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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찾기 난항' 유럽감독 한국행 걸림돌 무엇?


입력 2014.08.30 10:20 수정 2014.08.31 00:5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판 마르바이크 협상결렬 이후 감독 찾기 장기화

조건 완화했지만 금전적 문제-활동지역 등 발목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당초 기준을 크게 완화해 감독 후보를 찾고 있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당초 기준을 크게 완화해 감독 후보를 찾고 있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찾기가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1순위로 영입을 추진했던 네덜란드 출신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대한축구협회는 협상 대상과 과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후보군의 범위를 넓히는 등 다각도로 변화를 추진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당초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내세웠던 외국인 감독의 영입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당초 제시했던 8가지 기준을 완화해 후보군을 확대 접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어 구사 능력이나 월드컵 16강-대륙별 선수권 경험이 없더라도 지도자로서 능력과 비전을 인정받고 한국축구에 대한 의지가 있는 감독을 영입하겠다는 게 축구협회 측의 입장이다.

현실적인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다. 금전적인 문제와 활동지역 사이의 괴리감이다. 아무래도 명성을 갖춘 감독일수록 몸값도 비쌀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 감독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연봉은 20억원 내외지만 일류 외국인 감독들의 몸값으로서는 낮은 수치다. 여기에 외국인 감독을 보좌할 코칭스태프의 영입까지 감안하면 부대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예전 같지 않은 한국축구의 위상도 감독직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진 이유다. 축구협회는 기본적으로 유럽 출신의 명장을 선호하지만, 유럽 감독들은 축구계의 중심이자 자신들의 주 생활무대이기도한 유럽을 떠나는 것을 꺼려한다.

한국축구가 아시아의 강호라고 해도 여전히 세계무대에서는 비주류에 가깝고, 중동이나 일본처럼 감독들의 몸값이 높은 것도 아니다. 굳이 유명 감독들이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도전을 할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몸값을 낮추며 한국까지 왔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커리어에 오점이 될 수도 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아예 유럽에서 주로 머물며 A매치와 국제대회가 있을 때만 한국에 오는 원격 지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축구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을 때는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2006년 딕 아드보카트 감독도 한국이 월드컵 본선진출이 확정된 시점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새로운 외국인 감독은 지역예선부터 거치며 낯선 아시아축구에 적응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아야 한다. 외국인 감독이 지역예선을 지휘한 것은 움베르쿠 쿠엘류와 조 본프레레 감독이 있지만 모두 성적부진으로 조기 낙마하며 월드컵 본선까지 팀을 이끌지 못했다.

또 다른 변수는 국내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의 성공을 지켜본 한국 팬들은 이후 쿠엘류,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이 보여준 지도력에 만족하지 못했다.

판 마르바이크가 현재 한국축구가 영입을 타진이라도 해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감독이라고 했을 때 앞으로 거론될 후보들은 어쨌든 그보다는 더 지명도가 떨어지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어렵게 감독을 영입하고도 이름값이나 경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민감한 여론을 과연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축구협회의 협상을 믿고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첫 단추부터 꼬여버린 한국축구의 새로운 감독 찾기가 과연 어떤 전환점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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