 방문했다. 이때 미시USA는 뉴욕타임즈에 한국정부를 비방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또 미주지역 일부 교민들은 뉴욕총영사관 앞과 맨하튼에서 한국 정부와 박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박 대통령 방문 당시 시위를 국내의 종편 MBN 뉴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한인 수십 명이 거리 행진을 벌입니다. 팻말에는 입에 담기 섬뜩한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박 대통령을 겨냥해 '살인마'라는 표현에 '죽어라'는 막말까지 적혀 있습니다. 영어로 쓴 팻말에는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보입니다."

대통령이 코드에 맞으면 환영하고, 아니면 시위 벌인다?

박 대통령의 방미 때 교민사회의 반정부 시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주지역 전현직 한인회장들의 모임인 미주한인총연합회(회장 이정순)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시위를 준비하는 교민들에게 자제를 호소했다.

친정부 단체들은 길거리 환영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평통 뉴욕협의회와 필라델피아협의회,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동북부지회, 뉴욕광복회 등과 같은 한인단체들이었다. 이들은 박대통령의 리무진이 통과하는 시간에 맞춰 맨하탄 52가와 53가 사이 렉싱턴 애비뉴에서 환영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태극기, 성조기, 유엔기 등을 들고 박 대통령을 맞았다.

하지만 뉴욕한인회(회장 민승기)는 환영행사에 참가하지 못했다. 환영행사 일정을 몰라서 가두에 나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뉴욕한인회는 뉴욕총영사관이 환영일정을 알려주지 않은 데 반발해, 대통령 귀국직후 뉴욕총영사관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뉴욕에서 벌어진 이런 일련의 소동을 지켜보면서 해외 한국사회가 너무 정치화 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새삼 했다.

모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오면 환영하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생각하는 코드에 맞다 싶으면 환영하고, 아니면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뉴스프로'가 22일자로 게재한 '뉴욕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시위' 기사 인터넷 화면 캡처. '뉴스프로'가 22일자로 게재한 '뉴욕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시위' 기사 인터넷 화면 캡처.

지난 대선 때 처음 행사된 재외국민 참정권의 명암

흔히 해외 교민사회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지역갈등, 세대갈등 등 한국사회의 다양한 갈등이 판박이같이 투영돼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정치적 갈등까지 덧보태졌다. 이것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더 뚜렷해졌다. 지난 대선에서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한국여권을 가진 교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해외한인사회는 친여당, 친야당으로 갈라졌다. 대선 후보에 따라서도 갈렸다. 여야 후보를 지지하는 다양한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교민사회를 이합집산시켰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해외에 다양한 지지모임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민사회가 모국인 한국과 정치적으로 깊이 있는 연결고리를 갖게 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한편에서는 편가르기가 이뤄진 것도 사실이지만, 또 한편에서는 모국과 상생할 수 있는 정치적 기틀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한 사회에서 정치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각종 현안을 해결하고 정책을 결정해 그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경제는 해외의존도가 높은 구조이다. 생존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없고, 해외 한인사회는 그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데 필요한 해외의 경험도 해외 한인사회가 전해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재외국민 참정권은 한국의 정치권이 해외한인사회의 역할에 주목하고, 해외한인사회도 모국과 상생하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교민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모국과의 상생 방법은?

그럼 해외한인사회를 어떻게 통합하고, 모국과 상생의 관계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 그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건강한 한인커뮤니티’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고, 자체로 여론 정화작용도 이뤄지는 커뮤니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태인이나 화교(華僑) 커뮤니티는 우리와는 달리 민간 중심이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유태인사회가 중심이 된 해외유태인커뮤니티는 2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커뮤니티의 지속을 위해 자체기금을 조성, 2세들의 이스라엘 방문을 지원하고 있다. 성인이 될 무렵의 청년들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도록 유태인 기금이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유태인 2세들의 권리가 돼 있다. 이른바 생득권(Birthright)이다. 이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화교 커뮤니티도 민간 주도로 화상 대회를 개최하면서, 교류를 강화하고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특히 동남아에서의 화교상권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이들 화교 네트워크의 힘을 빌려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들 유태인사회와 화교사회는 민간이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해외한인사회의 역사가 길지 않다 보니 정부 주도로 네트워크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한인회장대회와 세계한상대회,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대회 같은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해외한인사회의 네트워크 지원을 위해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세계한인회장대회와 세계한상대회는 재외동포재단이 개최하는 것으로, 재단의 출범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의 해외자문위원은 재외공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사실상 해외유지인사들의 모임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공관을 뒷받침하는친정부 단체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민주평통과 달리 한인회는 자생적인 단체다. 중국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에서는 무역협회가 상공인단체를 지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계 각지의 상공인회도 자생적인 성격의 단체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자생적이다 보니 재정적으로 열악한 환경인 경우가 적지 않다.

회비나 자체 수입으로 재정을 꾸려가기가 어렵고, 회장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회장의 영향력이 강해 쉽게 말썽이 생기고, 교민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핵심은 이 같은 한인회와 상공인회를 보다 건강하게 육성해 한인커뮤니티의 중심축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민사회의 통합은 다양한 의견들이 조화를 이루며, 커뮤니티를 발전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교민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면, 교민사회도 달라질 것이 틀림없다. 교민사회에 흠집을 내는 목소리도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고, 모국과의 상생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교민사회 스스로도 한인회와 상공인회가 교민사회의 중심축으로 바로 서도록 힘을 모아야 하지만, 한국 정부 역시 재외공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그 같은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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