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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사회' 만든다는 공정위 "낙하산은 공정치 않았다"


입력 2014.10.20 11:49 수정 2014.10.20 13:22        김재현 기자

<정무위>설립 인가한 공제조합 이사장까지 공정위 출신 독차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도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공정함의 마지막 표상인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면서 퇴직 임직원이 산하기관의 임원으로 내려보내는 불공정 거래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위가 설립 인가한 공제조합 이사장까지 공정위 출신이 독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공정위 퇴직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낙하산 취업 실태를 보여주는 '공피아(공정위와 마피아의 합성어) 지도'를 공개했다.

현재 공정위는 산하 공공기관으로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다단계판매업, 상조업 소비자피해 보상기관인 4개 공제조합과 기업을 상대로 공정거래 교육,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 하도급분쟁조정 등 사업을 하는 한국공정경쟁연합회를 인가해 관리·감독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어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없었다. 이로 인해 부원장 자리를 공정위 출신들이 독식했다.

공정위는 지난 2007년 소비자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소비자보호원에서 이름이 바뀐 소비자원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부터 산하기관으로 넘겨받은 후 임명된 부원장 3명 모두를 공피아로 채웠다.

김범조 전 공정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서울사무소장), 장득수 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장이 차례로 소비자원 부원장을 지냈다. 이들은 공정위가 설립 인가한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으로 가기 위해 중도에 부원장직을 사퇴했다. 현재는 임은규 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장이 맡고 있다.

2007년 12월 출범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초대 원장에 공정위 출신 신호현 전 OECD 아시아지역경쟁센터 소장이 임명된 후 2010년 12월 연임됐지만 중도 사퇴하고 공정위가 인가한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 자리로 옮겼다.

현재는 2012년 1월 임명된 김순종 전 카르텔조사국장이 맡고 있다. 김 원장은 2011년 5월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사건 조사를 책임지는 카르텔조사국장에 임명되었지만 8개월도 안돼 공정위를 퇴직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조정원 상임이사인 사무국장도 올해 1월 박원기 전 사울사무소 제도하도급과장을 임명했다. 박 전 과장은 지난해 12월 3일 부이사관에서 일반직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후 곧바로 퇴직했다.

한국공정경쟁연합회는 1994년 당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인가를 받아 설립된 후 다음해 1995년 공정위로 감독 권한이 넘어온 후 공정위를 퇴직한 한영섭 전 공정거래발전센터 소장, 김종선 전 경쟁제한규제개혁단장이 회장에 선임됐다. 김학현 전 상임위원은 2013년 3월 회장에 취임했지만 올해 1월 공정위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회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공정위 부위원장에서 밀린 고위직 인사가 퇴임 후 내부에서 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갈 것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며 무산되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공정위가 설립을 인가해 관리감독권을 가진 4개 공제조합의 이사장도 공피아에 인기있는 자리다.

지난 2002년말 다단계판매 소비자피해 보상기관으로 설립된 직접판매공제조합은 초대 이사장에 박세준 한국암웨이 사장이 선임됐다. 하지만 다음해 2003년부터 공정위 출신 이한억 전 상임위원, 정재룡 전 상임위원, 남선우 전 공보관이 돌아가며 맡은 후 현재는 김치걸 전 본부국장이 재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피아 지도. ⓒ김기준 의원실 공정거래위원회 공피아 지도. ⓒ김기준 의원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초대 이사장은 다단계판매 업체 대표가 맡았지만 2003년부터 공정위를 퇴직한 박동식 전 상임위원, 조휘갑 전 상임위원, 신무성 전 상임위원, 김선옥 전 부위원장에 이어 2012년 2월 신호현 전 공정거래조정원장이 선임돼 '5연속 공피아 이사장'을 이어가고 있다.

공정위가 2010년 9월 상조업 소비자피해 보상을 위한 기관으로 인가한 한국상조공제조합 역시 초대 이사장은 상조업체 대표가 맡았지만 같은해 12월 공정위 출신인 김범조 전 서울사무소장에 이어 지난해 12월 장득수 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장이 앉았다.

국회 정무위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상조업 소비자피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장득수 이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상조보증공제조합의 경우 초대 이사장은 상조업체 대표, 2대 이사장은 경찰서장 출신이 선임되었지만 지난해 1월 공정위 출신 윤용규 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 제1부단장이 취임했다. 윤 이사장은 올해 6월 사퇴해 현재는 공석이다.

상조보증공제조합은 현재 이사장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8명의 지원자 중 공정위 출신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시 공정위 출신 인사가 이사장에 선임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부원장,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원장․사무국장,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 4개 공제조합의 이사장 등 산하기관과 피감독기관의 고위직 8개 자리를 공피아가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갓 퇴직한 공직자를 산하기관에 내려 보내기 위해 임기가 끝나지 않은 소비자원 부원장, 공정거래조정원장을 중도에 사퇴하게 해 피감독기관인 공제조합 이사장으로 보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에 비해 산하기관이 적지만 올해 2월 퇴직한 부이사관이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정거래1팀장으로 취업하는 등 로펌으로 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제재를 받는 기업의 법무대리를 맡는 로펌에 재취업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역시 공정위의 산하·유관기관, 대기업 사외이사 등 공정위 출신들의 낙하산 실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출신 임직원들을 대기업이나 로펌에서 모셔가기위해 노력한다"며 "대기업들이 2000억원 이상 과징금 내는데 공피아를 모시게 되면 십수억원씩 감면받을 수 있다. 공정위 출신들의 민간기업, 유관기업의 취업의 관리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래대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출신들이 취업할 때 공직자 윤리법을 따른다"라며 "유관기관이나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편향되는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하면서도 취업 관련해 유관기관과 공정위의 정관에서 허용된 항목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으며 추후 수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기준 의원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의 촉진과 소비자 권익 제고에 매진하고 있다 자부하는 공정위가 불공정한 인사를 남발한다면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을지 의문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기준 의원은 "공정위는 지난해 국감에서 다단계판매업과 상조업 공제조합 4곳 이사장 자리를 모두 공정위 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조합을 관리․감독하던 인사가 관리․감독 받는 기관으로 내려가면 이해 충돌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면서 "그 지적을 받은 날인 10월31일 이사장 공모를 공고한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에 공정위 출신인 소비자원 부원장이 선임됐다"고 꼬집었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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