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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실권? 잠적전보다 당과 군 장악력 더 높아졌다


입력 2014.10.22 09:17 수정 2014.10.22 17:31        하윤아 기자

세종연 '북한체제 내구력 평가' 포럼 개최

정성장 "당분간 북 체제 안정성 문제 없을듯"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0일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연합뉴스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0일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김정은 노동장 제1비서가 최근 약 40일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한동안 ‘김정은 유고설’, ‘군부 쿠데타설’ 등이 나돌았지만 여전히 북에서는 김정은의 권력이 절대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버지 김일성 사후 권력을 장악해 온 과정과 공개된 북의 기록영화,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설문조사 등에 미뤄 김정은은 여전히 북한 지도부 내에서 ‘수령’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김정은의 건강과 통치 문제에 대해 북한 외부세계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한 것은 북한체제의 폐쇄성과 일부 전문가 혹은 여론의 비과학적 분석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9차 세종국가전략연구포럼에서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안정성 평가’라는 제하의 발제를 맡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실제 영향력에 대한 북한 외부의 평가가 실상과 상당히 괴리돼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날 발제에서 북한이 2012년 1월 8일 공개한 김정은 우상화 ‘기록영화’의 장면을 대형 화면에 띄우며 “김정일 사망 전 김정은은 단독 현지지도와 지시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오래전부터 김정일의 후계자로서 일반 간부들보다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록영화 장면에는 2009년 4월 5일 김정은이 김정일의 위성관제조종종합지휘소를 방문해 주규창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한 손으로 악수하고 있는 모습과 김기남, 최태복 등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이 김정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는 2011년 7월 22일 북한 조선중앙TV 방송 장면이 포함됐다.

정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김정일과 한 손으로 악수하는 모습이 담긴 기록영화 장면 또한 공개하며 “김정일 생시에 이미 김정은은 김정일과 거의 대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8년 말부터 내부적으로 후계자로 결정돼 아버지 김정일과 3년간 북한을 공동으로 통치해오는 등 공식 권력 승계 이전부터 안정적으로 군과 공안기관 등을 장악하고 있었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2014년 4월 공식적으로 최고직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김정일애국주의’라는 새로운 통치담론을 제시해 북한 주민들에게 이데올로기적 해석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13년 탈북자 149명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주체사상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57%로 2012년 탈북자들의 동일한 응답 51.7%에 비해 5.9% 상승한 수치를 제시했다. 주체사상이 북한 주민들에게 여전히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또한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낙서, 삐라와 같은 북한 지도자나 정부에 대한 비판행위가 감소하고, 주민들을 직접 통제하는 근로단체의 생활총화 출석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과거에 비해 최근 신규 탈북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경향에 비춰볼 때 북한 주민들에 대한 김정은의 통제력이 최근에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연구위원은 “당과 군부의 핵심 인사들 상당수가 김정일 측근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김정은의 측근으로 교체돼 당과 군에 대한 김정은의 장악력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모부 장성택의 숙청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높여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 지도부 내 분파세력을 제거해 김정은의 절대독재권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정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수령’의 지위를 공고히 해왔고 최근에는 당·군·북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과 장악력이 높아지는 등 북한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이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무너질 것처럼 단순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평가를 내리기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김정은이 미래에 건강이 더욱 악화돼 공개 활동 중단이 장기화되고 업무 수행에 문제가 생긴다면 간부들이 앞에서는 복종하고 뒤에서는 딴생각하는 ‘면종복배’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정은의 건강이상은 북한 지도부 내 불안감을 확산시켜 대북 전단 살포 등에 더욱 과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으니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김정은 이후 대비 차원에서 북한의 파워 엘리트 중 외부 세계와의 협력에 우호적인 인사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도록 전략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 개발로 ‘북중경협’ 위축되면 북한 경제 내구성 어정쩡

이어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 및 노선 평가’라는 제목의 발제에 나섰다.

