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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할퀴고 물어뜯고...박영선 차라리 탈당하라


입력 2014.09.16 15:41 수정 2014.09.16 15:51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기득권 지키기와 당대표 흔들기 혈안인 새정연의 작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법안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눈을 감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법안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눈을 감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당내 의원 30여명이 공개적으로 박 위원장의 원내대표직, 비상대책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박 위원장은 탈당이란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다른 출구가 없어 보인다.

이달 초까지는 박 위원장의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겸직 문제가 논란이 됐다. 여야 원내대표간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지연되면서 당무가 마비되면서 원내대표직과 당권을 분리해 박 위원장으로 하여금 원내 활동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는 특별법 합의안에 대한 불만도 녹아 있었다.

이번에는 비대위원장 인선이 도마에 올랐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절반에 가까운 당내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이 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하면서 박 위원장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비대위원장 인선 파동을 겪으면서 당권 분리 요구는 박 위원장에 대한 퇴진 요구로 확산됐다. 비대위원장직은 물론, 당내 의원들의 투표로 얻은 원내대표직에서도 물러나고,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대표직 사퇴 직후 당대표 권한 대행으로서 위임받았던 비대위 구성 전권도 당에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파 의원들의 전방위 압박에 박 위원장은 끝내 탈당을 시사했다. 지난 15일부터 칩거에 들어간 박 위원장은 이르면 오는 17일 탈당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박 위원장이 이 교수에 대한 영입을 추진한 목적은 당 혁신이었다. 이 교수는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정치혁신위원을 지낸 혁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또 외부 인사이기 때문에 당내 계파별 이해관계에 얽힐 소지도 적다. 박 위원장의 입장에서 이 교수는 새정치연합을 개혁할 최적의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 교수 영입을 둘러싼 당내 의원들의 저항은 예상보다 격렬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혁신의 대상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대선평가위원장으로 영입된 안철수계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활동기간이 끝나자마자 내쳤듯 말이다.

현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의 혁신은 불가능한 과제처럼 보인다. 이 교수의 말마따나 계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소신을 절대적인 가치로 믿는 당내 의원들에게는 계파 수장의 의견도, 당 지도부의 의견도 무의미하다. 마치 자신들만 옳다는 아집에 사로잡혀있는 듯하다. 다른 의견은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다.

비대위원장 논란 전에도 당내 의원들은 박 위원장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협상에서 얻어온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았다. 더 전에는 안 전 대표와 문재인 의원이 18대 대선 공통공약으로 내걸었던 기초의원·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뒤집고, 김 전 대표의 정치개혁안을 무위로 만들었다.

또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당규 개정안을 사실상 백지화했고, 최근에는 일부 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특히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진보를 외치며 노선의 선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당내 의원들이 변화를 거부하거나 당의 결정을 무시한 사례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되 다수의 결정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도 무시된다. 현 상황만 보더라도 130석 정당에서 30여명의 의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전부인 양 박 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선뜻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다. 당장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이 돼봐야 실익도 없을뿐더러, 권한도 없는 꼭두각시가 되기는 싫은 모양이다. 자신들이 그간 당권을 인정하지 않아왔기에, 당권을 잡아봐야 인정받지 못 할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대안도 없다. 지난달부터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던 김부겸 전 최고위원은 고사의 뜻을 밝혔고, 문 의원은 이 교수 영입 건에 개입한 사실 때문에 박 위원장과 함께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고 기존에 당권을 잡았던 정세균 의원, 박지원 의원 등 구(舊)인물들을 다시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은 박 위원장의 외부 인사 영입 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당을 모르는 사람을 데려와 무슨 문제를 진단하고, 개혁을 하느냐’고 말하지만, 사실상 이는 당내 인사를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 둬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명분으로 해석된다.

한편, 박 위원장이 탈당 의사를 내비친 뒤 박 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던 의원들은 하나같이 ‘탈당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개인의 소신, 또는 계파간 이해관계를 이유로 박 위원장을 ‘식물 원내대표’, ‘식물 비대위원장’으로 만든 것으로 모자라 정치적 ‘사망선고’까지 내려놓고는 탈당을 말린다.

차라리 박 위원장이 소신대로 탈당을 했으면 한다. 당내 의원들은 선당후사를 말하지만, 당을 위한 일이 오히려 당을 망칠 것이 자명하다. 혁신은 더욱 멀어지고, 계파간 갈등과 개인의 소신을 앞세운 무질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후임 비대위원장과 당대표는 또 다시 의원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것이다.

탈당을 하면 적어도 물음표는 남길 수 있다. ‘왜 현직 원내대표가 탈당을 했을까’, ‘새정치연합은 뭐가 문제일까’, 그런 의문들이 당 구성원들을 움직여 야권 개혁, 또는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개인의 희생으로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의 집단이 아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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