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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서 "'왔다 장보리'로 연기, 인생 배웠다"


입력 2014.10.24 09:56 수정 2014.10.24 10:04        부수정 기자

50부작 주말 드라마 타이틀롤 맡아 열연

"캐릭터와 실제 비슷…밝은 역할 하고파"

배우 오연서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장보리를 연기해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 웰메이드이엔티 배우 오연서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장보리를 연기해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 웰메이드이엔티

연기자 오연서가 '장보리'로 산 지난 6개월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지난 20일 서울 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연서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왔다! 장보리'(이하 '장보리')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듯 연신 미소를 지었다.

지난 4월 첫 방송한 '장보리'는 막장이라는 비판에도 시청률 30%대를 찍으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가 배출한 스타는 여럿 있다. 그중 타이틀롤을 맡은 오연서는 '장보리'가 내놓은 걸출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장보리' 처음엔 힘들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고 실감이 안 나요. '장보리'는 얻은 게 많은 작품이에요. 대본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밝아서 좋았어요. 드라마를 보면 시청자들의 스트레스가 풀릴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렇게까지 대박날 줄은 몰랐답니다."(웃음)

오연서가 연기한 장보리는 가난하게 살다가 하루아침에 부잣집 친딸이 되면서 운명이 바뀌는 인물이다. '무한긍정' 아이콘으로 힘든 일이 닥쳐도 씩씩하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언니 연민정(이유리)의 아이 비단(김지영)을 친딸 처럼 키우는 캔디 캐릭터. 너무 착하다 보니 어떨 때 보면 속이 터질 만큼 답답하다. 특히 결혼, 출산 경험도 없는 아가씨가 하기에는 적잖이 부담스러운 역할이다.

"비단이랑 첫 촬영을 했을 때 당황스러웠어요. 갑자기 여섯 살짜리 딸이 생긴 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그러다 비단이와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모성애 연기가 됐어요. 비단이를 연기한 지영 양이 워낙 연기 천재라서 주고받는 게 예쁘게 보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보리를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비단이와 함께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실제 보리라면 비단이를 키울 수 있겠냐는 질문에 오연서는 "솔직히 자신 없다"며 "보리 같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사람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보리'에는 이해하기 힘든 '막장' 캐릭터가 곳곳에 있다. 그중 보리의 엄마 도씨(황영희)와 인화(김혜옥) 등은 비뚤어진 모성애를 보여줬다. 딸의 악행을 숨기는 도씨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인화에 대해 김순옥 작가는 "다양한 모성애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두 엄마의 딸 보리로 산 오연서는 다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손가락에 더 마음이 간다'고 하잖아요. 보리는 긍정적이고 어떤 일이 닥쳐도 잘 살아가는 딸인데 민정인 아니잖아요. 도씨 엄마가 그런 마음일 거예요. 비술채 엄마는 욕망이 강하지만 또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득합니다. 두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돼요."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소소하게 일어나는 일들이 극적으로 그려졌다"며 "자극적인 사건과 말랑말랑한 이야기, 코믹한 부분들이 잘 버무려져 막장 드라마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보리의 매력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다. 귀에 착착 감기는 게 묘하게 끌린다. 경남 창녕 출신의 오연서에게 전라도 사투리 연기란 쉽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오연서는 "사투리 연습만 중점적으로 했지만 '이런 상태로 찍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작가님이 사투리 연기는 10회 분량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계속 하게 됐다. 인기를 끌어서 좋았지만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장보리'는 희대의 악녀 연민정의 악행이 심해질수록 인기를 끌었다. 민정을 연기한 이유리는 '국민 악녀'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착한 보리 입장에서는 조금은 서운할 법하다.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유리 언니와 저 모두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어요. 대중들이 좋아한 게 민정이라는 캐릭터라면 수긍해야죠. 유리 언니와는 연기 호흡이 잘 맞았어요. 언니가 연기를 워낙 잘해서 민정이가 사랑받은 것 같아요."

배우 오연서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장보리를 연기해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 웰메이드이엔티 배우 오연서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장보리를 연기해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 웰메이드이엔티

"보리, 놓치고 싶지 않았던 캐릭터"

오연서는 2002년 3인조 걸그룹 러브(LUV)로 데뷔했다. 이듬해 드라마 KBS2 '반올림'을 통해 연기로 노선을 바꿨다. 이후 KBS2 '대왕세종'(2008), MBC '동이'(2010) 등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다 지난 2012년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오연서라는 이름을 알렸고 MBC '오자룡이 간다'(2013)에서는 주연을 꿰차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MBC '메디컬탑팀'(2013)에서 시청률 바닥을 치면서 휘청 거리는 듯했다. 10년 무명 세월을 견딘 그는 쉽사리 주저앉지 않았다. '왔다! 장보리'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국민 보리'가 됐다.

어떻게 보면 보리와 오연서는 닮았다. 온갖 역경을 헤쳐 행복을 이룬 보리와 10년이라는 긴 무명을 딛고 일어선 오연서. 그래서일까. 오연서는 보리를 꼭 연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보리와 저 모두 지방 시골 출신이에요. 어렸을 때 동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았는데 그런 장면들을 연기하기에 편했어요. 촌스럽지만 사랑스럽고, 정도 많은 보리가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엄마 역할이라 부담스럽긴 했지만 '쟤는 저런 연기 못할 거야'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무명 생활에 대해서는 "청춘은 다 아프고 시행착오도 여러 차례 겪는 것 같다"며 "그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한 게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오연서는 인터뷰 내내 '장보리'를 통해 인생과 연기를 배웠다고 했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삶의 이치를 다시금 일깨워 준 작품이 '장보리'였다고.

"인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착하게 사는 게 당장 손해 볼 수 있지만 나중에는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만큼 저도 상처받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배우이자 한 인간으로서 말이죠. 제가 많이 성숙해진 느낌이 듭니다."(웃음)

주로 밝은 캐릭터를 도맡아온 그는 "긍정적이고 밝은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제가 가진 에너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오연서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장보리'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장보리'는 제가 끝까지 놓치지 않은 작품이에요. 제 인생을 거쳐 간 작품 중에 하나가 될 거예요. 다음에 하는 작품도 열심히, 끝까지 할 거예요. 모든 작품이 제가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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