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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은 속으로 웃는데 갑질 놀이에 취한 국감장 금배지들


입력 2014.10.19 10:18 수정 2014.10.20 10:58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일단 내지르고 보자' 망신살… 증인 불러놓고 '자중지란'

2014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의원들의 '질 떨어지는' 행동으로 국감의 격까지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4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의원들의 '질 떨어지는' 행동으로 국감의 격까지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역대 최다 피감기관’과 ‘역대 최단 준비기간’으로 시작부터 부실 우려가 제기됐던 2014년도 국정감사가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일부 의원들의 ‘질 떨어지는’ 행동이 국감의 격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월 내실있는 감사를 위해 국감을 상·하반기로 나눠 실시하는 분리 국감에 합의했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 정국이 계속되면서 5개월 간 ‘법안처리 0건’이라는 오명까지 얻었고, 분리 국감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그나마 지난달 30일 국감 일정을 겨우 합의했지만, 사실상 ‘부실 국감’은 예견된 바였다. 준비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세월호법으로 꼬일대로 꼬인 여야 간 감정싸움의 2라운드가 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국감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우, 증인을 무조건 질타하는 ‘호통 국감’은 둘째치고, 당장 증인명단부터 합의가 안돼 첫날과 둘째 날 모두 파행을 반복했다. 정무위원회에서는 기업인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입씨름을 벌이다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퇴장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상대 당 의원에 대한 ‘험담 쪽지’가 발각된 사건도 벌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근·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이 진성준 새정치연합 의원을 지칭해 “쟤는 맨날 삐딱”이라는 내용의 쪽지를 주고받다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결국 이날 증인들을 앉혀둔 채 오전 질의 시간 전체를 싸움으로 날렸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같은 당 의원들까지 부끄럽게 만드는 질의를 던졌다가 취재진은 물론 기관증인들에게까지 웃음거리로 전락한 오명도 남겼다.

지난 16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새누리당 의원은 ‘사이버 검열’논란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에게 다짜고짜 “2014년 9월 24일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에 왜 갔느냐”고 쏘아붙였다가 “간 적이 없다”는 답을 듣고 초라하게 꼬리를 내렸다.

또한 “9월 24일 경찰청에서 총 5명이 분당 카카오톡 회사를 왜 방문했느냐”는 이 의원의 호통에 이 대표는 동요하는 기색 없이 “대표인 내가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당황한 이 의원이 “알았다”며 해당 질의를 급히 마쳤고, 기자석 곳곳에서 읏음이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의원실 측은 “다른 의원이 확인을 요청했던 질문이어서 부실하게 넘어간 측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같은 당 노철래 의원은 답변의 맥락조차 파악을 못하고 지적을 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시종일관 “감청장치를 설치해야 협조할 수 있지만, 현재 감청장치도 없고 설치할 의사도 없다”고 답한 이 대표를 향해 “감청장치를 설치하겠다는 거냐 않겠다는 거냐”고 질문한 것. 이에 동료 의원들까지 민망한 듯 머쓱한 웃음을 지었고 증인·참고인석도 황당함으로 술렁였다.

아울러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이 상임위와도 무관한 ‘개헌’ 관련 개인 의견을 물었다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으로부터 “지금 그 점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잖은 충고를 돌려받았다.

의원들이 이런 식이니 피감기관들이 국회를 두려워할 리 만무하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 일부 피감기관들이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무성의한 답변태도를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역시 ‘자중지란’, ‘무능’ 국회가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민은 이미 등을 돌렸고 피감기관은 을(乙) 시늉을 해주며 조롱하는데, 호통에 재미가 들린 국회는 아직도 갑(甲)놀이에 여념이 없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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