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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로하스 프로그램...힐링에 생활습관까지 변화


입력 2014.10.22 10:39 수정 2014.10.22 16:52        괴산(충북) =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충북 괴산에 위치한 풀무원 연수원 '로하스 아카데미' 프로그램 체험기

휴대전화·술·담배 금지…'나를 위한' 의식주가 기업이념과 일맥상통

충북 괴산에 위치한 풀무원 연수원 '로하스(LOHAS) 아카데미' 3동(패시브하우스·본동(식당 등)·원경선기념관) 중 친환경건축물로 유명한 패시브하우스의 모습. 패시브하우스 앞에서 개량한복을 입은 입소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충북 괴산에 위치한 풀무원 연수원 '로하스(LOHAS) 아카데미' 3동(패시브하우스·본동(식당 등)·원경선기념관) 중 친환경건축물로 유명한 패시브하우스의 모습. 패시브하우스 앞에서 개량한복을 입은 입소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로하스 아카데미에서는 식사시간마다 당일 메뉴와 일정량, 먹는 방법 등을 소개해준다. 18일 로하스 아카데미에 도착해 먹은 첫 점심은 현미밥, 들깨미역국, 두부 2조각, 버섯소스 낙지볶음, 도라지오이사과무침, 김치, 파인애플드레싱을 얹은 유기농샐러드 등이었다.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로하스 아카데미에서는 식사시간마다 당일 메뉴와 일정량, 먹는 방법 등을 소개해준다. 18일 로하스 아카데미에 도착해 먹은 첫 점심은 현미밥, 들깨미역국, 두부 2조각, 버섯소스 낙지볶음, 도라지오이사과무침, 김치, 파인애플드레싱을 얹은 유기농샐러드 등이었다.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대다수 기업들은 일년에 몇 차례 자사 기업연수원에서 직원들을 교육하는 시간을 갖는다. 프로그램은 비슷하다. 짐을 푼 직원들은 대강당에 오밀조밀하게 앉고 유명강사 등이 나서 기업이념과 향후 발전방향 등에 대해 설명한다. 삼삼오오 즐거운 술자리를 즐긴다. 그렇게 교육은 끝이 난다. 생각해보자. 기업교육은 반드시 강의와 술자리가 포함돼야만 할까. 교육이 끝나고 일상생활로 돌아왔을 때도 기업이념을 되새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충북 괴산에 위치한 풀무원 연수원 '로하스(LOHAS) 아카데미'에서 풀무원 직원들의 연수 프로그램을 체험해봤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프로그램은 의식주, 그 자체였다. 나를 위해 입고, 먹고, 자는 것이 곧 기업이념을 실천하는 일이 됐다. 편한 옷을 입고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연수원 안팎을 돌아다니다가 끼니 때가 되면 잘 차려진 건강식을 먹으면 됐다. 휴대전화, 술, 담배 등은 금지됐다.

풀무원은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바른먹거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로하스의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로하스는 '라이프스타일 오브 헬스 앤드 서스테이너빌리티(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의 줄임말로 △개인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챙기고 △후대에게 물려줄 환경을 고려한 친환경적 소비 행동을 하는 것 등을 포괄적으로 칭한다.

입소 시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로하스는 '주'다. 서울에서 약 3시간을 달려 마주친 로하스농장과 3동(패시브하우스·본동(식당 등)·원경선기념관)으로 이뤄진 로하스 아카데미의 전경을 바라보는 첫 느낌은 '첩첩산중에 있는 외딴집'이다. 그만큼 이곳은 도시보다는 자연과 가깝다. 주차장에서 내려 입소자들이 묵는 '패시브(Passive·수동적인)하우스'까지는 걸어서 약 100m 정도 떨어져있다. 경사는 30도 정도로 짐을 들고 걷다보면 어느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풀무원이 지난해 12월 완공한 친환경건축물 패시브하우스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면적 3251m² 규모로 독일의 유명 패시브하우스 건축가인 게르노트 발렌틴(Gernot Vallentin)이 설계했다. 1991년 독일에서 짓기 시작한 패시브하우스는 첨단단열공법을 이용해 태양광이나 지열 등이 외부로 새는 것을 방지한다. 때문에 일반 건축물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80~90% 적다.

