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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견인’ 팀 품은 손연재 “언니 울지마, 너희들 잘했어”


입력 2014.10.02 09:19 수정 2014.10.02 15:46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곤봉 18점대 등 절대적 활약으로 리듬체조 단체 사상 최고 성적 주도

안타까워 우는 맏언니와 긴장한 동료, 막내 감싸 안고 축하와 격려

손연재는 팀 전체를 감싸 안을 정도의 ‘20세 에이스 요정’로 완전히 성장했다. ⓒ 연합뉴스 손연재는 팀 전체를 감싸 안을 정도의 ‘20세 에이스 요정’로 완전히 성장했다. ⓒ 연합뉴스

“마지막 곤봉에서는 이를 더 악물었다.”

어깨에 태극마크를 새긴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는 3개 종목만을 소화하고도 예선 1위를 확정짓는 위력을 발하면서도 마지막 곤봉까지 이를 악물고 연기, 꿈의 18점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효과는 고스란히 대표팀의 메달을 불러 일으켰다. 너무나도 간절히 바랐던 팀의 메달만을 바라보며 던지고 구른 손연재는 팀 전체를 감싸 안을 정도의 ‘20세 에이스 요정’로 완전히 성장했다.

손연재를 비롯해 김윤희(23)·이다애(20)·이나경(16)으로 구성된 리듬체조 대표팀은 1일 인천 남동체육관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164.046점을 기록, 4명의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선보인 우즈베키스탄(170.130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은메달은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단체에서 한국이 거둔 최고 성과다. 이전까지는 1998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수확한 동메달이 최고였다. 신수지와 손연재가 출전했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일본에 뒤져 4위에 머물렀다.

단체전은 4명의 선수가 4개 종목(볼·후프·리본·곤봉) 중 자신 있는 종목을 선택해 총 12개 연기를 펼쳐 상위 10개 점수를 합산한다. 손연재와 김윤희는 4개 종목, 이다애(볼·후프)와 이나경(리본·곤봉)은 2개 종목에 나섰다.

올 시즌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국제체조연맹 월드컵 개인종합 우승,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아시아 정상을 꿈꾸는 손연재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단체전 연기 점수로 순위를 매긴 개인종합 예선에서는 1위(53.882점)에 올랐다(개인종합 예선은 4개 종목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뺀 3개 합산).

손연재는 곤봉에서 18점대(18.016점) 고지를 밟은 것은 물론 후프(17.850점)-볼(17.833점)-리본(17.983점)에서도 최고점을 받으며 전 종목 1위를 차지했다. 손연재의 고득점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점수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힘이었다.

국제대회에서 종종 실수를 범했던 볼을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손연재는 첫 무대라는 중압감을 딛고 깔끔한 연기를 펼친 뒤 활짝 웃었다.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차지한 후프에서는 고득점을 노린 탓인지 초반 다소 중심을 잃기도 했지만 재치 있게 극복한 뒤 특유의 표현력으로 덮었다.

리본에서는 화려한 댄스 스텝으로 관중들의 박수를 유도했고, 점수발표를 기다리며 관중들에게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는 여유까지 보였다. 마지막 곤봉 연기는 18점대 돌파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여유 속에도 속은 탔다. 대표팀의 점수가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연재는 “팀에서 마지막으로 곤봉 연기를 했는데, 내가 잘해야 메달색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해 더 열심히 했다”며 “다 같이 메달을 걸고 웃길 정말 바랐는데 그것이 이뤄져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4명이 고르게 득점을 받아야 유리한 단체전에서 손연재 외 김윤희 등은 긴장한 탓에 초반 실수가 계속됐다. 이다애도 “솔직히 많이 떨렸다”며 아시안게임 무대의 심리적 부담감을 고백했다. 특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던 ‘맏언니’ 김윤희는 왼쪽 발목 인대 손상으로 힘겨운 연기를 펼쳐보였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부상이지만 발끝을 들어 점프하는 등 말 그대로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볼과 후프에서 수구를 놓치는 등 불안했다. 본인 스스로도 아쉬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리본과 곤봉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며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김윤희는 “잘하고 싶었는데 실수를 해서 동생들에게 미안했다. 폐가 될까봐..”고 자책하자 옆에 있던 손연재는 “울지마. 언니 덕분에 이긴거야”라고 감쌌다. 그러면서 함께 뛴 이다애와 이나경의 어깨와 얼굴을 매만지며 활짝 웃었다. 에이스의 포스와 존재감이 묻어난 순간이다.

한편, 손연재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협하는 덩썬웨(22·중국)는 개인종합 2위(52.833점)에 랭크됐다. 2일 열리는 개인종합 결선은 예선 점수를 반영하지 않고 결선 4종목 점수만 더해 순위를 가린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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