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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잠수사 유족 "세월호 유족들에 섭섭..."


입력 2014.09.03 08:19 수정 2014.09.03 09:38        목용재 기자

<특별법에 가려진 희생자들①>"의사자 지정 상황도 몰라"

일반인대책위, 잠수사 의사자 지정·추모관 안치 '맞손'

세월호 침몰사고 2주째인 29일 밤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민간 잠수사가 버팀줄을 세월호 선체에 연결한 뒤 계류된 바지선 위로 오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2주째인 29일 밤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민간 잠수사가 버팀줄을 세월호 선체에 연결한 뒤 계류된 바지선 위로 오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얼마 전 꿈을 꿨습니다. 돌아가신 형님이 나오셨는데 ‘다시 살고 싶다’고 되풀이하시더라구요. ‘아이고 형님 다시 살아나시면 뭐하시려고요’라고 물으니 ‘다시 애들 찾으러가야지’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승철 씨(세월호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잠수사 이광욱 씨의 친동생)

지난 5월 6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위해 세월호 선체 5층 로비 부근에 가이드라인 설치작업을 하던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가 해군 잠수요원들에 의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가 사망했다.

이광욱 씨에게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같은 나이인 아들이 있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이 씨에게 ‘남일’이 아니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라도 내려갈 생각한다면 아서라. 위험하다”라고 만류했다.

가족들이 설득하자 이 씨는 “내려가지 않겠다”고 가족들을 안심시켰지만 결국 이 씨는 해수부의 민간잠수사 동원령에 곧바로 진도 행 버스에 올랐다.

이 씨의 친동생 이승철 씨는 29일 '데일리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형님은 세월호 관련 TV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를 하셨다”면서 “우리가게에서 소주를 종종 드셨는데 그럴 때 마다 세월호 단원고 아이들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승철 씨는 “형님은 두 아들에게 차갑고 엄했지만 뒤돌아서서 ‘내가 왜그래을까’ 후회하는, 마음이 여린 분이셨다”면서 “민간잠수사로서 아이들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벌이다가 세상을 떴는데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없어 섭섭하다”고 토로했다.

이광욱 씨의 아들은 이종봉 씨는 “아버지께서 TV를 보시면서 안타까워 하시길래 ‘혹시 내려가시는 것 아니시죠?’라고 물었는데 안 가신다고 하셨었다”면서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받고 나가셨고, 다른 민간잠수사들을 모아 내려가셨다. 그 다음에 사고를 당하셨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버지와 함께 간 피서지는 항상 바다였다. 바다에서 저에게 수영을 가르쳐주시면서 ‘물은 조심해야 한다’고 신산당부 하시던 분이 바다에서 돌아가셨다”고 흐느꼈다.

"국민들 관심 없어 섭섭…정부의 의사자 지정 진행상황도 몰라"

이승철 씨와 이종봉 씨는 세월호 실종자들을 찾기위해 수색작업을 벌이다가 숨진 이광욱 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없다는 점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특히 이 씨의 의사자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섭섭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종봉 씨는 “저희 아버지는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들으시고 너무 안타까워하시며 달려가신거고, 사람들 구하려다 사고 당했는데 이제는 없던 사람 취급하니까 그게 가족의 입장에서는 힘들다”면서 “정부에서는 아버지 의사자 지정에 대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상황이 어떤지 설명조차 해주지 않는다. 그냥 아무도 연락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승철 씨도 “의사자 지정에 대해 서류 미비라는 둥, 담당 직원이 바뀌었다는 둥 하면서 형님일에 대해 관심이 없는 모양새”라면서 “정부 쪽에서 먼저 우리쪽에 연락하지도 않고, 우리가 먼저 보건복지부 등에 먼저 연락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어봐야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숨진 잠수사들 위해 힘쓰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아울러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관철시키기 위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에 대한 섭섭한 심경도 전했다. 현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세월호 대책위가 음지에서 희생된 민간잠수사 등에 대해 언급이라도 해줬다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잊히는 상황은 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이승철 씨는 “단원고 유가족분들의 안타까운 심정과 하루빨리 실종자들을 구조해야 한다는 혼란스런 마음은 이해하지만 민간잠수사들을 언급이라도 해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면서 “한번 연락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단원고 유가족분들은 실종자를 모두 찾은 후에 같이 힘을 모으자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솔직히 단원고 유가족들이 아이들을 수색하다가 세상을 떠난 형님에 대해 나서서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세월호 유족들이 우리 형님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신 것에 대해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현재 숨진 민간잠수사 2인에 대한 의사자 지정이나 추모관 안치 등의 문제는 일반인 유가족대책위원회가 돕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인 대책위는 지난 6월 민간잠수사 2인을 하루속히 의사자로 지정하라고 탄원서를 낸 바 있다. 세월호 승객들을 구하다가 숨진 승무원들에 대한 의사자 지정은 빠르게 진행된 반면 민간 잠수사들에 대한 의사자 지정은 지지부진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아울러 일반인 대책위는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민간잠수사 2인까지 함께 안치하자고 제안해놓은 상태다.

이정석 세월호 일반인가족대책위 총무는 “인천 지자체 쪽 가족공원 측에 일반인 희생자 43명과 민간잠수사 2인을 함께 안치할 수 있도록 의사타진을 해놓은 상황”이라면서 “민간잠수사 유족들만 허락하신다면 함께 추모관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총무는 “우선 현재 인천 승하원 임시 안치단에 일반인 희생자 10여명과 이민섭 잠수사가 안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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