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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지는 북의 외교전...9월 한반도는 대지진 예고?


입력 2014.09.02 09:24 수정 2014.09.02 09:27        김소정 기자

UN 총회 참석 미국에 '윙크' 납치 일본인 미끼로 일본에 '추파'

리수용 북한 외무상(외교부 장관)이 오는 9월 중순께부터 시작되는 유엔총회에 맞춰 북한방문단을 이끌고 방미해 각국 대표 기조연설도 직접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9일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리 외무상. 리수용 북한 외무상(외교부 장관)이 오는 9월 중순께부터 시작되는 유엔총회에 맞춰 북한방문단을 이끌고 방미해 각국 대표 기조연설도 직접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9일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리 외무상.
남북한을 비롯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들이 오랜 관망 기조를 깨고 직접적인 행동으로 관계변화 모색에 나섰다.

북한은 15년만에 외무상을 유엔총회에 참가시키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미국 백악관과 정보기관 인사의 극비리 평양 방문설도 돌았다.

북한과 일본은 이미 납북자 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에 있으며, 남한도 북한에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상태이다.

비록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 파견을 철회한 북한이 그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면서 엄포를 이어가는 상황이지만 아시안게임을 기해 입국하는 북측 선수단에 누가 포함될지에 따라서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여지가 있다.

“중국 겨냥한 일본과 대화...일본과 협상 위해 미국과 대화”

북한이 미국과 일본에 대해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메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달 24일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69회 유엔총회에 리수용 외무상을 참석시킨다. 북한 외무상의 총회 참석은 1999년 백남순 이후 오랜만에 이뤄졌다. 북한은 그동안 차관급인 외무성 부상이나 유엔대사를 참석시켜 왔다. 아울러 북한은 조만간 일본인 납치자 문제 협상과 관련해 1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은 국내적으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원이 있는 만큼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응하고 있으며, 미국도 현재 북한에 억류중인 자국민이 3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를 이어갈 이유가 충분하다.

리수용 외무상은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도 하기로 해 핵 보유 및 미사일 실험의 정당성을 설파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앞서 미국 정부측 인사의 방북설 이후 결정된 사안인 만큼 미국과 대화 재개 노력은 이어갈 의지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북일 관계는 북한의 납치 일본인 발표가 어느 정도 나오는가에 따라 일본 최고위급 인사의 방북도 예상 가능하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이 아베 총리의 방북을 강력하게 반대해왔지만 끊임없이 아베 총리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북한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차원이다.

북일, 북미 관계가 개선될수록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소원하고, 이를 틈타 북한이 일본과의 접촉을 늘리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의 관계도 돈독히 해나가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필요한 시기가 오면 북한에 대한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북미관계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판단으로 한국도 새로운 외교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리수용 외무상을 유엔총회에 참석시키기로 한 것을 두고 외교전에 막을 올렸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권력기반 다지기에 집중했던 김정은이 이제 밖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런 와중에도 1일 노동신문을 통해 핵 포기를 강조한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선포했지만, 결국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난하면서 미국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목적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주변국들과 관계개선에 나선다 하더라도 결국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한계에 봉착할 것도 분명하다. 이런 차원에서 지금 북한의 제스처를 놓고 과거의 ‘통미봉남’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의 외교전 개시에 대해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전통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를 활용하는 방식을 취해왔다”면서 “북한은 지금 중국과의 관계가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 접근하고, 일본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미국과 대화하려는 것으로 중국과 관계가 서먹한 시기를 활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 6자회담 복귀가 관건...“'변화’와 ‘통제’ 반복할 것”

따라서 북한이 이번 외교전에서 성과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 진정성을 보여야하고 우선 6자회담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다. 물론 6자회담에 복귀할 때에는 선행 조치들이 있다.

유 교수는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뜻인 만큼 우선적으로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북한이 취해야 할 6자회담 복귀 선행 조치란, 현재 핵 프로그램의 동결과 궁극적으로 핵 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회담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이다.

유 교수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선언한다면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핵 문제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북한 식의 변화를 가속화할 기회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외교전에 나서 얻을 수 있는 성과라면 당연히 경제적인 이득이다. 이 밖에 통치 기간이 긴 김정은의 입장에서 6자회담을 무시하고 오랫동안 버티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북한은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과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내세워 미일 양국과 대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따라서 지금 북한이 미일을 대상으로 벌이는 외교 공세가 납치 문제에만 국한돼 성과없이 끝날 가능성도 여전하다.

하지만 일본이 자국이익만 우선으로 생각해 북핵 문제를 간과한 채 한미일 공조를 깨지 않고, 북한도 끈기있게 대화 국면을 이어간다면 동북아 정세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우리 정부도 5.24조치 해제를 선언하는 대신 다각적으로 인도적 지원과 남북 경협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한반도 긴장 완화를 꿈꿔볼 수 있다.

한편,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남한을 향해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연결고리 중 약한 부분을 공격하면서 세를 규합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취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내부적으로 체제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변하지 않을 것이며, 여전히 변화와 통제 사이를 반복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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