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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 몰래 쓴 카드 잡아내는 카드사"


입력 2014.09.02 11:45 수정 2014.10.02 17:56        윤정선 기자

농협카드, 연내 위치 기반 FDS 시스템 구축

신한카드, 국제카드 불법 거래 걸러내는 FDS 운용

신용카드 부정·도난 등 부정사용을 걸러내는 카드사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이 정교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위치 정보 활용과 가맹점 결제패턴 분석 등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결제에 대해서도 부정사용을 잡아낼 수 있게 됐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신용카드 부정·도난 등 부정사용을 걸러내는 카드사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이 정교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위치 정보 활용과 가맹점 결제패턴 분석 등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결제에 대해서도 부정사용을 잡아낼 수 있게 됐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범죄자 A씨는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잠든 사람의 지갑을 훔쳤다. 지갑 안에는 친절하게 신용카드 비밀번호도 적혀 있었다. 이에 A씨는 지갑 안에 있던 신용카드에서 현금을 인출하고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았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신용카드에서 돈을 찾아갈 수 없었다. 비밀번호는 맞지만,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본인확인 수단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는데도 ATM은 어떻게 A씨가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이는 카드사가 스마트폰 위치를 기반으로 카드회원과 이용자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농협카드는 올해 안으로 ATM과 카드이용자의 스마트폰 위치를 기반으로 한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예컨대 농협카드 이용자의 스마트폰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데 갑작스레 부산에 설치된 ATM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려고 한다면 FDS는 이를 부정사용으로 의심한다. 이후 카드사는 곧바로 고객에게 문자나 전화로 본인이 맞는지 확인한다.

아울러 농협카드는 지난달 19일 KT와 SKT 등 통신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로밍정보 활용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카드 이용자의 스마트폰이 영국으로 로밍돼 있는데 미국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발생했다면 카드사는 도난이나 복제 등에 의한 부정거래로 보고 결제 승인을 거부한다. 회원 본인이 사고 발생 이후 자신이 사용한 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카드사가 미리 알고 걸러내는 것이다.

물론 카드사는 결제나 현금인출이 발생했을 때만 회원의 위치를 제한적으로 활용한다. 또 이용자의 동의를 받고 위치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도 없다.

이 같은 시스템은 단순히 카드결제뿐만 아니라 대포통장 관련 범죄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대포통장 범죄는 과거와 달리 노숙자가 아닌 취업준비생이나 주부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성인이다.

이 때문에 대포통장을 이용해 대출을 받거나 현금을 찾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서도 위치기반 FDS는 효과적으로 범죄를 걸러낼 수 있다. 명의자의 핸드폰 위치와 다른 곳에서 금융거래가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본인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안준석 농협카드 차장은 "본인위치와 금융거래가 발생하는 지역이 다르면 불법거래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FDS에서 활용하면 예기치 못한 고객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차장은 이어 "고객 동의를 받고 오직 범죄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만 위치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도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카드거래에 대한 FDS 감시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국제카드에 대해서도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FDS를 구축했다. 가맹점에서 들어온 결제정보를 활용해 외국인의 불법거래를 잡아내는 것이다.

그동안 국제카드에 대한 감시는 사실상 무방비상태였다. 국내 카드사 고객이 아니므로 카드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부정사용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도 부족했다.

이 같은 한계를 신한카드는 가맹점 결제정보로 보완했다. 예를 들어 국제결제가 발생하지 않는 가맹점에서 외국인이 고액을 카드로 결제했다면 불법거래로 의심한다. 이를 위해 과거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를 토대로 로직을 구성했다.

또한,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서 불법사용이 의심되는 카드번호를 통해 승인요청이 들어왔다면 전표 매입시점이 아닌 승인 시점에서 바로 걸러낸다. 지금은 실시간이 아닌 카드 결제 후 3~4일이 지나 이뤄지는 전표매입 시점에 부정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현행법상 50만원 이상 결제에 대해 카드가맹점은 카드회원과 카드에 기재된 이름과 서명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를 확인하지 않고 부정사용이 발생했을 경우 가맹점도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이는 외국인이 사용한 카드결제에서도 공통으로 적용된다.

만일 국제카드 결제에 대해 가맹점 외에도 카드사도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이와 관련된 범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가맹점 피해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기존 FDS는 국내 카드이용자에 대한 결제만 분석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자사의 방대한 가맹점 정보를 활용해 국제매입업무로 들어온 자료를 가공해 국제카드의 부정사용도 걸러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의 카드 부정사용에 무방비였던 가맹점도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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