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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스타' 넘어 '에이스' 진가 드러냈다


입력 2014.10.02 10:11 수정 2014.10.02 10:14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대표팀 단체전 역사상 최고의 성적 이끌어

주목받는 스타 넘어 대들보 위치와 위상 확인

손연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세계 체조계의 주목을 받는 선수를 넘어 한국 리듬체조의 대들보로서의 위치와 위상을 모두에게 확인시켰다. ⓒ 데일리안 DB 손연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세계 체조계의 주목을 받는 선수를 넘어 한국 리듬체조의 대들보로서의 위치와 위상을 모두에게 확인시켰다. ⓒ 데일리안 DB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안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선 손연재(20)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 만큼이나 가장 기대를 모은 선수 가운데 하나다.

국내외 언론은 아시안게임을 앞둔 손연재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취재에 열을 올렸고, 이 같은 상황을 대회 조직위원회도 십분 활용, 손연재를 대회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사실상 대회의 '얼굴'로서 손연재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이처럼 손연재 한 선수에게 기대 섞인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가운데 손연재가 속한 한국 리듬체조 단체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손연재에게 기대했던 금메달 역시 한국 리듬체조 대표팀의 단체전 금메달이 아닌 손연재에게 기대하는 개인종합 금메달이었다.

손연재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 입장에서 보면 서운할 수도, 서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그들을 피상적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기우에 불과했음을 한국의 리듬체조 요정들이 몸소 입증했다. 국가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은메달 역사를 쓴 것.

손연재를 비롯해 김윤희(23)·이다애(20)·이나경(16)으로 구성된 리듬체조 대표팀은 1일 인천 남동체육관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164.046점을 기록, 4명의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선보인 우즈베키스탄(170.130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은메달은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단체에서 한국이 거둔 최고 성과다. 이전까지는 1998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수확한 동메달이 최고였다. 신수지와 손연재가 출전했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일본에 뒤져 4위에 머물렀다.

사실 이날 리듬체조 국가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도 감동적이었지만 그에 앞서 경기 직후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손연재와 ‘맏언니’ 김윤희가 보여준 모습도 보는 이들에게 크나 큰 감동을 안겨줬다.

손연재가 인터뷰에서 이날 획득한 메달이 팀웍의 승리였음을 드러내는 한편, 팀원들과 함께 은메달을 획득한 부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에서 국가대표팀 에이스다운 면모가 묻어났다. 김윤희 역시 연기 중 실수가 나온 데 대해 동생들에게 눈물로 미안한 마음을 표하면서도 팀원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후배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결국, 손연재를 비롯한 대표팀 멤버들은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항상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모였을 때 최고의 팀웍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마음을 그대로 경기장에서 드러냄으로써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이 따낸 그 어떤 메달 못지않게 값진 메달을 함께 목에 걸 수 있었다.

사실 손연재는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메달을 아깝게 놓쳤을 때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당시 손연재가 흘린 눈물은 4년 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아시안게임 최고의 성적으로 보상 받았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세계 체조계의 주목을 받는 선수를 넘어 한국 리듬체조의 대들보로서의 위치와 위상을 모두에게 확인시켰다.

단체전 메달 획득이라는 1차적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손연재에게 남은 과제는 당초 목표로 했던 개인종합 금메달 획득이다.

손연재는 단체전 경기와 겸한 첫 날 연기에서 손연재는 후프(17.850, 1위), 볼(17.883, 1위), 리본(17.983, 1위), 곤봉(18.016, 1위)에서 모두 특별한 실수 없이 좋은 연기를 펼쳐 전 종목 1위에 올랐다. 그 결과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후프 점수를 제외하고 총점 53.882점을 기록, 예선 전체 1위에 올랐다.

손연재와 개인종합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는 중국의 덩센유에 역시 후프(17.633), 볼(17.550), 리본(17.300), 곤봉(17.700)에서 모두 손연재 못지않은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손연재보다 1점 가까이 낮은 총점 52.883으로 2위를 차지했다.

리본, 곤봉, 볼, 후프 등 4개 종목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한 종목의 점수를 뺀 세 종목의 점수를 합한 점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손연재가 덩센유에보다 종목별로 0.33점 가량 높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손연재가 작은 실수들을 줄이고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었다. 특히, 홈경기라는 환경이 손연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첫 연기를 펼친 손연재의 모습에서 이렇다 할 실수도 발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압감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라는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현재의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단체전 메달획득이라는 1차적 과제를 잘 풀어내고 실수와 홈경기에 대한 심리적 부담에 잘 적응한 손연재가 당초 목표대로 남은 개인종합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새 장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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