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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은 눈먼 돈"…법인카드는 '범인카드'


입력 2014.10.22 11:35 수정 2014.10.22 13:08        윤정선 기자

접대비 실명제 폐지돼 사실상 카드이용내역 훑어보는 게 전부

클린카드 도입이 능사 될 수 없어…상시 감시체계 갖춰야

올해도 어김없이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라왔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올해도 어김없이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라왔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드러나면서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쓰는 공직자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딱 그때까지만이다.

이에 일부에선 부적절한 카드사용을 막기 위해 클린카드 의무화와 더불어 결제내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상시 감시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 혈세를 쓰는 만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법인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64조5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6% 늘었다.

공직자의 천태만상 법인카드 부정사용만 봤을 때 법인 신용카드 사용금액 증가에는 공공기관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토연구원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유흥주점에서 3851만원을 사용했다. 특히 국토연구원이 사용한 법인카드 143장 중 클린카드는 없었다.

법인카드의 부적절한 사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신입사원이 법인카드로 허위 결제를 일으킨 뒤 가맹점과 짜고 현금을 받아 챙기는 이른바 카드깡 범죄도 드러난 바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막고자 지난 2005년부터 클린카드를 도입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떨어지고 우회할 방법이 존재해 사실상 공직자 양심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클린카드는 룸살롱,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 불건전 업소에서 사용할 수 없다. 아울러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는 어느 가맹점에서든 결제가 안 되된다. 이 때문에 공직자의 법인카드 사용처를 제한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으로 꼽힌다.

또한, 지난 2004년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하는 법인의 접대비에 대해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지출 증빙을 기록·보관하도록 하는 '접대비 실명제'가 있었지만, 지난 2009년 실효성이 적다는 이유에서 폐지됐다.

사실상 클린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디서 무엇을 결제하든 제약을 받지 않는 셈이다. 이는 결제 이후에야 법인카드 사용처를 두고 시시비비를 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클린카드 사용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어떤 카드가 됐든 우회할 수 있는 사각지대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클린카드는 새벽시간에 결제가 안 되기 때문에 예상 결제금액이나 그 이상을 긁는 방식으로 제약을 피해가기도 한다"면서 "결국 카드 이용자의 윤리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반쪽자리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클린카드는 점심 먹을 때만 쓰고, 다른 법인카드는 저녁 술자리용으로 쓰는 사례도 있다"면서 "법인카드 모두 클린카드가 아닌 이상 불건전 업소에서 카드 사용을 완벽하게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법인카드 사용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카드결제 내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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