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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의 '외양간 고치기' 잃은 건 소가 아니다


입력 2014.10.09 17:06 수정 2014.10.09 22:30        남궁민관 기자

<기자수첩>다음카카오 입장 번복 등 초기 대응 미흡에 신뢰 잃어

수사기관 및 법원 등 정부와 법제도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다음카카오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다음카카오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다음카카오

카카오톡에 대한 검찰의 감청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8일 카카오톡 서비스 내 공지사항과 공식 사과문을 통해 "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과 더불어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집행을 요청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로서 통상적 절차에 따라 요청 내역을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기존에 "카카오톡의 실시간 검열을 요청받은 적도 없으며 영장 요청이 있어도 기술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이같이 이용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카카오측도 상황을 인지하고 서둘러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일명 '외양간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술적인 후속대책만으로는 이미 떠나는 이용자들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듯 보인다.

이용자들이 카카오로부터 돌아선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다음카카오측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논란이 지속되던 초반 검찰의 감청 요청 자체를 부인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던 점, 이어 뒤늦게 공식 사과문을 통해 이를 번복하는 모습을 본 이용자들의 실망감은 크다. 더군다나 다음카카오는 이용자들에게 '진보적' 이미지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또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를 비롯해 다음카카오의 법률 대리인인 구태언 변호사,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주 등의 발언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1일 다음카카오의 출범 행사에서 검열에 대해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서비스도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에 따라야 한다"며 소극적인 해명만 내놓았다. 구 변호사와 이 창업주는 사과문 발표 이후 다음카카오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에 대해 책임은 검찰 등 정부에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지금 당장 다음카카오가 걱정해야할 것은 잃어버릴 이용자가 아닌 이용자가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일이다. 이같은 입장 번복에 이은 기술적 조치와 주요 인사들의 언행은 '배신감'에 휩싸인 이용자들을 달래기에는 부족한 모습이다.

뒤늦은 고해성사에 '속상한 박수'를

다음카카오가 8일 카카오톡 서비스 내 공지에 띄운 사과 및 안내문.ⓒ카카오톡 캡처 다음카카오가 8일 카카오톡 서비스 내 공지에 띄운 사과 및 안내문.ⓒ카카오톡 캡처
하지만 이러한 점만으로 다음카카오에게 모든 책임과 비난을 몰기에는 과한 측면이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존재하는 대한민국 기업 중 검찰의 영장을 거절한다거나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수 있는 기업이 과연 있을까 묻는다면 다음카카오의 억울함도 분명 이해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뒤늦게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수사기관 영장집행을 통한 대화내용 확인 및 제공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한 다음카카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수사기관의 요청 건수를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겠다는 방침도 눈에 띈다.

국내 기업 중 수사시관에 대응해 이런 조치를 취한 기업은 다음카카오가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신제한조치'를 통해 감청 영장을 남발하는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과 이를 허가해주는 법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법원의 통신 감청영장 발부율이 무려 96%로 기각률은 고작 4%에 불과한 상황이다.

국감에 나선 정치인들 역시 이번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단순히 다음카카오만의 책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논란 이후 국산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수가 급감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단순히 카카오톡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불신이 한국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톡이 프라이버시모드 도입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 등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잘못된 정책과 카카오톡 사찰 및 감청논란에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때마침 이번 국감 법제사법위원회에 이 공동대표가 16일 참고인으로 참석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 기회로 IT업계는 이용자들을 불편으로 몰아넣는 정부의 불합리한 관행과 이를 묵인하고 따라온 IT기업들의 무력함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음카카오 역시 뒤늦은 고해성사로 모든 것을 용서받을수는 없다. 이번 국감을 비롯해 향후 모든 논란에 대한 대응에서 다음카카오의 진정성 있는 반성의 자세와 사과, 그리고 시의적절한 서비스 개선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길이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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