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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셔터' 손연재, 극복 과제는 '안방 바이러스'


입력 2014.10.01 07:20 수정 2014.10.01 10:08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박태환-양학선-진종오 보다 큰 부담 안고 나서

팬-언론 등 뜨거운 관심 오히려 독 될 수도

손연재 역시 박태환, 양학선, 진종오 등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 ⓒ 게티이미지 손연재 역시 박태환, 양학선, 진종오 등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 ⓒ 게티이미지

어느덧 인천 아시안게임도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다.

중국이 이미 금메달 100개를 돌파하고 종합 1위를 사실상 확정지은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종합 2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메달레이스 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스타들의 멋진 경기다. 이미 박태환(25·인천시청)과 쑨양(23·중국)의 라이벌전이 있었고, 그 사이에 하기노 고스케(20·일본)가 수영 경영 종목에서 맹위를 떨쳤다.

체조에서는 양학선(22·한국체대)이 햄스트링 부상을 딛고 투혼을 발휘했고, 진종오(35·KT) 역시 과도한 기대에 대한 부담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사격 종목에 나섰다. 결과는 언론이나 팬들의 기대, 그리고 선수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약간 차이가 있었다.

도하 대회와 광저우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3관왕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던 박태환은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도마의 신' 양학선은 햄스트링 부상에도 혼신의 연기를 펼쳤지만 '양1'과 '양2'를 끝내 구사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했다. 진종오도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따지 못했던 금메달을 명중시키기 위해 영점을 조정했지만 살짝 빗나갔다.

박태환과 양학선, 진종오 외에도 적지 않은 선수들이 설정했던 목표에 약간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금메달을 굳이 따지 않아도 그들의 노력과 땀만으로 충분하지만 금메달을 목표로 달려왔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감과 상실감은 선수 본인의 마음에 깊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스타급 선수들이 홈 어드밴티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안방 바이러스'에 '감염'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가운데 또 다른 스타가 나선다. 바로 손연재(20·연세대)다.

손연재는 터키 이즈미르서 열렸던 2014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4위와 후프 동메달로 최초 종목별 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안고 돌아와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선다. 손연재는 다음달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남동체육관에서 리듬체조 단체전과 개인종합 경기를 치른다.

손연재 역시 박태환, 양학선, 진종오 등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다. 손연재는 어떻게 보면 진종오의 상황과 상당히 흡사하다.

터키 이즈미르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곧바로 인천으로 건너와 시차적응과 피로를 풀 새도 없이 경기에 나서야 한다. 라이벌 덩썬웨(23·중국)도 같은 상황이지만, 손연재는 홈 팬들과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기대라는 무거운 부담을 짊어지고 나서야 한다.

리듬체조는 동작 하나하나에 따라 실수가 나올 수 있는 종목이라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조금이라도 동작이 맞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으면 점수가 뚝 떨어질 수도 있다. 시차적응을 회복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만 가능하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뚝 떨어진 컨디션을 정신력만으로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홈팬들의 과도한 관심과 기대는 벌써부터 시작됐다. 지난 29일부터 경기장소인 남동체육관에서 훈련에 돌입한 손연재를 향한 언론의 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겁고 그가 지나갈 때면 팬들은 물론 자원봉사자까지 따라붙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산전수전 모두 겪었지만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20세 선수에게는 분명 부담이다.

또 관중들의 성숙하지 못한 관전 자세도 손연재의 마음 한구석을 누를 수 있다.

기계체조와 양궁 등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을 관전하러 온 관중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날 우려가 있어 이동도 자제해야 하지만 관중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내방송이 나와도 소용이 없었다. 리듬체조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손연재 역시 세계선수권에서 5위를 차지하며 바로 밑까지 추격한 덩썬웨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과 팬들이 더 부추긴다면 역시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안방 바이러스'에 시달릴 수 있는 손연재의 금메달은 모두가 도와줘야 이룰 수 있는 위업이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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