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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하나 만드는데 165일 걸리는 대한민국 국회


입력 2014.10.02 09:47 수정 2014.10.02 09:50        이상휘 대표

<칼럼>'세월호 특별법' 합의한게 밥값했다니...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타결되었다. 사고가 난지 165일 만이다. 완벽한 타결은 아니다. 단원고 유족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길은 멀다. 고작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법제정에서 진상조사까지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모르긴 해도 세월호 사건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는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수 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었다. 국가위기라 할 만큼 큰 숙제를 던졌다.

바로 고쳐나갈 일만해도 산더미 같다. 과연 지금까지 제기된 국가적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런 기대가 순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문제다. 법 하나 만드는데도 165일이 걸린 우리다. 왜 그랬을까. 정치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은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여당과 야당이 충돌했다. 진보와 보수가 충돌했다. 급기야 유족들도 패가 갈렸다. 세월호는 간곳없고 정치만 남은 것이다.

수 많은 죽음의 규명은 어느덧 잊혀져 가고 있다. 이제야 내용도 모를 특별법을 만들자는 타협이 이루진 것이다. 정치적으로 말이다.

세월호의 본질은 무엇인가. 잘못된 관행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다. 새롭게 가기 위한 개혁과 변혁의 계기다.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담보로 해서다. 그 앞에서 누구도 얕은 술수를 부려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되었다. 정치권은 처음부터 실리적이었다. 어떤 것이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계산했다. 불리하면 떠들고 유리하면 침묵했다.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철저하게 활용했다.

어째서 그런 것인가를 반문한다면 염치없다. 순수하고 정의롭게 세월호를 봤다면 이렇듯 오랫동안 상처를 방치할 수 있겠는가. 고작 법 하나 타결하는데 165일 이나 걸릴 것이냐는 말이다. 정략적이고 계산에 길들여진 정치탓이라는 것이다.

어느 중량급 정치인은 “밥값”을 운운했다. 특별법 타결을 한 후다. 흐뭇했던 모양이다.

잘못된 수사다. 밥값이 아니라 사과를 했어야 했다. 이토록 국민들을 피로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국가적 혼란을 만들어서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해야 할 일이다.

5년제 단임 대통령제에서 165일은 엄청난 비중이다. 그 동안 국정은 멈췄다. 사실상 정부가 일을 못한 것이다. 세련되지 못한 정치적 기싸움 때문이다. 잘한 것이 하나도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의롭지 못했고, 새누리당은 대범하지 못했다. 정부는 허둥거리며 눈치만 살폈다. 그러기에 국민앞에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세월호 특별법이 뭔지 잘모른다. 왜 싸우는지 조차 궁금하다. 대의민주주의를 자랑하는 우리다. 진정으로 세월호 사건을 뼈아픈 교훈을 생각한다면 달랐어야 했다.

특별법이 어떠한 내용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부터 설명했어야 한다. 지난 7월에 입법 청원된 특별법이다. 단 한차례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는 없었다.

TV와 인터넷을 통해서 알려야 하는 것이다. 공청회를 열어 방송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의 판단을 받았어야 하는 일이었다.

결국 법안의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정치권의 싸움만 구경하게 만든 것이다. 결코 우매하지 않는 국민을 우매하게 만들었다. 법안 심의도 상임위가 아니라 국회전체가 나서서 토론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전원위원회를 가동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심의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적으로 다루기 보다는 대의민주주의에 따른 입법 절차가 아쉬웠다. 그러한 노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정당한 입법절차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주장하지 않았다.

엄연히 입법적 절차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다면 달랐다. 이렇게 오랫동안 국정이 표류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별법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 그리고 잘못된 방향 등을 국민적 공감으로 걸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오직 멱살잡이만 했다. 정치적 실리만 살핀 것이다. 이게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수포로 만든 것이다. 정치적 이해와 실리를 배제했다면, 정치가 아닌 국민적 협의를 우선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국가변혁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세월호는 오간데 없고 정치만 남았기 때문이다. 상처만 남았는데, 국가 변혁이 어떻게 되겠는가 말이다.

그러고도 정치권은 웃고 있다. 지금이라도 마무리한게 다행인듯 안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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