풀무원 로하스 프로그램의 주목적은 힐링, 즉 '나에 대한 집중'이다. 이에 따라 각 방에는 TV가 없고 휴대전화는 입소와 함께 의무적으로 교육 운영자에게 반납하는 게 원칙이다. 휴대전화 반납 후 어디선가 진동이 울리는 것 같은 금단현상이 오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도때도 없이 울리던 카카오톡이나 문자, 각종 뉴스속보에서 벗어나 눈과 귀가 가볍다. 여기에 '의'가 추가된다. 활동하기 편한 개량한복을 받아 입고 나면 속세와 연을 끊은 느낌마저 든다.

'주'와 '의'까지 변신한 뒤 백미는 '식'이다. 삼시세끼마다 영양사가 당일 메뉴를 소개해주고 '로하스 매직 30(LA magic 30)'과 '로하스건강신호등'에 근거한 먹는 방법을 소개한다. 로하스 매직 30은 △30% 적게 먹기 △30번씩 씹기 △30분 동안 식사하기, 로하스건강신호등은 △단백질(두부·고기·생선) △건강 맛(저염 채소반찬) △탄수화물(밥·국·김치) 순으로 먹길 권하는 내용이다. 식탁 위에는 30분간 온전히 먹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래시계가 놓여있다.

신체적·정신적 운동도 이뤄진다. 정신적 운동은 요가, 신체적 운동은 조를 이뤄 1시간 동안 로하스 아카데미 곳곳을 누비는 '런닝맨 게임'으로 진행된다. 게임에서 이기기위해 정신없이 걷다보면 몸 전체에서 땀이 흥건히 묻어난다. 이외에 인바디 측정과 이를 토대로 한 상담도 준비돼있다. 활동 앞뒤로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산책은 물론 탁구와 배드민턴 같은 가벼운 운동을 즐길 수 있고 밤에는 별자리 관측도 가능하다.

풀무원은 여기에 기업이념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단으로 딱딱한 강의 대신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기념관을 택했다. 풀무원 창립자인 고 원경선 원장의 유품 등이 전시된 원경선기념관이 그것이다. 원 원장은 지난해 100세로 타계했다. 기념관에는 설명을 도맡는 가이드가 있으며 다른 전시관들과 다르게 전시물품들에 유리덮개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원경선기념관 입구에 위치한 '풀무'. 풀무는 대장간에서 쇠를 뜨겁게 달구기 위해 바람을 불어넣는 기구다. 풀무원의 브랜드는 이 기구의 이름을 따왔다.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원경선기념관 입구에 위치한 '풀무'. 풀무는 대장간에서 쇠를 뜨겁게 달구기 위해 바람을 불어넣는 기구다. 풀무원의 브랜드는 이 기구의 이름을 따왔다.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특히 이곳에서는 풀무원(Pulmuone)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풀무원 브랜드는 대장간에서 쇠를 뜨겁게 달구기 위해 바람을 불어넣는 기구인 '풀무'에 하나라는 의미를 가진 '원'이 결합돼 만들어졌는데 기념관 입구에는 실제 '풀무'가 설명과 함께 놓여있다. 원 원장은 좋은 연장을 만들려면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쇠를 뜨겁게 달구는 '풀무질'을 해야 하는 것처럼 세상에 보탬이 되려면 각자가 스스로 풀무질을 하자고 강조한다.

1박 2일의 짧은 체험 후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교육이 생활습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특히 끼니 때마다 진행됐던 식습관은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적용됐다. 어떤 음식이든 칼로리를 반드시 확인하게 됐고 작은 쿠키 한 조각을 먹더라도 30번 이상씩 꼭꼭 씹게 됐다. 일전에는 망설임없이 부어버렸던 컵라면 스프는 싱겁게 먹으라는 주문이 생각나 반만 넣게 됐다.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택하게 됐다. 그야말로 '로하스 풀무질'이 된 셈이다.

한편 로하스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현재 자사 직원들과 충북 괴산 지역 청소년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향후 일반인들에게도 문을 열 계획이지만 지난해에 막 패시브하우스를 완공한 이유 등으로 서서히 개방될 예정이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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