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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할마저 실패?' 맨유에 닥칠 재난 블록버스터


입력 2014.08.28 00:00 수정 2014.08.28 00:4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3부 리그 팀에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0-4 대패

EPL 최고 이적료 디 마리아 영입 직후라 충격 배가

루이스 판 할 감독도 올 시즌 첫 승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 유튜브 루이스 판 할 감독도 올 시즌 첫 승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 유튜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보드진은 3부 리그 MK 돈스에 참패한 경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맨유가 27일(한국시각) MK 스타디움서 열린 '2014-15 캐피털 원 컵' 2라운드 MK돈스(3부리그)와의 원정경기서 0-4 완패했다.

이날 루이스 판 할 감독은 백업 자원으로 분류된 가가와 신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대니 웰벡 등을 선발로 내세워 공식전 첫 승을 노렸지만 기대는 물거품 되고 말았다. 웨인 루니와 로빈 판 페르시 등 주전 멤버들이 대거 빠졌다 하더라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패였다.

경기 직전에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비싼 몸값의 선수가 맨유 유니폼을 입은 순간이기도 했다. 맨유는 끈질긴 구애 끝에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5970만 파운드(약 1005억원)의 이적료로 앙헬 디 마리아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맨유는 지난 시즌 클럽 역사상 최고의 명장이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뒤 데이비드 모예스 체제로 거듭났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모예스 감독의 전략, 전술이 몸에 맞지 않았던 맨유는 리그 7위라는 충격적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았던 명장 루이스 판 할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하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출발은 좋았다. 판 할 감독은 LA 갤럭시와의 평가전 첫 경기를 7-0 대승으로 장식한데 이어 AS 로마,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발렌시아 등 세계적 강호들을 상대로 연승을 구가했다.

그가 선보인 전술도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월드컵 때처럼 쓰리백 시스템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 축구계 대세라 평가 받는 ‘압박 축구’를 맨유에 그대로 이식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시즌이 시작되었고, 뚜껑을 열자 맨유는 허점투성이였다.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였던 쓰리백은 상대 역습에 숱한 약점을 노출하며 결과적으로 양날의 검이 돼버리고 말았다. 결국 맨유는 스완지 시티와의 리그 첫 경기를 패한데 이어 선덜랜드전 1-1 무승부, 그리고 3부 리그팀에 0-4 대패 굴욕을 맛보는 중이다.

이는 실패작이었던 모예스 감독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모예스 감독도 부임 초기에는 ‘퍼거슨의 후계자’ ‘선택된 자’ ‘전술의 천재’ 등의 수식어로 맨유 팬들에게 칭송받았지만 시즌 초 졸전이 거듭되자 결국 해임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고작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판 할 감독의 올 시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그가 추구하려는 축구 철학은 아직까지 맨유에 맞지 않는 모습이다. 급작스런 포지션 변경과 익숙지 않은 전술에 선수들의 당황스러운 기색은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맨유 수뇌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좀 더 시간이 주어지겠지만 판 할 감독 체제가 실패로 규정된다면 다시 사령탑 교체 칼날을 들이밀기도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퍼거슨 전 감독의 잔상이 여전한데다 세계적 명장마저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은 클럽을 선뜻 맡게 될 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20여년 넘게 잉글랜드 축구를 지배해왔던 맨유의 아성은 지난 시즌 균열 조짐을 보이더니 아예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적시장에서의 주도권 상실이다. 맨유는 지난 시즌 후안 마타와 마루앙 펠라이니를 각각 4473만 유로(약 598억원)와 3240만 유로(약 433억원)에 영입했다. 두 건 모두 몸값이 가장 비싼 시기인 겨울 이적시장 때 이뤄진 계약이었다. 그만큼 맨유는 많은 돈을 줘서라도 급한 불을 꺼야하는 입장이었다.

오버페이는 올 시즌 더욱 심화된 모습이다. 루크 쇼(약 503억원), 안데르 에레라(483억원), 마르코스 로호(약 268억원) 등은 분명 좋은 선수들이지만 이들이 월드클래스급 이적료에 어울릴 만한지는 미지수다.

특히 EPL 역대 최고액인 디 마리아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와의 이적 협상서 단 한 번도 주도적인 입장이 되지 못했다. 이를 꿰뚫어 본 레알 마드리드는 디 마리아의 잔류 또는 PSG와 협상 중이라며 느긋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다.

물론 맨유는 부유한 구단이다. 앞으로도 거액의 이적자금을 시장에 뿌릴 여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뚜렷한 성적이 뒷받침됐을 때의 이야기다. 맨유 수입의 원천은 명성을 바탕으로 한 전세계 축구팬들로부터 나온다. 첼시, 맨체스터 시티, PSG 등 구단주 자금에 기대지 않는 팀이란 뜻이다. 게다가 맨유가 짊어진 거액의 빚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이어 올 시즌도 이미 수천억원의 돈을 선수 영입에 사용한 맨유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티켓파워를 지닌 스타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다. 오직 실력만을 보고 이뤄진 영입인 만큼 팬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성적표를 요구하고 있다.

성적 추락이 계속될 경우 두꺼웠던 팬층은 점차 얇아질 것이고, 거액의 돈을 지불해오던 스폰서 기업들도 서서히 발을 뺄 것이 자명하다.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재정은 파산이라는 재난 블록버스터로 다가올 수도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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