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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과 단원고 유족 망치는 '제3자' 이대로 둘건가


입력 2014.10.14 08:35 수정 2014.10.14 11:11        조진래 편집인

<칼럼>조력자 아닌 싸움꾼들 치유 아닌 갈등 부추기기

폐지된 노동시위 3자 개입 금지 부활도 재논의 절실

9일 국회 정론관에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삼성 백혈병, 직업병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9일 국회 정론관에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삼성 백혈병, 직업병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3자의 몽니로 틀어질 위기의 삼성전자-백혈병 가족 협상

최근 삼성전자가 백혈병 사망 직원가족들과의 협상에 애를 먹고 있다. 전자 작업장의 백혈병 유발 논란을 계기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가 회사와 피해 가족들 간 협상의 전면에 나섰으나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족 측 조력자로 나선 반올림에게 처음에는 가족들도 호응하며 힘을 실어 주었다. 전문적 식견과 경험, 법적 대응력 등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반올림 주도의 가족대책위는 강경 일변도로 위태롭게 전개됐고 가족들 간 이견이 자주 노출되는 한계를 드러내 보였다.

이 협상의 핵심은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약속이었다. 삼성도 기존의 방어적 입장을 바꿔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하게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협상장에서 어느 새 주객(主客)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제3자라 할 수 있는 반올림 측이 일반 가족들 의견과는 다른 방향으로 협상을 전개하기 일쑤였다. 당연히 파행이 거듭됐다. 결국 2명 가족을 제외한 일반 가족 6명이 삼성 측과 별도의 조정위원회 구성을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반올림 측은 즉각 반발하며 삼성 측의‘음모론’을 제기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김지형 변호사에게 공개서한까지 보냈다. 지난 10월 8일 9차 교섭에서 삼성전자가 반올림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정위원회를 구성했음을 상기시키면서, 협상의 엄연한 당사자는 반올림 임에도 삼성 측이 안하무인 격으로 교섭의 원칙이나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했다고 몰아붙였다.

특히 반올림 측은 “조정위원회가 교섭장에서 반올림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일부 가족들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걸 알고도 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것이냐”며 조정위원장에게 따졌다. 듣기에 따라선 ‘겁박’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조정위원회가 반올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틀어막으려는 도구이며 김 변호사가 이에 이용되고 있다며 조정위원장을 깎아 내렸다. 그러면서 7년 동안 삼성 직업병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해 온 자신들이 직접 마무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3자는 나서지 말고 비켜 서라는 얘기다.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대대수 가족들이 스스로 합의해 선정한 조정위원장에게 이런 공개서한을 보낸 것 자체가 협상에 도움될 리 없다. 가족대책위원회도 “안타깝다”는 말로 반올림과는 다른 입장을 토로했다. 반올림 측은 아직껏 삼성전자가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대책 마련에 성심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이번 사안을 온 국민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로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드러내면서 까지 정공법을 택한 삼성으로서도 국민 상식에 반하는 방법과 결론으로 허트루 처리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일이라는 얘기다.

반올림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삼성으로서도 고민이다. 2명의 가족을 빼고 6명 가족과만 얘기해 해결방안을 찾을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합의안을 만들어도 반올림에서 반대하고 무효화 투쟁에 들어갈 것이 뻔하다. 자칫 시간만 더 끌게 되고 일만 더 꼬일 뿐이다. 결국 반올림 측이 삼성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이번 협상은 해결될 수 있다. 삼성 측도 나머지 가족들과 반올림 측을 좀 더 설득하고 모두가 합의할 수 있도록 협상의 진정성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부디 반올림이 "나 아니면 안돼"라는 생각을 접고 삼성 측과 한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인 논의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공이 많아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빠진 세월호 사태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앞에서 모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마치 자신들이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정부를 날서게 비판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개입하면서 세월호 정국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많은 제3자들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다이빙벨 투입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격론으로 초기 구조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누가 퍼트린 지도 모를 온갖 유언비어에 막연한 정부 비판론만 들끓었다.

