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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상 후퇴한 김무성, 개헌 소신의 다음 수는...


입력 2014.10.17 11:14 수정 2014.10.17 16:54        조성완 기자

'오스트리아식' 콕 집어 발언한걸 "내 불찰" 사과

김무성 측 "청와대 압력 받았으면 더 반발했을 것"

17일 오전 중국 방문 기간 중 개헌론 언급에 대해 자신의 불찰이었다며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에서 소속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는 승강기를 타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7일 오전 중국 방문 기간 중 개헌론 언급에 대해 자신의 불찰이었다며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에서 소속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는 승강기를 타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인지 하루만에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압력설’이 제기되는 등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난 뒤 개헌 논의의) 봇물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며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 뒤인 17일 공식 일정에 없던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해 “민감한 사항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내 불찰로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 아셈 회의에 참석하고 계시는데 내가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김 대표의 갑작스런 입장 번복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압력설’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하자 청와대에서 발끈한 것 같다”며 “집권 여당 대표가 청와대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정치도, 집권여당도 불행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김 대표는 10일 만에 그 선을 넘어섰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국내를 비운 시점이다. 각론에서도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4년 중임제를 주장했지만, 김 대표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강조하면서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세월호 정국’을 일단락 짓고 ‘경제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에 김 대표가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연락은) 전혀 없었다. 대통령과 정면충돌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청와대 압력설을 부인했다.

김 대표의 한 측근도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청와대 압력설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만약 청와대에서 압력을 가했다면 오히려 더 반발하는 게 김 대표의 스타일”이라면서 “더구나 지금은 청와대에서 압력을 가할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본인의 발언이 당내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최근 7·14 전당대회 이후 주요 당직 인선에서 외면당한 친박계의 불만이 당무감사를 앞두고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개헌을 두고 충돌할 경우 이를 계기로 친박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장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 시점에 과연 개헌론이라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되고, 또 우리 여당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결국은 민생이 실종되고, 또 대통령 선거가 3년 반이나 남았는데, 다시 대선 정국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친박, 친이를 떠나서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하는 부분이 있고, 대통령과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런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고,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걱정이 많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친박계가 주요 사안마다 반대를 할 경우 김 대표가 향후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당장 김 대표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공천 개혁’을 핵심으로 한 당내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행보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의 발언이 사전에 의도된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탄력을 붙인 만큼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는 피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대표는 “식사하면서 평소에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폭발적으로 될지 몰랐다”며 자신의 발언이 외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공식 발언이 아니라 사적인 장소에서 편하게 이야기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전폭적인 환영 의사를 밝히는 등 개헌 논의 자체에 불이 붙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은 당초 의도가 어떻든 간에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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