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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대상 정치권이 개헌을 맡는다고? 그것부터 바로잡자


입력 2014.10.21 09:43 수정 2014.10.21 09:47        이상휘 대표

<칼럼>민생만큼 중요한 개헌 논의, 사회적 담론으로 활성화시켜야

국회의사당 전경.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회의사당 전경.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한민국 최고의 상위법, 그것이 헌법이다. 국가통치, 국민의 기본의무, 선거, 경제 등등이 망라되어 있다. 130조로 구성되었다. 국가운영의 가장 기본적 틀이다. 사람으로 치면 척추인 것이다. 중요성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불을 질렀다. 고의냐 실수냐는 언급할 필요없다. 개헌 논의는 어차피 꾸준히 거론되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을 마지막으로 27년 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었다. 헌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헌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아니다.

먼저 헌법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상위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사실 헌법이 상위법이라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 헌법은 미국과 독일의 절충형이다. 상징성은 미국을 본떴고, 내용은 독일식이다. 독일은 법에 대한 긍지가 강하다. 국민들의 법에 대한 신뢰가 그 만큼 두텁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독일의 헌법개정은 그렇게 사회적 갈등을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헌법의 규정이 상위지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룬트 게제츠’라고 부른다. 즉, 바닥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그게 독일헌법이다. 가장 기본적 법 토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는 정반대의 최상위 개념을 갖고 있다. 개헌이 어려운 이유다. 법치주의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다. 따라서 개헌은 큰 역사의 변곡을 맞는 것처럼 호들갑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개헌의 필요성은 있으나 우려되는 일이다.

첫째, 개헌에 대한 시기다. 5년 대통령 단임제를 거론한다. 임기 3년차가 가장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일견 합리적인 지적인 것 같다. 대통령의 집권력이 유지되는 기간에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그러나 개헌의 의미를 보면 시기적 선택은 다른 데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개헌에 대한 순수성이다. 정치적 쟁점이 많지 않은 시기가 적당하다. 정쟁이 심화되고 정치권이 불안하면 개헌의 의미는 퇴색된다. 지금이 그런 때다.

야권은 계파 갈등으로 혼란스럽다. 여권은 친박과 비박간의 물밑 암투가 치열하다.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첨예한 때다. 청와대의 입장은 당혹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론이 불을 붙게 되면 국정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적당치 않다. 개헌의 중요성과 순수성 때문이다. 정치가 불안한 상황에서 개헌은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한다. 그것이 헌법으로 녹아들면 문제가 크다. 개헌에 정치적 셈법이 들어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위험성이 농후한 시기가 지금이다.

둘째, 컨센서스가 중요하다. 헌법은 어떤 특정집단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골격인 것이다. 27년동안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필요성이 인정되는 이유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없었다. 지금껏 개헌에 대한 인식은 단순했다. 대통령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등이 그것이다.

권력구조의 개편만이 전부처럼 보인다. 그렇치 않다. 헌법은 130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통치에서부터 국민의 기본 의무까지 망라되어 있다.

권력구조만의 변화가 필요한게 아니다. 전반적인 개헌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특히, 통일에 대한 헌법상의 모호성도 해소해야 한다. 통일에 대비한 헌법조문을 비롯한 북한과의 관계 설정도 다뤄져야한다.

이런 것이 심도있게 토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치 않으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개헌을 거론해야 한다. 27년동안 개정되지 않았으면 그 만큼 무겁게 다뤄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1987년 당시 마지막 개헌은 3개월만에 끝났다. 민주와 반민주의 구도 때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세월이 흐른 만큼 전반적인 헌법 조문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컨센서스를 먼저 끌어 내야 하는 것이다.

권력구조만 바꾸는 개헌은 의미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만 반영할 개헌이라면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개헌을 주장하는 세력이다.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개헌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개헌은 또다른 개혁이기 때문이다. 헌법 128조에 명시된 개헌 발의권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많은 혼란을 겪으면서 성장해 왔다. 그 가운데 정치권은 혼란의 일익을 맡았다. 다시 말해 개혁의 대상이다. 정치권이 개헌을 주도하는 게 달갑지 않는 이유다.

자칫하면 개헌을 힘의 논리로 밀어붙일 수 있다. 개헌의 순수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 개헌연대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개헌을 몰아붙인다면 당할 재간이 없는 것이다.

당연히 개헌의 컨센서스는 한쪽 방향으로 기울게 된다. 헌법은 사람의 척추와 같다. 척추를 다시 곧추세우는 일이다. 힘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토론을 하고 진단을 한 후에 고쳐야 한다. 청와대도 명심해야 한다. 무조건 개헌이 블랙홀이라고 거부할 일은 아니다. 국가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중차대한 일이다.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에 대한 문제다.

무엇이 문제인가에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제시해야 한다. 개헌도 민생만큼이나 중요하다. 정치권과의 소통을 통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사회적 담론을 활성화 시켜 각계의 의견을 듣는 일부터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주도의 포럼과 토론도 개최해야 한다. 개헌의 순수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개헌 = 블랙홀`이라는 등식을 깨는 일이다. 어쩌면, 이렇게 개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논의를 확산시키는 것이 최대 업적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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