진보계 대표들은 무책임하게도 청와대 앞에 가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촉구했다.‘유민 아빠’의 단식에는 문재인 의원과 가수 김장훈을 비롯해 박재동 등 만화가 모임, 영화계 인사들까지 가세해 힘을 더했다. 그러다 단원고 유가족들이 느닷 없이 “의료민영화 반대” 주장까지 펼치며 선(線)을 넘는 정치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제3 세력들의 부추김에 휩쓸려, 여당이 시급한 처리를 촉구하던 민생법안들까지 ‘가짜법안’이라 매도하며 정치이슈화에 몰두했다. 모두 무책임한 얼굴없는 선동가들 때문이었다.

국민들은 신뢰를 거두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급기야 “단원고 유가족 분들, 이제 그만 하시고 일상으로 돌아가세요”라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 이 참에 정부와 정권에 온갖 흠집을 내어 정치적 목적을 도모하자는 음험한 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동안 일관되게 정부와 여당 쪽을 비판해 온 20대들 조차도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섣부른 3자 개입이 한국 사회를 사분오열 만들어 온 것을 우리는 너무 많이 봐 왔다. 주소지가 어디인지도 모를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주민 행세를 하며 제주 강정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들 복면을 한 제3자들은 광화문 광우병 시위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를 비롯해 반정부로 몰 이슈가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나타나 폭력 시위를 선동했다. 전국 건물 철거 현장을 찾아다니는 철거민 단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문제를 정부와 사회에 책임 돌려 순진한 국민들을 반정부, 반사회 세력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음을 그들 역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포괄적 3자 개입 금지, 신중히 재검토할 때가 됐다

3자 개입 금지 조치는 과거 노사쟁의 때 사측과 노측 당사자 외에는 간여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인 지난 2006년 노동조합법 개정 때 전격 삭제됐다. 그런데 최근 법조계 일각에서부터 이 조항의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로 폐지된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가 뭘까? 그 만큼 3자의 과도한 개입이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안을 정치적으로 변질시키고 당사자 간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조항이 국내 노동법에서 빠지자 많은 우려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이른바 정치 시위꾼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전국 시위장 곳곳에 복면 시위대가 나타났고 당초 의도와는 달리 강경 일변도로 시위가 전개되었다.‘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무시되기 일쑤였고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은 발동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불법 과격 시위로 인해 기업 등 당사자는 물론이고 시위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손해배상 받을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위 주체와 정치적 목적의 활동가들에 까지 피해 연대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사분규 현장에서의 3자 개입을 억제하려는 시도는 지난 연말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원정시위와 사회갈등의 평화적 해결 방안’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노사분규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외부세력의 원정시위를 막으려면 제3자 개입금지 규정의 입법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결성율은 이미 10% 미만이다. 그렇기에 노동세력을 규합하려는 노동계 시도는 더욱 강경해 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무분별한 노조 만들기용 강경 연대시위를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3자 개입 금지 조치의 부활을 재론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된다.

차제에 보다 포괄적인 3자 개입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꼭 분규 현장이 아니라도 이해 당사자들이 사태 진전을 가로막는 제3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보다 쉽게 해 준다든가 하는 것이다. 신설 노조의 세력화를 위해 개입하는 상급 노동단체 등이 시위 등의 이유로 손해를 입혔을 경우 회사는 물론 직원들과 피해 상인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들도 다시 세심하게 다듬어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를 과격하게 편 가르기 하려는 세력을 마냥 그대로 둘 순 없는 일이다. 책임의 크기에 따라 그에 준하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들은 돌출 과격 행동을 자주 일삼게 된다. 책임은 없이 뒤에 숨어 있기 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 숨은 3자들은 많은 경우 극도의 정치 성향을 띄게 되고 폭력적 혹은 분열적인 방향으로 사태를 왜곡시키곤 한다. 제3자의 무책임한 간섭이 파국을 가져오지 않도록 관련 법과 규정을 정비해야 할 때가 됐다. 더불어 이해 당사자들도 사안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려는 불순한 세력들이 올라탈 수 없도록 등을 쉽게 내어주어선 안된다. 진흙탕 싸움 붙이기 즐기는 거짓 정치꾼이냐 진정한 조력자냐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조진래 기자 (jjr201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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