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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도 응원’ 손연재, 가시 같은 악플 어떻게 버텼나


입력 2014.10.03 00:33 수정 2014.10.03 10:28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도 넘은 악플로 힘들었던 시간 떠올려

목표를 향해 올곧게 가는 집중력과 멘탈 매니지먼트 돋보여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나도 사람이라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목표가 있어 버텼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위업을 이루고 눈물을 쏟으며 그간 밝히지 못했던 아픔도 털어놨다.

손연재는 2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곤봉 18.100점, 리본 18.083점, 후프 18.216점, 볼 17.300점으로 총 71.699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16명의 선수들이 결선에 나선 가운데 7번째로 포디움에 선 손연재는 첫 순서로 나선 곤봉 종목에서 18.100점을 따내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어진 리본 종목에서도 18.083점의 고득점, 주종목 후프에서 18.216점을 받아 금메달을 예감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볼 종목에서는 연기 도중 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 17.300점에 그쳤지만 손연재의 금메달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중국의 덩썬웨(22)가 마지막 곤봉 연기를 치르기 전 이미 19.233점의격차 때문에 현실에서 이미 손연재의 금메달은 사실상 확정됐다. 덩썬웨는 곤봉 종목에서 17.866점에 그쳐 합계 70.332점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손연재는 “한국의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행복하고 감사하다. 응원하고 도와준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가운데는 한국 수영의 살아있는 전설 ‘마린보이’ 박태환도 손연재를 응원했다. 이처럼 뜨거운 응원만 받았을 것 같은 손연재도 혹독한 악성댓글(악플)에 시달린 아픔을 고백했다.

낯선 땅에서 하루 8시간 이상의 고강도 훈련을 소화하는 등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사투를 견뎌낸 손연재에게 또 하나의 짐은 보지 않으려 해도 지우려 해도 쉽지 않은 악플이었다.

손연재는 각종 우승컵을 안고 그랑프리에서 매 대회 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정상급의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세계 최정상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김연아-박태환에 비하면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아시안게임 이전에도 한국리듬체조 역사에 큰 획을 그었지만, 일부 팬들은 항상 시기어린 악플을 쏟아냈다. 피땀 흘리며 갈고 닦은 기량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도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손연재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비판이 아니었다. 그런 비난을 참고 견디는 것은 이제 갓 성인이 된 손연재에게는 지옥 훈련보다 견디기 힘든 가시였다.

이에 손연재는 “사람이다보니 그런 악플을 보게 되면 속상하고 힘도 빠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도 많았다”고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도 “그래도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늘 꿈을 꿔온 목표가 있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어른스럽게 악플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취재진 앞에서 훌훌 털어버리고는 손연재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겠다. 아시아 1위에 올랐으니 올림픽도 자신 있다”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을 그렸다.

손연재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아시아 최고의 성적인 개인종합 5위를 기록하며 메달은 따지 못했다.

야나 쿠드랍체바(27·러시아), 마르가리타 마문(19·러시아) 등 기라성 같은 최정상급 스타들이 버티고 있지만, 올곧게 가야할 길을 갈 수 있는 집중력과 멘탈 매니지먼트, 그리고 가장 큰 고비라 할 수 있는 홈에서의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기어코 이뤄낸 근성을 떠올릴 때 결코 요원한 꿈은 아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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