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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폄훼 이유가 '기독교인이자 지식인이어서...'


입력 2014.09.01 14:53 수정 2014.09.02 09:29        목용재 기자

주체사관으로 봤을때 유관순은 이화학당 출신 '결격사유'

인도 네루도 딸에 쓴 편지에 "유관순 본받으라"했는데...

유관순 수형기록표.ⓒ독립기념관 유관순 수형기록표.ⓒ독립기념관

시중 8종 역사 교과서 중 절반에서 유관순 열사와 관련된 기술이 누락돼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원인은 교과서 집필자들의 좌파사관(史觀)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6일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교육부 주최 토론회에서 상당수의 역사 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술이 누락돼 있는 것에 대해 "유관순 열사는 친일파가 발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증폭된 바 있다.

김 교수가 인용, 발언한 논문은 지난 2009년 정상우 서울대 국사학과 강사가 ‘역사와 현실’이라는 계간지에 실은 ‘3.1 운동의 표상과 유관순의 발굴’이었다. 당시 해당 논문은 큰 이슈가 되지 않았고 중요논문으로 취급되지도 않았지만 김 교수는 이를 역사학계의 ‘연구성과’로 소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좌파사관을 가지고 있는 집필자들이 유관순에 관련된 기술을 일부러 삭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일 홍 교수에 따르면 좌파사관은 크게 4가지로 △계급투쟁 사관 △민중사관 △수정주의 사관 △주체사관 등으로 구분된다. 이 사관에 따르면 유관순 열사는 역사적 가치가 없는 인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유관순은 미국 감리교의 지원을 받은 이화학당 출신이고 노동자나 농민이 아닌 지식인 출신이었다. 특히 유관순은 기독교인이었다. 반미투쟁적인 사관, 주체사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좌파사관을 가지고 있는 집필자들이 유관순 기술을 일부러 삭제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유관순은 이화학당을 다녔는데 이화학당은 미국 감리교의 지원을 받은 학교”라면서 “반미 투쟁적인 사관에서 봤을 때 유관순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인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교수는 “또한 좌파사관은 노동자와 농민을 통한 폭력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관순은 비겁하게 비폭력 저항 운동을 한 인사로 평가 받는다”면서 “특히 주체사관은 기독교와는 ‘원수’지간 이기 때문에 기독교인인 유관순이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친일 전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박인덕이 자신의 친일행적을 덮기 위해 유관순을 발굴·미화시켜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박인덕의 경우 유관순의 담임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그의 활동을 지켜봤고, 이를 기리기 위해 유관순을 재조명했었다는 설명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유관순이 신봉조·박인덕 등에 의해 1950년대에 재조명된 것은 사실이지만 친일행적을 감추기 위해 유관순을 재조명했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김정인 교수가 인용한 논문은 2009년 당시 중요 논문으로 평가 받지도 못했다”면서 “인도 독립운동가 자와할랄 네루도 옥중에서 자신의 기억으로만 쓴 책에서 딸에게 ‘유관순을 본 받아라’고 한 것처럼 유관순은 박인덕 등에 의해 갑자기 재조명된 인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9일 김정인 교수는 ‘유관순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유관순기념사업회 측에 사과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 사과문을 통해 유관순 열사에 관한 학계 동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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