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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담수화 산업이 뜬다…"바닷물을 블루골드로"


입력 2014.10.25 09:00 수정 2014.10.25 10:09        박영국 기자

세계 담수화시장 매년 6% 증가세로 각광

포스코, 광양에 하루 3만t 처리능력 해수담수화 설비 준공

광양제철소 동호안에 설치된 국내 최초 3만t 규모의 해수담수화 상용화 설비 모습.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주는 이 설비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하루 3만t의 산업용수를 대체 공급받을 수 있다.ⓒ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에 설치된 국내 최초 3만t 규모의 해수담수화 상용화 설비 모습.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주는 이 설비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하루 3만t의 산업용수를 대체 공급받을 수 있다.ⓒ포스코

바닷물이 지구의 3분의 2를 뒤덮고 있지만 사람들은 늘상 ‘물 부족 위기’를 논한다. 인류가 마시고, 씻고, 물건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물은 민물, 즉 담수(淡水)고, 나트륨 등 각종 용해물질이 함유된 바닷물은 그런 일에는 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물 중 97%는 바닷물이고, 담수의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그나마 빙하를 제외하면 실제 사용 가능한 담수는 1%에도 못 미친다.

이는 역설적으로 물 부족 위기가 심화될수록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 사업’이 그만큼 유망하다는 의미도 된다. 무한에 가까운 원료로 귀중한 자원인 이른바 ‘블루골드(blue gold)’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수담수화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매년 6%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각광받는 분야로 꼽힌다. 시장규모 역시 2007년 120억 달러에서 2025년 44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미래성장산업이다.

수자원이 풍부한 편인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물부족 현상이 크게 와 닿고 있진 않지만, 대량의 공업용수가 소요되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해수담수화 설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하루 3만t의 바닷물을 담수로 전환할 수 있는 해수담수화 상용화 설비를 준공했다. 이는 광양제철소가 매일 공급받는 공업용수의 13%에 해당한다.

포스코가 광양 지역에서 소비하는 공업용수는 기존 23만t 외에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포스코는 광양 동호안에 합성천연가스(SNG) 공장을 신설하고 있으며, 포스코 계열사인 SNNC는 2기 니켈 제련설비 능력을 증강하고 있다. 또, 침상코크스 공장도 2015년 초 준공을 앞두고 있어 신규사업 착수에 따라 필요한 산업용수량이 대폭 늘었다.

광양제철소는 인근 지역의 부족한 수자원을 감안, 신규 공장에 양질의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해수담수화 기술을 대안으로 선택했고, 마침내 지난 9월 3일 국내 최초로 하루 3만t 용량의 상용 플랜트가 완공됐다.

초기엔 증발방식 사용…경제성 우수한 역삼투방식으로 발전

광양제철소의 해수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소비가 적은 역삼투압 방식으로,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로 상용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초기 해수담수화 기술은 열을 가해 수증기를 응축하는 증발방식 위주였다.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더러운 물을 주전자에 끓여 뚜껑에 방울방울 붙은 물(수증기가 응축돼 만들어진)을 모으면 깨끗한 물이 되는 식이다.

증발식 기술이 처음 상용화된 건 1960년대 하루 4000t급의 설비를 가동하면서부터다. 현재 중동을 중심으로 남유럽과 미국 등에 많이 보급된 이 공법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

현재 한국의 두산중공업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실적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에너지가 많이 들어 중동 산유국 등 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에서나 유용한 기술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인 해수담수화 기술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 바로 ‘역삼투(reverse osmosis)’ 방식으로, 삼투현상을 활용해 담수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삼투, 삼투압, 역삼투 개념도.ⓒ포스코 삼투, 삼투압, 역삼투 개념도.ⓒ포스코

삼투현상이란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물이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이동하는 현상이며, 이때 수두차(水頭差)를 삼투압이라 한다. 삼투현상으로 수위가 높아진 쪽에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하면 물은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이동하는데, 이동방향이 삼투현상의 반대이므로 역삼투라 부르는 것이다.

역삼투막은 1950년대 말 미국의 로엡(Loeb)과 소리라잔(Sourirajan) 박사가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후 막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한 결과, 염분리 성능과 담수 생산량이 크게 향상됐고 에너지 회수기술이 접목되면서 현재는 증발식보다 우수한 경제성을 확보하게 됐다.

최근 세계시장에서 역삼투법의 점유율은 약 60%를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인 역삼투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취수 및 배수 시설, 전처리시설과 역삼투시스템 등 여러 단위공정으로 이뤄진다.

바닷물에 포함된 플랑크톤이나 부유물질 등은 전처리설비를 통과하면서 걸러진다. 특히 광양플랜트의 전처리설비는 섬진강에서 유입되는 부유물질 등과 여름철 급격히 발생하는 적조 등을 제거하기 위한 가압부상조(DAF)와 한외여과막(UF)으로 구성돼 있어 투입되는 물의 환경변화에도 안정적인 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의 광양 해수담수화 플랜트 개념도.ⓒ포스코 포스코의 광양 해수담수화 플랜트 개념도.ⓒ포스코

전처리설비에서 부유물질을 거른 후의 바닷물에는 염분이 남아 있는데 이를 50bar 이상의 고압펌프를 사용해 역삼투막을 통과시키면 물 성분만 막을 통과해 담수로 생산되며 막을 통과하지 못한 염분은 농축돼 농축수가 발생한다.

역삼투 방식의 해수담수화 플랜트에는 고압펌프를 사용하므로 전기에너지 소모가 많지만, 광양 플랜트에서는 전기에너지를 절감하는 압력회수용 장치와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한외여과막 처리수조와 역삼투 공급펌프를 없애는 직결식 기술이 적용돼 투자비와 운전비 절감에도 성공했다.

이를 위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지난 3년간의 신기술연구조합 과제를 수행하며 설비와 에너지 절감기술을 개발해 왔다.

상용 플랜트 인근에 구축한 하루 100t 생산규모의 파일럿 설비를 검증한 결과, 1t 담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는 3.0㎾h 이하, 회수율은 55%를 기록해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그룹은 국내 최초 상용화 및 독자적인 설계능력 확보라는 성과를 올렸다. GE·Ondeo·Veolia 등 굴지의 업체가 해외시장을 주도하고, 국내 대기업들 역시 관련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듭해온 가운데 일군 결과임에 더욱 주목할 만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양 플랜트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용수 공급 실적을 확보하면 국내는 물론 중국·중동국가 등 물을 필요로 하는 지역의 시장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역삼투 기술은 산업체의 폐수 재활용, 폐수 무방류 등에도 적용할 수 있으므로 관련분야에 미칠 파급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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