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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vs 이재용' 삼성동 한전부지 누가 가져갈까?


입력 2014.09.16 11:29 수정 2014.09.16 11:54        김영민 기자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첫 대규모 프로젝트 완성 위해 양보 못해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수용 한계…자동차 계열사 통합 컨트롤타워 절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연합뉴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땅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막판 눈치작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한전부지 매각은 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 1원이라도 더 써내는 쪽이 부지를 가져가게 된다. 따라서 오는 17일 오후 4시인 입찰 마감 직전까지 양 그룹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입찰과 관련, 참여 계열사 및 최종 입찰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삼성그룹은 아직까지 한전부지 입찰 참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업성 검토를 마쳤고, 입찰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삼성은 지난 2009년부터 삼성동 한전부지를 사들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2011년에는 한전부지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공식적인 발표만 없었을 뿐이지 한전부지 인수를 위한 준비를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한전부지 인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수 후 개발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등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한전부지를 인수해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해 업무와 문화, 컨벤션 등이 조화를 이룬 서울의 상징적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연간 10만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을 유치하고, 대규모 관광객도 방문하도록 함으로써 대규모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큰 집으로 이사해야" vs "대규모 프로젝트 완성해야"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를 절박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울 양재동 사옥의 수용능력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수직계열화된 자동차전문그룹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계열사까지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로, 소속 임직원이 1만8000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5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0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계열사 본사가 외부 빌딩을 임대해 입주해 있고, 현대·기아차 및 현대제철 국내영업본부가 본사와 떨어져 있어 주요 임원의 업무회의 참석을 위한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는데다 외부 인사의 방문시 영접 공간 부족으로 회의실이나 임원 사무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한 실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성수동 뚝섬에 랜드마크빌딩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도심과 부심에만 초고층 빌딩을 허용하는 서울시 방침으로 인해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그렇다고 삼성그룹이 한전부지를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지난 2009년부터 한전부지 인근 땅을 싸들인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초대형 복합상업단지 프로젝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된 후 첫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에서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알 수 없는 삼성의 속내…애타는 현대차그룹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함구' 전략이 이번 한전부지 인수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삼성은 입찰 참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가능성만 열려 있는 상태다.

삼성그룹은 입찰 마감 직전까지 함구 전략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끝까지 삼성의 속내를 알 수 없어 입찰가 부담만 더 늘어나게 된다.

삼성의 경우 막판까지 눈치를 보다가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입찰을 포기하면 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는 삼성이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다.

다만 삼성이 무리하게 입찰가를 써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의 한전부지 입찰에 삼성전자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한전부지 매입을 위한 투자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무리한 배팅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도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현대차가 단독으로 입찰에 나서기 보다는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주력 계열사가 함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좁은 집에 살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더 넓은 집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고,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첫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양측의 양보 없는 입찰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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