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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냉대' 농구월드컵, 성적보다 걱정되는 것


입력 2014.09.02 16:50 수정 2014.09.02 16:5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이전부터 지적됐던 문제 그대로 드러내며 2연패

목표의식도 불분명..제대로 된 개선책 없어 우려

이제라도 이번 농구월드컵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목표의식을 분명하게 정해야한다. ⓒ 연합뉴스 이제라도 이번 농구월드컵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목표의식을 분명하게 정해야한다. ⓒ 연합뉴스

한국농구가 16년만의 세계무대 도전에서 혹독한 체험을 하고 있다.

스페인서 펼쳐지고 있는 ‘2014 FIBA 농구월드컵’에 참가한 한국은 앙골라와 호주에 져 2패를 기록 중이다. 농구팬들은 한국농구의 열악한 위상과 수준 차이를 실감했다.

대회 개막 전부터 농구팬들을 맥 빠지게 한 것은 명색이 A대표팀 1진이 출정한 세계 최고 규모의 ‘농구월드컵’에 대한 국내에서의 무관심이었다. 케이블채널 SBS 스포츠가 중계하고 있는 이번 농구월드컵은 현지와의 시차상 프로야구 및 해외축구 중계와 시간이 겹쳐 대부분 녹화로 편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국내 농구팬들은 “A대표팀이 출전하는 국제대회 경기가 매일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나 해외 스포츠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 수 있냐”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재 한국농구의 위상이기도 하다.

더 애석한 것은 한국농구가 이러한 무관심과 냉대를 깨고 반전시킬만한 ‘한 방’을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FIBA 랭킹 31위의 한국은 같은 조는 물론 이번 대회 출전국 중에서도 최약체로 분류된다.

‘1승 이상’이 이번 대회 대표팀의 현실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앙골라와 호주를 상대로 한국은 대체로 실망스러운 경기 끝에 패하며 이변을 일으키지 못했다.

실력차도 실력차지만, 더 큰 문제는 부실한 준비였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때와 비교해도 전력보강이나 준비과정에서 크게 개선된 부분이 없다. 작년 아시아선수권 주축 멤버 중 김민구(음주운전)과 이승준(아킬레스건)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최대 변수로 지목됐던 귀화선수 영입도 협회의 실망스러운 행정 속에 무산됐다.

물론 뉴질랜드 전지훈련과 홈 A매치 개최 등 변화의 노력을 보여준 부분도 있다. 하지만 7월 31일 뉴질랜드와의 마지막 평가전을 끝으로 대표팀은 한 달간 제대로 된 팀과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최소한 아무 것도 안한 것보다는 나았을지 몰라도,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생색내기 수준의 준비에 불과했다.

앙골라-호주와의 경기에서 전력차는 둘째치고 한 달 사이 실전감각이 부쩍 떨어진 움직임 속에 무기력하게 완패했다. 질때 지더라도 한국농구만의 고유한 색깔을 보여주거나, 세계무대와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만한 장면은 거의 없었다,

또 대회 초반부터 문태종-오세근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런 흐름이라면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 대회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세계와의 격차를 절감하는 지적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높이와 힘의 열세, 기술의 차이, 국제 경험과 교류의 부재 등이다. 이중에서 이전에 몰랐거나 새로운 내용은 사실 하나도 없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한국농구가 이런 세계무대의 흐름을 따라잡으려는 의지조차 부족했던 게 더 문제다.

우려대로 대표팀은 아시안게임과 일정이 맞물리는 농구월드컵에 대한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이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농구월드컵을 막연히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평가전처럼 활용하려했다면 판단미스다.

월드컵은 경험을 위해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다. 농구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인한 사기 저하와 부상자 발생 같은 변수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장면이다. 굳이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여자대표팀처럼 농구월드컵에서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2진을 파견하는 게 더 나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이번 농구월드컵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목표의식을 분명하게 정해야한다. 1승 여부가 꼭 중요한 게 아니다. 선수 개개인 차원에서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얻는 경험이라고 해봐야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전임감독제도, 대표팀 운영의 체계도 없는 현 주소에서 이번 농구월드컵을 통해 얻는 막연한 ‘좋은 경험’이라는 핑계가 과연 한국농구에 얼마나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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