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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독배' 한국축구 사령탑, 매력적 위험수당 필요하다


입력 2014.08.28 14:01 수정 2014.08.28 14:04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유럽 제안 우선 고려하고 한국 축구계와의 갈등도 꽤 의식

외국인감독 효용성 의문 제기 속 월드컵 예선부터의 책임도 부담

판 마르베이크는 한국축구 사령탑으로 유력하게 꼽혔지만 여러 이유로 막바지 무산됐다. ⓒ 게티이미지 판 마르베이크는 한국축구 사령탑으로 유력하게 꼽혔지만 여러 이유로 막바지 무산됐다. ⓒ 게티이미지

한국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을 물색 중인 대한축구협회 이용수(55) 기술위원장이 외국인 감독 선임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2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파주 국가대표훈련센터(NFC)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령탑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상태"라며 "월드컵을 예선부터 치러야 하는 점 등이 부담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한국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면 아직 많은 감독이 '유럽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한다"며 "현재 감독이 아니어도 '유럽팀에서 제안이 오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대답을 한 감독이 의외로 많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최후의 고려대상으로 남겨두려는 지도자가 많다는 얘기다.

이번 대표팀 선임 과정 초기만 하더라도 한국대표팀에 관심을 갖는 지도자가 많고, 일부 지도자는 적극적으로 축구협회에 이력서를 제출하는 등 여전히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에 매력을 느끼는 외국인 지도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약 10년 동안 한국대표팀 감독 자리는 소위 ‘세계적인 명장’으로 불리는 감독들이나 전도유망한 지도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기회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국가의 클럽이나 대표팀 감독 연봉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연봉 수준에 다양한 편의도 충분히 제공 받을 수 있고, 선수들은 그 어떤 국가의 축구선수들보다 성실하고 감독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또 성적만 조금 받쳐준다면 세계 어느 나라 팬들보다 열정적인 한국의 축구팬들로부터 영웅대접을 받을 수 있는 자리임을 거스 히딩크 감독 사례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바뀐 듯하다. 외국인 지도자들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에 의문 부호를 달기 시작했고, 국내 축구계 분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외국인 지도자의 효용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서로 재는 것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결국 무산된 판 마르베이크 감독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주로 유럽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지도자들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하는 기간 중에도 유럽 언저리에 발 하나는 걸쳐두고 싶은 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 내지는 보험을 마련해 놓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외국인 지도자들의 태도는 결국 외국인으로서 선입견 없는 시각으로 한국 축구계의 ‘숨은 진주’와 같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이들로 팀을 꾸려 새로운 월드컵을 준비하는 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한국 축구계와의 갈등을 미리 걱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지도자들의 사례를 되짚어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외국인 지도자들은 선수 차출 문제나 평가전 성적 등에 따른 언론과 팬들의 여론에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유럽과는 다른 한국의 축구 문화와 축구계 내부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고, 감독으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마저 전권을 행사하기도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그리고 진행하는 각종 국제경기에서도 매 경기 승패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분명 큰 부담이었던 것.

이와 같은 사실을 현재 한국 대표팀 감독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는 지도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유로 혹자는 “과거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가 ‘독이 든 성배’라고 했다면 지금은 ‘그냥 독배’”라고 말한다.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지도자로서 커리어에 지워지지 않는 흠집을 남길 수 있다는 치명적인 위험 가능성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나서는 명장급 외국인 지도자를 ‘모셔오기’ 위해 축구협회는 좀 더 매력적인 ‘위험수당’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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