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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은 의원과 술 먹고 약자 폭행해도 되는 특권인가


입력 2014.09.18 11:09 수정 2014.09.19 10:0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국민들이 함께 슬퍼하고 위로한데 대한 배신

외면 받기전에 정치 행각 버리고 국민 여론 따라야

세월호 정국이 이제 또 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이어17일 밤에는 유가족 일부와 국회의원이 대리운전 기사 한 명과 폭행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처음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재확인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를 흔드는 일로, 이런 근본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체계는 무너질 것일이고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만 남을 것”이라는 요지이다. 대통령이 직접 이같은 확고한 원칙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세월호 특별법안’ 협상 정국을 풀어 나가는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대리기사 폭행 시비'는 몇가지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우선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다음과 같다.

"일반인들 뿐 아니라 수학여행 나간 어린 자식들이 졸지에 해상에서 희생당했으니 얼마나 원통하겠는가?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하다'라는 공감대이다.

마치 자기 자식이 세월호에 있었던 양, 그래서 그 자식을 잃어버리게 된 양, 그런 '대리 고통'의 역지사지(易地思之) 시각에서 유가족들의 처지와 입장에 공감하고 그들의 주장에 귀기울이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던 것이다. 탐욕과 반칙, 탈법과 편의주의, 이기주의와 보신주의(保身主義), 무책임과 방임(放任)의 희생자로 그들을 보듬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유가족들이 대리기사를 폭행했다'는 뉴스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리기사 하면 경제적 약자를 의미한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때로는 늙으신 노모와 아픈 자식들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적은 임금을 조금이나마 보충하기위해,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끼고 새벽까지 동분서주하는 선량한 시민들이다.

그런데 '세월호 희생자'가 또 다른 '약자'를 때린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조사가 진행중이어서 아직 사건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집단 폭행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그 날 그 자리에는 유가족 5명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다수의 힘으로 약자에 신체적 위해(危害)를 행사했다니...

시비가 붙은 경위를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대리기사가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다른 콜을 받으러 가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국회의원에게 공손하지 못하다'라며 몸싸움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 국회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오죽했으면 대리기사가 여러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행인들이 그 싸움을 뜯어 말리려 했겠는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리기사는 경찰조사에서 "대기시간이 지체돼 새정연 소속 국회의원과 말다툼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세월호 유가족에게 '국회의원을 무시하냐'며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경위가 어찌됐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임원진 9명의 사퇴를 밝혔다. 이어 "이번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기사님과 시민분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임원진 등 일부 유가족이 대리운전 기사 등과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영등포경찰서는 17일 오전 0시 4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의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세월호 유가족 5명이 대리기사와 행인 2명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현장 CCTV 화면.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임원진 등 일부 유가족이 대리운전 기사 등과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영등포경찰서는 17일 오전 0시 4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의 김병권 위원장과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세월호 유가족 5명이 대리기사와 행인 2명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현장 CCTV 화면. ⓒ연합뉴스

이 사건은 앞으로 경찰 조사가 진행중이니 법과 절차에 따라서 엄정하게, 일체의 착오도 없이, 독립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를 따지기전에 시중 여론을 알아보자. 세월호 관련 여론조사중에서 가장 최근 것은 MBN과 매일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추석연휴 직후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이다. NSP통신의 9월15일자 보도에 따르면 ①세월호 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한 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50.3%이다.

'유가족이 인정하는 쪽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35.9%에 그치고 있다. ‘여야합의안에 대한 찬성’이 50%를 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②세월호 특별법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관련 질문이다. 새정치연합에게 있다'는 응답은 28.0%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26.8%로 대통령을 꼽았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있다'는 응답은 16%, 새누리당을 꼽은 응답은 13.3%이다.

세월호 특별법안 처리 지연 책임에서 새정치연합 비중이 제일 높은 점, 또 유가족 비중이 대통령보다는 낮지만 새누리당보다 높다는 점이 유의할 만한 대목이다. 또 새정연과 유가족을 합친 범야권의 책임 비중(44%)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더한 여권 비중(40.1%)보다 많은
점도 음미해야할 부분이다. ‘여야합의한 대로 처리하라’는 응답이 과반수가 넘은 첫번째 결과와 더불어 ‘세월호 정국’의 해결 방향을 다시한번 보여준다.

③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 처리 방식에 대한 물음이다. "따로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69.6%이다. 국민 10명중 7명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민생법안 처리를 연계하지 말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지연되면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진 것이다. '세월호법 처리후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은 불과 18.3%뿐이었다.

이 조사는 9월11일과 12일 이틀간 전국 19세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 RDD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7.6%였다.

이 여론 조사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세월호 특별법안을 처리하라. 새정치연합은 잘못된 자세를 버려라. 대통령도 ‘세월호 정국’을 풀어라. 세월호 유가족들도 책임감을 보여라. 세월호특별법안 처리가 안되면 민생법안부터 하루빨리 처리하라."

무엇보다도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정치권, 특히 야당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2번씩이나 ‘세월호 특별법안’을 합의한 뒤 다른 세력에 휘둘려 그 약속을 깨버리는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준엄한 경고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하라는 충고로도 해석된다. 또 민생법안의 시급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제 일상 생활로 돌아가자’는 희망도 숨어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세월호 참사'를 잊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또 아직도 실종자가 10명(학생 5명, 일반인 3명, 교사 2명)이나 남아있지 않은가?

자, 이 여론에 세월호 가족 참사위원회 임원들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을 다시한번 비추어 보자. 이 사건안에는 약자나 민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힘과 다수의 물리적 횡포만 가득하다. 특권과 유아독존(唯我獨尊)만 있을 뿐 상생이나 조화,
양보, 정상으로의 복원(復元), 책임 같은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 국민들은 ‘세월호 특별법안’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략에 따라 정쟁에 휘말려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또 특권의식과 아집(我執)이 득세한다면 상황은 어떻게 변화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될 경우 세월호 침몰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넋은 언제,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위로하고 승화시킬 것인가? 다시는 이 같은 대형참사가 이 땅에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유가족들의 초심(初心)은 도대체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침몰의 근본적, 구조적, 직접적, 간접적 원인과 배경, 구조 과정에서의 진상등을 밝히는 과정의 시작일 뿐이다. 현재 광주지법등 각 관련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법처리 과정이 1차 점검이라면 특별법에 따른 과정은 2차 점검인 셈이다. 그러나 2차 점검이라고 해서 마냥 늦출 수 만은 없는 일이다.

법의 심판이 1차라면 이제는 상식과 합리성, 내외 전문가와 선진(先進) 사례의 잣대로 사고 전후를 해부해야 한다. 그래서 그 전 과정의 교훈이 관련 당사자 뿐 아니라 시민들 모두에게 그야말로 체득(體得)되어야 한다. 더 늦기전에 말이다. ‘세월호’ 하면 국민들 대다수가 얼굴을 돌리지 않고 시선과 관심을 모으는 시간이 다 가기전에 말이다.

그래야 이 같은 대형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억울한 희생의 뜻을 숭고하는 길이고 그것이 바로 유가족의 뜻이기 때문이다.

글/구성재 언론인·전 조선일보 대구경북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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