양 연구위원은 이날 발제에서 “김정은은 적어도 정치적인 면에서는 정권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몰락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재건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게 됐다”고 꼬집으며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 김정은의 경제정책은 개혁적이고 개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의 개혁은 체제를 유지하며 계획경제의 틀 안에서 경제계획을 하는 것인데 일반 주민들의 경우 화폐개혁 이후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게 돼 개인이 스스로 생존을 위한 시장활동에 나서면서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스스로가 장마당을 통해 자본주의의 원리를 습득해나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가 의존도는 낮아지고 자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양 연구위원은 “사유재산권, 분업, 사적 고용 등이 시행되는 시장과 계획경제의 충돌이 증가하는 상황에도 김정은은 시장을 체제 안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권력 차원에서 달갑지는 않지만 간부들이 시장의 최대 수혜자다보니 어쩔 수 없이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 입장에서 시장을 통해 결국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필요악’으로 시장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처럼 북한의 계획경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무너지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에 ‘북중 경제협력’을 꼽았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중국 교역은 남북경협 중단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제제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라며 특히 “중국에 대한 광물자원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는 한 북중경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 경제체제의 내구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보다는 오히려 어정쩡한 상태로 머무르게 돼 장기적으로는 시장제도를 통한 체제이행 정책을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 시장화 진전으로 사회 계층 재구조화됐지만 대응 잘해

이후 ‘김정은 정권의 사회 변화 평가’라는 제하의 발제에 나선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사회의 계층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현상에 대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산업화의 진행으로 체제의 정당성이 약화되고 시장화의 진전으로 사회계층의 재구조화가 시작됐을 뿐더러 외부 문화의 유입으로 북한 주민의 인식이 변화돼 북 사회 전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북한 내부 변혁에도 김정은 정권이 효율적인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북한 주민과 사회를 대상으로 ‘친 인민’과 ‘공개성’을 강조하는 등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북한 당국이 정치적 뉴스와 오락거리를 분류해 대중문화 통제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 이후 디즈니 공연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외부 문화 유입에 대한) 내성 키우기 정책의 일환”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김정은은 북한 주민이나 군인과 일상적으로 스킨십하는 ‘친 인민’ 정책을 펴고 있으며, 장성택 처형, 리설주 잠적 등 외부의 정보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관련 장면을 곧바로 공개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의 근본적인 특성이 있고, 시민사회의 존재 여부, 경제 수준 등 체제 전환의 조건은 국가마다 다 다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북한은)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토론자들 “북한 체제 안정성·변화 등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편, 이후 토론에 나선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체제의 안정성이나 김정은의 통제력에 대한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정책의 효용성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도했다고 지적하고 싶다”고 앞선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안정성에 대한 발제에 대해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정성장 연구위원의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자”는 주장에 대해 “김정은의 건강이상이 가져오는 위험성이 외부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자는 데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필요한 자극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압박과 경협을 함께 시도해야 한다. 북한이 용인하는 것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 체제가 갖는 모순을 극대화 하면서 북 체제를 안정적으로 변화시켜 도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토론자 김중호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변화에 대한 학문적인 분석 틀이 조금 더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북한 변화를 어떻게 읽는지에 대한 해석 부분에 대한 지표도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북한의 경제 상태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버티는 힘, 즉 내구력이 내재돼 있다”면서도 “북한은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을 수용능력이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어 이를 염두에 두고 북한 경제를 더 짚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토론에서 북한의 시장화와 그에 따른 김정은 정권의 정책 변화를 언급한 이우영 교수의 견해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30대 청년인 김정은이 시장이 강화되고 사회계층이 다변화됐을 때 북한 사회의 역동성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방 가속화 과정에서 불안정 요인이 증폭되고 김정은 정권의 처리 능력이 한계이 부딪히면 민중봉기 보다는 지배체제의 내부 봉기로 이어져 정치적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며 “이 같은 북한 변화의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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