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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도처에 깔린 '블랙홀' 시민의식 있어도 죽는다


입력 2014.10.20 16:44 수정 2017.12.01 13:27        박민 기자

환풍구 안전 관련 규정 및 관리 기준 없어...

시민 의식 부재 이전에 '안전을 간과하게 만든 시스템' 문제

지난 17일 발생한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인해 도심 도처에 깔린 환풍구에 대한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발생한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인해 도심 도처에 깔린 환풍구에 대한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27명의 사상자를 낸 성남 판교테크노벨리 환풍구 붕괴 추락사고는 환풍구 설치 기준 부재, 주최측의 안일한 안전조치, 야외공연장에 대한 안전규정 미비, 관람객의 안전불감증이 한꺼번에 겹쳐 발생했다.

통상 대형참사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중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잘 지켜졌다면 안타까운 참사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정부와 각 시·도는 사고가 난 뒤에야 부랴부랴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고 때마다 되풀이 되는 모습일 뿐이다.

현재 '건축물의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는 환기량과 환풍 주기 등의 규정만 있을 뿐 환풍구 덮개의 강도·두께·내구성·재질에 관한 조항이 없다. 더욱이 위험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경고표시나 안전펜스 등의 안전 관련 규정도 전무하다.

그나마 지하철 환풍구의 경우 1㎡당 500kg의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돼 있으나 실제로 그 정도의 하중을 버틸지 의문이 든다.

특히, 도심 도처에 블랙홀처럼 깔린 환풍구는 제대로 현황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행정력이 앞선다고 평가받고 있는 서울시도 전수조사를 해봐야 알 정도다. 이는 그만큼 행정기관의 위험성 인지 및 사전관리에 대한 의식도 없고,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물론, 일부 대중들 사이에서는 '시민 의식 부재'가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환풍구는 분명 사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을 간과한채 관람객들이 자의로 환풍구로 올라갔다가 사고가 났다'는 게 이른바 '피해자 책임론'의 요지다.

하지만 관람객들에게만 사고 책임을 묻는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계도해야 할 행정기관 마저 '환풍구'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인데 관람객들은 오죽할까?

서울에서 유동인구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명동만 봐도 일부 구간의 경우 지하철 환풍구가 인도의 3분의 2를 덮고 있어서 행인들이 환풍구 위를 위험천만하게 걸어다니고 있다.

도심 곳곳에는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된 환풍구뿐 아니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수많은 건축물과 구조물이 있다. 판교 환풍구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위험을 느끼지 못한 채 그 위를 지나다녔을 것이다.

사고 이후에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모습을 보면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인지하지 못할 또다른 수많은 위협 요인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과연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안전을 간과하게 만든 시스템의 총 책임자인 정부와 행정기관에 묻고 싶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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