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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타이녹스, 태국에 블랙코일 가져다 뭘 하나 봤더니


입력 2014.09.21 09:00 수정 2014.09.21 05:20        라용(태국) =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자동차·전자향 고급재 비중 확대…태국 유일 냉연설비 강점 앞세워 '일본 카르텔' 끊는다

포스코-타이녹스 공장에 냉연롤이 적재돼 있다.ⓒ포스코 포스코-타이녹스 공장에 냉연롤이 적재돼 있다.ⓒ포스코

주력인 철강도, 일관설비도 아닌 스테인리스 하공정 설비. 인수 후 3년 연속 적자를 낸 해외법인.

최근 포스코에 일고 있는 사업 구조조정 바람을 감안하면 진작 퇴출 얘기가 나왔어야 할 조건을 갖춘 포스코-타이녹스다. 하지만 포스코는 국내 기자들을 태국까지 초청해 포스코-타이녹스의 생산 현장을 공개하며 ‘구조조정설’을 불식시켰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7일 태국 동남부 라용 공업단지에 자리한 포스코-타이녹스를 방문했다. 원래 태국 본토 기업이었던 타이녹스를 지난 2011년 9월 포스코가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 현재 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태국 유일이자 동남아 2위의 스테인리스 냉연 생산 법인이다.

공장 분위기는 금속 원료를 다루는 설비 치고는 비교적 차분했다. 곳곳에 검은색 코일과 무광, 혹은 유광의 은색 코일이 놓여 있고 중간 중간 코일을 펼쳐 표면처리를 하거나 압력을 가해 두께를 조정하거나 다시 코일로 마는 공정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검은색 코일은 포스코 포항공장에서 가져온 핫코일로, 흔히 ‘블랙코일’로 불리는 중간재를 가지고 피클링(표면을 닦아내는 공정)과 압연, 밀링을 통해 용도에 맞는 스테인리스 제품을 만드는 게 포스코-타이녹스에서 하는 일이다.

주요 설비로는 30만t급 HAP(열간소둔산세라인) 1기, 30만t급 ZRM(샌지미어 압연기) 3기, 15t급 APF(소둔산세라인) 1기, 9만t급 BAL(광휘소둔라인) 1기 등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인 직원 12명을 비롯한 433명이 라용 공장에 배치돼 있다.

규모나 퍼포먼스는 요란하지 않지만, 이래 뵈도 태국 유일이자 동남아 2위의 스테인리스 냉연 생산공장으로, 태국 내수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연간 생산능력은 22만t 규모다.

일국의 시장을 과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이유는 저가 범용제품 위주의 제품 구성 때문이었다.

오형수 포스코-타이녹스 법인장은 “타이녹스 인수 후 적자가 지속된 원인은 스테인리스 경기 부진이라는 외부적 요인도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수 전 타이녹스의 판매구조가 취약했고, 기술개발능력 등도 미약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형목 포스코-타이녹스 마케팅본부장은 “태국의 연간 스테인리스 수요는 25만t인데, 그 중 고급 제품인 자동차, 가전, HDD 분야는 10만t 가량”이라며, “현재 포스코타이녹스는 10만t 중 2만t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고, 나머지 자동차와 가전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일본에서 수입해온 물량”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태국은 일본 자동차, 전자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일찍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일본 철강업체들과의 유대도 깊다”며, “수십년 전부터 이어온 상권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범용재 벗어나 일본 자동차·전자-철강사 카르텔 끊는 게 관건

3년 전 타이녹스 인수 이후 포스코 주재원들이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기존 저가 범용제품에서 벗어나 자동차와 전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수요 업체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자동차 배기용 내열강은 포스코의 타이녹스 인수 후 새로 개발, 양산에 들어간 대표적인 고급 냉연제품이다.

