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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김무성 실수 아니다" 친박에게 말했다


입력 2014.10.21 17:42 수정 2014.10.21 18:29        최용민 기자

하루만에 사과 불구 공식 언급 '개헌론 차단'+α

신율 교수 "대표 자격 없다고 말한 것" 지적도

17일 오전 중국 방문 기간 중 개헌론 언급에 대해 자신의 불찰이었다며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에서 소속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는 승강기를 타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7일 오전 중국 방문 기간 중 개헌론 언급에 대해 자신의 불찰이었다며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에서 소속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는 승강기를 타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대표께서 중국에 가서 기자 질문에 대답을 하셨고 그게 계속 보도가 되는 게 내 불찰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라고 우리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한다.”(청와대 고위관계자)

청와대가 2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 그동안 참아왔던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한지 6일 만이다.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가 김 대표의 개헌 관련 발언 시기나 장소 등을 감안할 때 단순 실수라고 치부하기에는 적잖은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김 대표가 시진핑 주석이 방한한 이후 관계가 좋아진 중국에서 직접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대치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박 대통령이 이탈리아 순방을 떠난 시점이었다는 점도 미묘하다는 지적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급 수행단을 이끌고 시진핑 만나고 북한 핵문제 협조를 당부했다는 건 외교적 영역을 넓힌 것"이라며 "대통령이 외교 잘한다고 자부심 갖고 있는데 거기에 숟가락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헌 이야기를 하지말라고 했는데 그것도 국내가 아니고 시진핑을 만난 다음에 개헌이야기를 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김 대표가)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공개하는 중요한 시점에 개헌론이 제기되면서 박 대통령의 외교성과가 희석됐다는 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자간담회라는 자리가 공식적으로 기사화를 전제로 하는 자리인 데다 당 대표의 위상을 감안할 때 가벼운 수준의 발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이 발언을 받아치는) 그런 상황에서 개헌 관련 언급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게 아니냐는 생각이 정상 아니겠나”라며 다분히 의도적인 발언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개헌론과 관련해 오히려 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김 대표의 개헌론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현재 경제 활성화 등을 중심으로 집권 2년차 국정운영 성과를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탈리아 순방도 박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아셈(ASEM) 정상회의에 데뷔하는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자신의 뜻과 반대되는 의견을 그것도 중국까지 가서 발언을 하고 그 발언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심기가 편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정치권 대다수의 평가다. 아울러 김 대표의 개헌 발언 이후에 청와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정무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먼저 김 대표의 발언 이후 청와대가 즉각 반응하면 자칫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개헌론이 급부상할 수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개헌론에 대한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너무 커져버리면 자신들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논란이 좀 잦아든 시점을 찾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김 대표가 하루만에 ‘불찰’이라며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등에서 여전히 개헌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개헌론이 확산되지 않도록 쐐기를 박자는 의미도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청와대 발언이 새누리당 내에 있는 친박(친박근혜)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으로 박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리면서 친박계의 결집을 의도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미현 소장은 “무기력한 친박들이 힘을 못 쓰니까 친박에게 힘도 실어주는 것”이라며 “친박이 무대를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해준 것이고 복합적 노림수가 있다. 명확한 것은 기분 나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총선과 관련해 공천권을 행사해야 하는 김 대표 입장에서는 당내 친박계와 척을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김 대표를 제압하기 위해 직접 친박계를 겨냥해 이번 발언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청와대의 이번 발언이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청와대 발언을 들은 김 대표는 바로 “지난 번 17일 아침 회의에서 그와 관련된 해명할 때 앞으로 개헌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냐”며 “지금도 어떠한 경우도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청와대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김 대표에게 ‘당신 대표로서 적합한 사람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다”며 “김무성 대표가 더 이상 대표직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와 똑같은 말을 청와대가 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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