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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 단통법, 해법은 시장에 있다


입력 2014.10.23 11:31 수정 2014.10.23 15:42        장봄이 기자

<단통법 파국, 무엇이 문제인가(하)- 시장경제 억제하는 단통법 폐지해야>

보조금 상한선·요금인가제 폐지론 급부상…보조금 경쟁을 요금경쟁으로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법 대폭 보안 및 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 촉구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법 대폭 보안 및 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 촉구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지 3주가 지났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단통법 시행 전후로 소비자-판매자-제조사들은 전례없이 꽁꽁 얼어붙은 통신시장 때문에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시장경제 원리를 이해못한 졸속정책이라는 비난을 조기 진압하려다 되레 정책실패의 책임을 기업탓으로 돌린다는 따가운 눈총까지 받고 있다. 정부의 말대로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분리공시와 완전자급제 등을 보완해 재개정하면 파국이 진정될 수 있을까. < 편집자 주>



단통법에 대한 후속 대책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경제학자들은 단통법을 폐지하고 통신요금도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복잡한 통신요금체계를 단순화시키고, 요금인가제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른 보조금상한선 규제와 요금인가제 구조에서는 경쟁을 촉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쟁 제한…소비자혜택 감소

보조금 상한선은 간접적으로 시장을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3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금지됐던 보조금은 2008년 잠시 허용됐다가 이용자 차별을 없애겠다는 이유로 2010년에 보조금 상한선 27만원으로 다시 규제됐다.

하지만 상한선은 오히려 이용자 혜택을 감소시키고 이통사간 경쟁을 완화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올렸지만 정작 보조금은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근거로 봤을때, 이통3사 모두 최대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보조금 규모만 커질 뿐 이득이 없기 때문에 보조금 경쟁에 돌입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정책당국이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억제한 것이 가계통신비 절감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조금 차별지급이 금지되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려는 이통사들 간의 경쟁이 제한되기 때문에 시장은 소비자 중심에서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변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또 “경쟁이 제한되면 기술과 서비스 혁신도 제한돼 소비자 혜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경쟁 억제는 이통사 배만 불리는 격이며 이용자 혜택을 위해서는 경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통신업계는 보조금 상한선이 없어지면, 단통법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될 뿐이라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선이 없어지면 단통법 시행 이전처럼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될 뿐”이라며 “상한선 폐지가 요금 경쟁, 요금인하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현재 이통사들이 마케팅 비용, 보조금을 상당히 쓰고 있음에도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경쟁으로 가면 요금을 내릴 여지가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예를들어 자동차를 구매했을 때 휘발유 가격이 비싸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데,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따라서 단말기 구매가보다 매달 지불하는 요금에 대한 부담이 높기 때문에 가계통신비를 낮추려면 통신요금 경쟁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늬만 무제한'…복잡한 요금체계 단순화

경쟁체제를 위해 요금체계 단순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요금체계는 종류가 다양하고 복잡해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이통 3사의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는 20여 종류에 달하고 데이터 이용량이나 음성통화, 가족 가입자 구성 여부 등에 따라 더 복잡해진다. 때문에 다른 요금제와 비교,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장·노년층 등 정보 소외계층은 요금제를 이해하지 못해 불필요한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거나 포함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LTE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가운데 53%가 요금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57%는 부가통화·데이터 속도 등에 제한이 있는 ‘무늬만 무제한’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용해 초과요금을 내고 있다.

또한 요금제 가입자 중 50% 이상은 실제 구입한 통신요금 패키지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통신비용과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요금제 단순 고지와 홍보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정호 연세대 교수(컨슈머워치 운영위원)는 “부가서비스나 옵션이 많기 때문에 복잡한 요금체계를 단순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나 시민단체가 나서서 간단한 요금제 비교 사이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특성상 데이터, 통화 등 개인별 요구사항이 달라 체계를 단순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요금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공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컨슈머워치'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위한 거리 캠페인을 하며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컨슈머워치'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위한 거리 캠페인을 하며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해묵은 요금인가제 폐지론 급부상

단통법 파행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으로 요금인가제 폐지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신규사업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규제가 20여년간 유지돼 온 만큼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동근 교수는 “요금인가제는 1위 사업자가 신규 요금제를 허가받으면 2, 3위 사업자가 이를 따라가는 방식”이라며 “정부가 간접적으로 요금제를 묶고 있어 낮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인가제가 폐지되면 각 기업은 경쟁을 위해 비용을 낮추거나 서비스 품질을 높여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체제에서 기업 간 담합이나 요금인상이 우려된다는 말에 그는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소비자들이 현재 통신요금을 최고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이 상승하면 반발이 생길 것”이라면서 “그 경우에는 추가적인 제재가 가해질 수 있지만 이용자들이 요금기준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정호 교수도 요금인가제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제를 허가받고 나머지 사업자들이 신청하는 인가제 규제에서는 5(SKT):3(KT):2(LGU+) 시장점유율 구도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며 “점유율 고착화는 경쟁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요금인가제로 요금경쟁이 제한된 가운데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마저 규제된다면 통신사간 시장점유율은 더욱 고착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주도의 담합'이나 다름없는 요금인가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이동통신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찬성하지만 후발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쟁 체제에 돌입하면 이미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 SK텔레콤이 마케팅,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경쟁을 위해 요금을 내리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배적 사업자의 점유율만 높여 시장 독과점을 부추기게 되는 꼴”이라며 “요금도 크게 낮아질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선통신 사업에서 1위 사업자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작용해 후발사업자는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김 교수는 “KT와 LG유플러스도 합쳐서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통신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경쟁에서 크게 밀리거나 위태롭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경쟁을 질식시키면서 소비자편익을 꾀하겠다는 발상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단통법을 폐지하든지, 보조금 경쟁을 요금경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봄이 기자 (bom22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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