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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위로’ 맏언니 김윤희, 끝나고 또 쏟은 눈물의 의미


입력 2014.10.02 11:38 수정 2014.10.02 13:29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4년 전 광저우 아픔 치유하자던 자신이 실수 연발 ‘후배들 피해’

반전의 환희로 경기 후에도 펑펑..은퇴 앞두고 치른 마지막 AG

손연재와 리듬체조 은메달 위업을 이룬 김윤희. ⓒ SBS 손연재와 리듬체조 은메달 위업을 이룬 김윤희. ⓒ SBS

한국 리듬체조 단체전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건 ‘맏언니’ 김윤희(23)는 경기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세계선수권 4위’ 손연재가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홈팬들에게 강렬하게 심었다면, 대표팀 맏언니 김윤희의 투혼 또한 팬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윤희를 비롯해 에이스 손연재(20)·이다애(20)·이나경(16)으로 구성된 리듬체조 대표팀은 1일 인천 남동체육관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164.046점을 기록, 4명의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선보인 우즈베키스탄(170.130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은메달은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단체에서 한국이 거둔 최고 성과다. 이전까지는 1998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수확한 동메달이 최고였다. 신수지와 손연재가 출전했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일본에 뒤져 4위에 머물렀다.

단체전은 4명의 선수가 4개 종목(볼·후프·리본·곤봉) 중 자신 있는 종목을 선택해 총 12개 연기를 펼쳐 상위 10개 점수를 합산한다. 손연재와 김윤희는 4개 종목, 이다애(볼·후프)와 이나경(리본·곤봉)은 2개 종목에 나섰다.

은메달을 견인한 주인공은 3개의 종목을 소화한 뒤 예선 1위를 확정한 에이스 손연재.

손연재는 곤봉에서 18점대(18.016점) 고지를 밟은 것은 물론 후프(17.850점)-볼(17.833점)-리본(17.983점)에서도 최고점을 받으며 전 종목 1위를 차지했다. 손연재의 고득점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점수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힘이었다.

하지만 김윤희의 투혼도 간과할 수 없는 큰 힘이 됐다. 물론 첫 번째 종목인 볼과 두 번째 종목인 후프에서는 실수를 저지르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볼에서 안정된 연기를 펼치다 막판 실수를 범했다. 목표했던 16점대를 밟지 못하고 15.166점에 그쳤다. 예상치 못한 어이없는 실수에 경기가 끝난 뒤 코치들의 격려 속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후프에서도 수구를 받는 과정에서 놓쳤다. 앞선 연기에서 실수로 집중력이 흔들린 탓이다. 역시나 기대보다 낮은 점수인 15.083점에 그쳤다. 간절히 원한 팀 메달을 본인의 실수 놓치지 않을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또 쏟았다. 게다가 김윤희에게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다. 다음달 제주도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접기로 했다.

눈물만 쏟고 끝났다면 김윤희의 투혼은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윤희는 남은 두 종목 리본과 곤봉에서 16.183과 16.416점을 받아 한국이 팀 결선에서 2위로 치고 올라가는데 기여했다. 김윤희는 왼쪽 발목 인대 손상으로 힘겨운 연기를 펼쳐보였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부상이지만 발끝을 들어 점프하는 등 말 그대로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4년 전 아픔을 반드시 치유하자고 했던 김윤희가 자신의 실수로 일을 그르칠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몸이 아픈 부상 따위는 꾹꾹 눌러 참은 것.

김윤희는 "함께 대회를 준비하며 고생을 한 후배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폐를 끼칠까봐 더.."라며 "내 실수 때문에 팀 결선에서 손해를 봤는데 정말 미안하다"며 취재진들과 만나는 믹스트존에서도 흐느꼈다.

그러나 이때의 눈물은 조금 달랐다. 마음은 찢어졌고 몸은 아팠지만 결국 해냈다는 결실에 경기 초반 절망적이었던 눈물은 환희의 눈물로 뒤바뀌었다. 그리고 촉촉하게 젖은 눈가는 목에 걸고 있는 은메달보다 더 반짝반짝 빛났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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