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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회담 둘러싼 남북 '진실공방' 비밀주의가 '사달'


입력 2014.10.20 15:01 수정 2014.10.20 15:06        김소정 기자

<기자수첩>'남북관계'에 컨트롤타워가 안보인다

26일 오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남북공동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이강우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왼쪽에서 세번 째)을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과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오른쪽에서 세번 째)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6일 오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남북공동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이강우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왼쪽에서 세번 째)을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과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오른쪽에서 세번 째)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회의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위기관리란, 위기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니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남북관계에 있어서 정부의 위기관리 점수는 몇점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이 ‘진실공방’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우리 정부 내 협상 컨트롤타워가 무너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협상의 원칙을 깬 북한의 회담 내용 폭로로 진실공방이 시작됐지만 그 배경에는 우리 정부의 원칙없는 ‘비밀주의’에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3년8개월만에 성사된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은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렸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끝이 났다.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대북전단이라는 남북 쌍방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의제를 놓고 마주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남북 접촉이 비공개로 시작되면서 정부는 언론과의 갈등을 야기시켰으며, 끝내 회담 이후 협상 전말을 폭로하는 북측의 돌발행동을 불러왔다.

당초 정부는 비밀협상으로 이번 접촉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한 언론의 보도로 무산됐다. 이미 비밀협상은 깨졌고, 북측 대표단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는 바로 그 시각에도 정부는 언론의 취재에 ‘확인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군사당국자 접촉은 국방부 소관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남북회담이라는 측면에서 통일부와 무관하지 않다. 양 정부부처는 남북 간 회담이 끝난 이후에서야 떠밀리듯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통일부 당국자의 발표 번복으로 새로운 논란이 시작됐다. 당초 이번 접촉은 지난 7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명의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낸 전통문으로 제안됐다. 이후 북한은 “우리가 원한 국가안보실장이 아닌 아무런 권능도 없는 한갓 국방부 정책실장을 대신 내보내겠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우리 언론들이 ‘북, 당초 황병서-김관진 긴급 단독접촉 제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가 수정해야 했던 일과 무관치 않다. 통일부 당국자는 “처음에는 ‘황병서-김관진’ 두 사람의 회담으로 제안됐지만 이후 남북 간 협의 과정에서 당국자접촉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부인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런데 북측은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다음날 돌발적으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통문 내용을 폭로하면서 김관진 실장의 무성의한 대응을 비난하고 나온 것이다.

물론 북측이 전통문을 ‘각서’로 표현했다든지 ‘특사 파견’을 언급했다고 해서 우리측이 모든 것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외비’ 이상으로 취급하는 전통문 내용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가 발언을 번복한 것은 정부의 어설픈 비밀주의를 대변한다.

이번 군사당국자 접촉에서는 남북 양측이 서로 비공개 주장을 했다는 진실공방도 야기시켰다. 정부가 지금까지 “남북 간 협의에 따라”라는 말로 어느 쪽이 먼저 비공개 요청을 했는지에 대한 답을 회피했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에서 “북측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라는 기사를 내보냈을 때에도 정정이나 해명 요청 한번 없었던 것은 분명 문제이다.

이번 군사당국자 접촉은 현 정부 들어 처음 갖는 군사회담이었다. 앞서 이달 4일에는 북한 실세 3인방의 깜짝 방남도 있었다. 보기 드문 빅 이벤트였지만 결코 남북 간 화해 무드를 타던 중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비밀주의로 좌충우돌하는 모습만 남긴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달 들어 최근 2주간 북측이 보여준 빅 이벤트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에서 지난 2년간 대북정책의 현주소를 읽었다면 지나친 비관일까.

중요한 것은 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비밀주의는 원칙에 따라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그 사안이 국내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와서 국익을 해칠 때 둘째, 협상 상대의 확실한 결정을 불러내기 위해 시기를 조절할 때이다. 하지만 이번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을 비밀로 부친 행태는 이 둘 중 무엇으로도 설명이 안된다.

이렇다보니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은 국가 전체가 NSC로 가동될 정도”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정책을 외교안보 차원으로만 풀어가는 방식이나 통일부 안팎의 대북 전문가 부재가 다시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의 ‘통일대박’이 대북정책으로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통일대박을 아젠다로 삼되 세부 정책마저 ‘경제적인 대박’에만 초점을 맞추는 식이면 안 된다. 따라서 이제라도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대한적십자사 등 관련 정부부처와 기관별 성격에 따라 정책을 전담시키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은 “국제사회의 개념을 선악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을 북한에 적용시켜서 볼 때 남과 북의 관계에서도 하나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식의 불변의 법칙이 있어선 안된다는 말이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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