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단통법 첫단추 잘못꿰고서는 설익은 대안만 남발


입력 2014.10.22 10:34 수정 2014.10.22 14:46        남궁민관 기자

<단통법 파국, 무엇이 문제인가(중)-갈피 못잡는 단통법에 '체면치레' 대안 남발>

허울 뿐인 분리공시·현실성없는 완전자급제 공염불만… "시장 경쟁이 답"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휴대전화 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휴대전화 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지 3주가 지났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단통법 시행 전후로 소비자-판매자-제조사들은 전례없이 꽁꽁 얼어붙은 통신시장 때문에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시장경제 원리를 이해못한 졸속정책이라는 비난을 조기 진압하려다 되레 정책실패의 책임을 기업탓으로 돌린다는 따가운 눈총까지 받고 있다. 정부의 말대로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분리공시와 완전자급제 등을 보완해 재개정하면 파국이 진정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



단말기유통법(단통법) 시행 3주, 후폭풍이 거세다. 소비자의 통신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단통법이 되레 소비자들을 '호갱님'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자 정책당국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여념이 없다.

먼저 정치권 및 통신사를 중심으로 '분리 공시'의 재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또 아예 단통법을 없애고 단말기 구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완전 자급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같은 대안으로는 기존 취지였던 소비자의 보호와 통신시장의 시장경제 확립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분리공시 재개정 '해결책' 안되는 이유는?

단통법이 제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자 기존 단통법을 지지했던 방통위, 미래부 및 이통사들은 다시 한번 '분리공시'의 재개정을 들고 단통법 유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분리공시란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휴대폰 보조금 중 제조사가 이통사에 주는 장려금과 이통사가 직접 부담하는 지원금을 구분해서 공시하는 제도다. 앞서 분리공시는 제조사의 장려금이 노출되지 않도록 규정한 상위법(단말기 유통법)에 명백히 위배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철회된 바 있다.

분리공시 재개정을 주장하는 측은 제조사의 장려금을 공개해야 단통법의 실효성이 확보되고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보조금의 구성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단말기의 가격을 낮춰야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리공시제가 현재 단통법의 부작용을 바로 잡아주지 못할 뿐더라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단통법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가격공시제도로, 이같은 공시제도하에서는 단말기 보조금의 구성에 대해 어떤식으로 공시하든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며 "소비자에게는 그 보조금이 어디서 나오든 본인이 지불하는 최종적인 실질가격만이 의사결정에 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극장을 방문한 고객이 A사 카드로 결제해 입장권을 할인 받는 경우 고객의 관심사항은 총 할인되는 금액이지 카드사와 극장이 얼마씩 할인금액을 부담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즉 분리공시가 적용이 안되서 단통법 시행에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다는 것이다.

분리공시 도입으로 단말기 가격이 인하된다는 주장도 시장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말기 가격의 경우 제품의 성능, 디자인, 수요와 공급 등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분리공시 도입의 필요성을 두고 일부에서는 국내 단말기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삼성전자 갤럭시S5의 국가별 출고가격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국내가 저렴한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부가세 포함해 원화로 환산한 출고가격을 보면 한국은 86만6800원이다. 미국이 74만248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이에 비해 중국은 88만8977원, 영국 92만6277원, 프랑스 90만9792만원으로 대부분 한국보다 비싸다.

◇분리공시, 제조사 경쟁력 약화도 유발

문제는 이같은 분리공시 도입이 자칫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당국은 이번 분리공시에서 제조사와 통신사를 '같은 범주'로 묶으려 한다"며 "하지만 단말기 제조와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은 '업의 영역과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사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국가에서 임차해 통신업을 수행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규제당국의 규제를 받을 수 있지만 제조사는 인허가와 무관한 전문 제조기업"이라며 "통신사업자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조사의 장려금을 공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사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만약 제조사가 국내에 지원하는 장려금이 해외에 비해 높으면 해외 이통사들 역시 동등한 수준의 지원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는 전세계 300개 이상의 이통사와 거래중이며 만약 1대당 1만원의 판매 장려금만 추가해도 5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분리공시가 도입될 경우 규제완화 방안을 목소리 높여 외쳤던 정부가 오히려 규제 대상도 아닌 제조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새로운 대안 '완전자급제'? "단통법도 헤매는데…"

길을 잃은 단통법과 함께 분리공시 재개정 역시 대안책이 될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새로운 대안책으로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완전자급제란 조사는 단말기만 공급하고 통신사는 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는 방식의 제도다. 즉 소비자는 제조사를 통해 단말기만 구입하고 통신사를 찾아 자신에게 맞는 통신 서비스를 가입하는 방식이다.

앞서 이같은 완전자급제는 올해 초 2월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처음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이통사를 비롯해 제조사 역시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특히 현재 휴대폰을 유통하고 있는 중소 유통업체들은 자칫 생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일었다. 단말기 제조사들이 대부분 대기업으로 직접 판매에 나설 경우 중소업체들은 고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역시 "완전자급제를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면서도 "수만 개에 달하는 유통점에 대한 대책이 먼저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같은 단말기 판매와 통신서비스의 분리가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애플의 경우 국내에 단말기를 제공할 때 제조사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이 거의 없고 대부분 통신사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애플은 원가에 가까운 가격에 단말기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역시 굳이 단말기 가격을 강제로 낮출 이유가 없는 셈이다.

통신사 역시 이같은 상황에서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통신비 절감 효과는 더욱 줄어든다. 원래 목적인 소비자의 통신부담 절감을 이루기에는 결국 역부족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통법 폐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병태 교수는 "통신사에 비해 대리점들은 상당한 고통(비용)을 지불할 것이며 외국계 제조사에 대한 국내 제조사의 역차별도 발생한다"며 "정부가 애초에 제시한대로 가격 인하가 목적이면 가격과 품질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이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남궁민관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