일단 품질 면에서 일본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을 맞춰 놓으면 현지 유일의 냉연 공장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가격 면에서 충분한 우위를 발휘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오형수 법인장은 “일본의 자동차·전자업체들에 대해 원가측면에서 메리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도 해외 로컬 스테인리스 제품의 소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이녹스 인수 전 자체적인 원가 경쟁력과 본사와 연결된 제품개발력, 그리고 최근에 본사 경영층에서 주력하고 있는 솔루션마케팅 등을 확대해 적극적으로 시장 개척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목 마케팅본부장은 “가격적인 장점 외에도, 로컬 밀로서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부분이 빠르고 신속한 딜리버리와 애프터서비스로, 이 3종세트를 갖고 일본업체들을 공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포스코-타이녹스 공장에 냉연롤이 적재돼 있다.ⓒ포스코 포스코-타이녹스 공장에 냉연롤이 적재돼 있다.ⓒ포스코

맞춤형 고객케어시스템인 ‘솔루션마케팅’ 분야에서도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포스코-타이녹스는 포스코 고유강종 POS430M 판촉을 위해 본사 연구소 용접전문가를 현지로 불러 용접 기술을 지원했고, 이는 일본계 가전사들이 기존에 써오던 수입재 대신 포스코재를 사용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강재 표면에 부착하는 보호필름이 자주 떨어져 작업성이 떨어지는 것을 고민하던 고객사는 포스코-타이녹스가 추천해준 금형 및 작업조건에 꼭 맞는 보호필름을 사용한 이후 생산성을 크게 높였고, 이후 포스코-타이녹스의 단골 고객이 됐다는 후문이다.

또, 지난해 준공한 가공센터(TSPC)는 판로 확대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고객이 원하는 크기에 맞게 스테인리스판을 잘라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져 더 많은 고객사를 붙잡을 수 있었고, 소량으로 구매해가는 작은 고객사들을 발굴하는 수확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까지 110만달러 흑자…연말까지 흑자전환 기대

이같은 노력을 통해 올해부터는 흑자 달성 가능성도 기대해볼만하다. 지난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작년 전체 판매량의 82%를 넘었고, 올 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량 확대는 생산 효율 제고로 이어져 가공비 저감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 효과를 낳게 된다.

오형수 법인장은 “지난해 9월 이후로는 아직 큰 흑자는 아니지만 흑자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며, “올해도 상반기까지 110만달러 이상 흑자를 유지 중으로, 니켈 가격 등이 변동되고 있는 상황들이 우려되지만 올해는 기필코 흑자전환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사실, 포스코 본사 입장에서는 포스코-타이녹스가 큰 폭의 흑자를 내지 않더라도 당분간 기다려줄 만한 가치는 있는 계열사다. 인수 전 타이녹스는 포스코의 해외 고객사 중 하나였고, 특히 블랙코일을 가공할 수 있는 태국 내 유일한 업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남아도는 블랙코일을 연간 20만t가량 처리해 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포스코-타이녹스는 포스코에 큰 도움이 된다.

오형수 법인장은 “과거 타이녹스 시절 블랙코일 공급비중은 포스코가 30%에서 많아야 50% 수준이었지만, 포스코 계열사로 흡수된 이후 포스코에서 90%가량의 블랙코일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포스코-타이녹스에 대한 지분율을 현재 85% 이상 늘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당초 15%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2011년 9월 80%를 추가로 인수해 95%의 지분으로 타이녹스를 인수했으나, 1년 뒤 기존 주주였던 태국 프라윳 회장 일가가 콜올션 10%를 행사해 현재 포스코의 보유 지분은 85%(프라윳가 10%, 기타 5%)다.

한영환 재무관리본부장은 “당초에는 지분 전체를 사서 100% 지분을 보유하려 했으나, 나머지 5%를 가진 주주들이 팔려 하지 않았고, 본사에서도 전체 지분을 보유하기보다는 적정 규모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지금 85%의 지분보다 낮아도 경영권 행사에 큰 걸림돌이 없다면 추가 콜옵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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