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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소재로 만든 15세 가족영화 '레드카펫'


입력 2014.10.19 16:08 수정 2014.10.19 17:18        부수정 기자

윤계상 고준희 오정세 등 주·조연 연기 '감칠맛'

에로영화 현장 출신 박범수 감독 이야기 녹여내

배우 윤계상 고준히 주연의 '레드카펫'은 19금 에로영화판을 소재로 한다. 오는 23일 개봉. ⓒ (주)프레인글로벌 배우 윤계상 고준히 주연의 '레드카펫'은 19금 에로영화판을 소재로 한다. 오는 23일 개봉. ⓒ (주)프레인글로벌

10년 차 에로영화 감독은 극장에 걸릴 수 있는 평범한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다. 하지만 현실은 팍팍하다. 공들여쓴 시나리오는 선배에게 뺏기고, 신음 소리만 가득한 에로영화만 손에 들어온다.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는 "극장에 걸리지도 않는 영화 만드는 일 그만두라"고 재촉하고 주변 사람들은 '에로영화 따위' 만드는 사람이라고 무시한다. 그럼에도 감독은 좌절하지 않는다. 그를 따르는 '19금계의 어벤져스 군단'과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언젠가는 꼭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내밀 영화를 만들자는 꿈이 있기에 감독은 단단하다.

그러나 톱여배우와의 사랑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은 견딜 수 없다. '에로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은 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영화 '레드카펫'은 '19금 영화판'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했다. 단편영화 '쟤 믿는 영화', 장편영화 '소원을 말해봐'를 만든 박범수 감독의 신작이다. 박 감독은 2012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의 각색에 참여하기도 했다.

에로영화 현장에 몸담았던 박 감독의 이야기가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에로영화 감독의 애환, 그리고 에로영화만의 뒷이야기들이 곳곳에 배치돼 웃음과 감동을 준다.

박 감독은 또 성인영화나 상업영화 분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들을 끄집어냈다.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신입사원이 에로 배우들을 처음 본 뒤 흥분하는 장면, 그런 그를 짓궂게 타박하는 모습, '니 아내의 모든 것' '타이탕닉' '공공의 젓' 등 유명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영화 제목들을 보노라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배우 윤계상 고준히 주연의 '레드카펫'은 19금 에로영화판을 소재로 한다. 오는 23일 개봉. ⓒ (주)프레인글로벌 배우 윤계상 고준히 주연의 '레드카펫'은 19금 에로영화판을 소재로 한다. 오는 23일 개봉. ⓒ (주)프레인글로벌

웃음의 원천은 조연 배우들이다. 조감독 진환 역을 소화한 오정세의 맛깔스러운 연기는 주연 배우보다 돋보인다. 촬영 스태프 준수 역인 조달환과 막내 대윤 역의 2PM 찬성 또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찬성은 철없고 어리바리한 모습을 온몸으로 연기해 무대에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주연 윤계상과 고준희 역시 제 몫을 했다. 윤계상은 19금 영화계에서 잘나가는 박정우 감독을 연기했다. 박 감독은 19금계의 순정마초이자 어벤져스 군단을 이끌고 있는 리더. 숱한 편견에 맞서 자리를 지킨 그는 톱여배우 정은수(고준희)를 만나 또 다른 꿈을 꾼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작을 한 윤계상은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고준희는 톱배우 정은수를 연기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그는 의외로 '허당'이다. 아역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다 공백기를 가졌다가 박 감독 덕분에 오디션을 보고 톱스타가 된다. 그러다 박 감독과의 스캔들이 터지고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고준희는 실제 모습처럼 예쁘고 밝은 여배우를 표현했다. 통통 튀고 발랄한 그의 행동은 캐릭터에 적절히 묻어났다.

19금 소재로 한 단순한 오락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박 감독의 아픈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그에게 통장을 내미는 장면에서는 코끝이 시큰해진다. 영화는 또 꿈과 청춘을 말한다.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에로영화를 만들지만 그들에게도 부푼 꿈과 뜨거운 청춘이 있다고. 이는 박 감독이 말하는 것과 같다.

첫 상업영화를 만든 박 감독의 연출력과 영화의 전체적인 만듦새는 무난하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의 연기도 칭찬할 만 하다. 다만 117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조금은 길게 느껴진다. 감독과 톱여배우의 갈등과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뻔하게 그려진 것도 아쉽다.

10월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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